꼬마 기사와 걱정 괴물 미운오리 그림동화 8
만카 카샤 지음, 김여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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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반전 매력?
사실은 제목만 보고 대충 짐작했던 뻔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조금 당황했다.
그림책은 심리적 불안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불안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공주가 되는 게 싫은 건 아니야."
꼬마 기사는 가장 친한 친구, 곰돌이에게 투덜거렸어요.
"그냥 나한테 안 맞을 뿐이야.
 난 너랑 모험을 하는 게 더 좋아!"

강렬한 메시지를 품고 있는 문장과 일러스트에 압도 당한 채 한동안 이 장면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꼬마 기사, 아니 공주의 불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 또 감탄하면서 그림 읽기에 푹 빠져들었다.
헝클어진 거친 선으로 걱정 괴물을 묘사한 것도 좋았다.
색감이 화려하지 않아도, 타이포그래피나 복잡한 화면 분할과 같은 디자인적 기교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일러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지불식간에 독자의 내면을 툭 건드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
폐부를 강타하는 텍스트 또한 그러하다.

"아무리 멀리 가도,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정답을 찾을 수 없을 거야.
 용이 말했어요.
 "답을 찾으려면 네 마음 속을 들여다보렴."

성 역할을 규정짓는 사회, 관습과 틀에 얽매인 채 아이의 불안만 가중시키는 부모의 태도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그림책의 세계~
걱정 괴물은 다름 아닌 나의 내면 속 불안이다.
그래서 나만 따라 다니는 것이다.
게다가 날마다 몸집을 불려 나간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다.
이 말 없는 괴물은 너무너무 무서웠다.
다행히 아이에게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

 "흥!  바로 내가 용감한 기사인 걸!"
 꼬마 기사는 곰돌이에게 말했어요.
 "성안에서 얌전히 기다리긴 싫어.
  나를 지킬 사람은 바로 나야!"

-엄청난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려면 커다란 용기가 필요해요.
 꼬마 기사와 곰돌이는 불안에 맞서고, 불안을 길들이고, 불안을 잘 다스릴 준비가 되었어요.
 무엇보다도 둘의 곁에는 가장 소중한 친구가 있잖아요?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모두에겐 나만의 용감한 '꼬마 기사'가 있다는 거죠. -(작가의 말)

만카 카샤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마리아 빅티미로바 작가는 러시아 태생이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작가들의 첫 그림책을 좋아하는데, 마침 잘 만났다.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걱정 괴물을 물리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꼬마 기사와 곰돌이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둘만의 우정 어린 모습 또한 감동적이다.
이 모든 여정의 끝에 서 있는 어린이 독자들의 내면 역시도 더욱 단단해져 있을 거라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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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가족이 함께 읽는 댄 야카리노 그림책
댄 야카리노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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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정말로 책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감히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이야기를 안타까이 꺼내놓은 작가의 시선과 목소리에 주목해 보자.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나는 진짜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하루종일이라도 책만 있으면 혼자 놀 수 있었다.
친척 집이나 친구 집에 가면 책꽂이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끌리는 책이 있으면 그 앞에 주저앉은 채 책장을 뒤적거렸다.
이 책의 주인공 빅스처럼...

빅스가 사는 세상은  눈들이 일대일로 사람들을 감시하는 디스토피아!
인큐베이터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면 눈들이 양치질까지 도와준다. 
학교에서는 각자 화면을 보면서 읽기 공부를 하는데 이 모든 것들 또한 눈들이 정해준다고 한다.
일방적 주입식 교육으로 통제를 강요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하다.
빅스만 빼고...

매번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면지부터 꼼꼼하게 살피는 편이다.
화면을 꽉 채운 수많은 사람들이 눈 하나씩을 각자의 손에 들고 있는 앞면지의 모습은 매우 기이한 풍경인데도 왠지 낯익다.
요즘 우리가 스마트폰 하나씩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그렇다면 뒤면지는 어떨까?
당연히 내 생각과 다르지 않아서 쾌재를 불렀다.

이 책의 더스트 자켓을 벗기면 심플하고 황량한 느낌의 겉표지를 만난다.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책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꽃과 나무, 곤충, 그리고 눈 맑은 동물들조차 없다.

"나 좀 내버려 둬!"
어느 날 빅스는 눈들을 피해 몸을 숨겼다가 처음 보는 작고 귀여운 녀석을 만난다.
그 녀석은 빅스를 아주 재미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짜잔!
그림책은 지하 도시를 표현하기 위하여 페이지를 최대한 확장시켰다.
화염에 싸인 듯한 색감 연출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4쪽짜리 거대한 지하 도시에는 사람들의 흔적만 남았을 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영리한 쥐와 함께 지하 도시를 탐험하는 빅스의 모험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요즘 대세는 단연코 챗GPT가 아닐까 싶다.
정보를 찾기 위해 굳이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두꺼운 책과 씨름하지 않아도 내 손 안에 든 스마트폰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폐해도 엄청나다.
가족 간의 대화 단절은 물론, 정보의 홍수 속에 떠다니는 가짜들의 선동과 유혹으로 마냥 몸살을 앓고 있지 않은가!
'대체 이 도시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림책 속 지하 도시의 사람들이 사라진 현실에 대하여 우리 모두가 함께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까닭인 것이다.
그림책 또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눈들이 항상 있었던 건 아니었네?"

마지막으로 이 아름다운 문장을 널리 공유하고 싶다.

-빅스의 가족은 다시 함께 모였어요.
 처음으로 정말 함께 모였어요.-

책장을 덮은 뒤에도 내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을 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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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싶어서 그림책을 펼쳤습니다
김수영 지음 / 책읽는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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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라캉의 만남!
아동 문학과 라캉을 연구해 온 
저자의 안내를 따라 정신분석 이론으로 
친숙한 그림책을 다시 읽으며 
나의 무의식과 욕망에 귀를 기울여 보고
'우리' 안에서 오롯한 '나'로 살아갈
힌트를 발견하기를...(출판사 서평)

라캉 이론은 잘 몰라도 작가가 주선하는 이 만남에 어쨌든 초대받고 싶었다.
아마도 그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그림책을 펼치며 울다가... 웃다가... 새로운 힘을 얻었다.
그래서 자꾸만 그림책이 좋아졌다.
그냥 좋았던 그림책 이야기들이 이 책을 통해 고유한 색깔의 옷을 입고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김수영 작가는 프로이트와 라캉으로 다양한 그림책과 동화를 분석하고 강의하며, 동화 창작에도 힘쓰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명징한 문장들이 커다란 숲을 이루는 듯 하였다. 
마음을 파고 드는 문장들은 저마다의 의미를 지닌 채 그림책 독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그림책의 그림에는 작가의 무의식이 직관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글과 그림이 상호 작용하면서 독특한 스토리를 형성합니다. 여기에 우리 삶을 관통하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이 더해지면, 보다 쉽고도 깊이 있게 '나'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과 함께 나를 탐구하다 보면 '너'와 '우리'를 이해하게 되는 건 덤이지요. 결국 관계 속의 개인일 수밖에 없는 나는 어느새 그림책에서 얻은 힌트들로 그 관계 속에서 행복해지는 길을 찾고 있을 것입니다."

본문은 4개의 챕터로 구성하였는데, 소제목들만 보아도 매력적이다.
1부. 내 맘대로 안 되는 나
2부. 욕망과 관계의 마법
3부. 무의식, 너란 녀석
4부. 트라우마 달래기

게다가 각 챕터마다 한 페이지 분량의 서문을 두고 이야기의 물꼬를 트는 형식은 매우 참신한 아이디어다.

-1부에서는 라캉이 말하는 자아와 충동과 욕망이 그림책에서 구현되는 방식을 살펴보며 지금 나에게는 어떻게 투영될 수 있을지도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2부 '욕망과 관계의 마법'에서는 그림책을 통해 주체 형성 과정에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는 어머니, 아버지와의 관계를 살피고, 욕망하는 주체로서 승화된 삶은 어떤 것인지 논의하고자 한다.-

-무의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밀접하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행복해지려고 평생 노력했는데 불행의 밑바닥에서 발견되는 무의식의 반전! 
3부에서는 무의식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을 좀 더 깊이 고찰해 보려 한다.-

-4부는 나는 왜 이유 없이 슬퍼지는지 그 근원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다음으로 '죽고 싶은' 심정에 대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것은 애도의 조건이다. 그 조건들을 그림책을 통해 살펴보면서 상실로 아픈 모두가 애도의 터널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고급진 표지 디자인부터 알차고 흥미로운 본문 내용,  군데 군데 심어 놓은 용어 풀이 및 그림책 이미지들까지 유의미한 순서와 체계를 갖추고 있어 우아한 품격이 느껴진다.
모든 챕터가 다 훌륭했지만 특별히 1부와 4부에서 감동이 더 컸던 것 같다.
'나는 왜 거울에 비친 나를 사랑할까
나는 왜 배고프지 않아도 끊임없이 먹을까?
나는 왜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을까?
한 순간도 지치지 않고 귀를 쫑긋거리며 들었다. 
라캉의 이론에 빗대어서 콕 집어 맛깔나게 읽어주는 그림책의 세계는 무한궤도에 올라탄 나의 작은 우주가 되었다.
김수영 작가의 그림책 해석력도 놀랍지만 그림책 작가들의 정신 세계 또한 경이적이다.
1부에서는 이수지 작가의 《거울 속으로》 《 파도야 놀자》를 비롯하여 12권의 그림책을 읽었다.
이수지 작가는 백희나 작가와 함께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그림책 작가로 손꼽힌다. 세계적인 작가로 그 명성을 떨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작가가 읽어주는 그림책은 통틀어 50권이다.
익히 아는 것도 있고 처음 만나는 것도 있었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궁금하면 도서 검색창을 두드렸다. 그렇게 해서 새로이 구입한 책이 바로 이거다.
《아주 아주 많은 달》(제임스 서버 글.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황경주 옮김. 시공주니어 1998)은 우리 삶에서 환상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몰랐으면 몰라도 이 글을 읽고 나니, 내 책장으로 꼭 데려오고 싶은 그림책이 되고 말았다. 
《책 먹는 여우》(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주니어김영사 2001)는 개인적으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즐겨본 경험이 있는 매우 친근한 책인데, 작가가 알려주는 라캉식 해법 또한 일품이라 다시금 반하였다.

이 책은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 안내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라캉을 잘 몰라도, 라캉의 이론에 접근하기 어려워도 작가가 안내하는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책을 읽고 나면 뭐가 달라지려나 기대하셨나요? 당연하지만, 정신분석 이론으로 그림책을 분석한다고 해서 당장 내 삶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주 약간은 후련하지 않으신가요?"

차분한 어조와 미소 띈 얼굴의 작가를 눈 앞에서 대한 듯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를 찾는 여정에서 비로소 만나는 충만한 그 곳, 작가의 말처럼 나를 삼킨 언어의 욕조에서 나만의 언어를 건져 올리는 혜안을 얻은 듯 마음이 벅찼다.
타자의 욕망이 아닌, 나의 고유한 욕망을 탐색하고 추구하며 오롯이 나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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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텐트 스콜라 창작 그림책 61
랜디스 블레어 지음, 신수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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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낭만적이다.
잠 안 오는 밤, 잠자리에서 이불을 들추면 별빛 텐트가 된다?
환상적인 밤 풍경이 펼쳐지는 일러스트와 함께 신나는 모험 이야기는 언제나 멋진 아이템이다. 
혼자 잠들기 무서운 밤도 거뜬하게 이겨내는 그림책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힘껏 용기를 줄 것이다.
앗! 게다가 표지가 야광이라니...
오늘 밤에 당장 '별빛 텐트'로 떠나야겠다.

-앤디에게-
오랜만에 헌사가 있는 그림책을 만났다.
앤디는 작가에게 어떤 존재일까?
랜디스 블레어 작가는 현재 미국 시카고에 살고 있으며 《별빛 텐트》는 작가가 처음 쓰고 그린 그림책이라고 한다. 
고마운 사람들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역시 헌사에 담았는데, 이러한 감정들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다. 
여전히 어둠을 무서워하는 어른이라는 고백에 친근감도 느껴졌다.

"왓슨은 잠이 안 와요."

아이의 방 안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일러스트는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푸릇푸릇한 색감은 신비로우면서도 몽환적이다.
앞ㆍ뒤면지는 왓슨이 덮고 자는 이불의 패턴을 그대로 차용하였다. 

"가만히 이불 속을 들여다보니...
 별들이 가득해요."

기대하시라!
지금부터 꿈결같은 장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터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꿀잼 포인트는 역시 왓슨의 표정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왓슨의 눈꺼풀이 점점 내려가는 모습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

이번엔 내가 뽑은 최고의 장면이다.
탑을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서 마침내 탑 꼭대기에 올라선 왓슨의 시선을 따라 가노라면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 아래 온 세상이 한눈에 보인다.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관조의 세상이다.
이 느낌, 낯설지 않다.
가슴 벅찬 환희를 부르는 행복의 순간을 만끽하라!

비로소 이불 밖으로 기어 나와 잠에 빠져드는 왓슨의 모습을 바라보는 독자들의 눈꺼풀도 어느새 내려 앉기 시작한다.
우리 모두 걱정 없이 꿀잠 들기를...
그림책을 머리맡에 두고서 오늘 밤도 별빛 가득한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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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꽃이 될 수 있었던 건 미운오리 그림동화 7
히도 반 헤네흐텐 지음, 김여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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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그연 카페에 올라온 신간 리뷰 보면서 한눈에 홀딱 반했던 바로 그 책이다.
그림도 메시지도 너무 예쁘다.
덕분에 그림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언젠가 내가 던진 질문에 시큰둥하게 대답하던 남편의 목소리가 불쑥 끼어 들었다.
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없겠지만, 나 또한 꽃이 피는 것이 좋아서 가까이 다가가기를 즐긴다. 
그 작은 우주를 들여다보며 끝 간 데 없이 감탄하게 된다.

앞면지부터 감동이다.
'대지는 꽃 속에서 함박웃음 짓는다.'
우와~~~대박!
촌철살인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명언으로 시작되는 이 그림책, 내 맘 쏙이다.
벨기에의 위대한 그림책 작가 히도 반 헤네흐텐의 내면 세계는 단단하고 아름답다.
그가 그려낸 작품 속 캐릭터들 또한 지극히 사랑스럽다.

"엄마, 우린 왜 여기 서 있어요?"

"꽃은 세상에 아름다움과 기쁨을 선물한단다. 모두가 꽃을 사랑하지.
 그래서 우리가 여기 있는 거야."

그림책 속 화자는 이제 막 피어난 주홍 빛깔의 꽃양귀비다.
초여름의 들판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특별한 매력을 발산하는 꽃양귀비가 화면 가득 펼쳐진다.

"내가 꽃이 될 수 있었던 건..."
여기, 크고 화려한 꽃잎과 인상적인 꽃술을 가진 꽃양귀비 한 포기가 우리에게 슬몃 말을 걸어왔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씨앗 한 톨의 여정은 마침내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꽃으로 피어났다.
그림책은 꽃이 피는 과정을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시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앞면지부터 뒤면지에 이르는 동안 생명 순환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페이지를 넘겨 가면서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작동되는 다양한 에너지 및 개체 본질을 서사적인 맥락으로 꿰뚫고 있는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보이지는 않았다. 
소중한 마음을 품고 반복해서 읽었을 때, 어느 순간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 같은 것이 있었다.
'아무렇게나 저절로 피는 꽃은 없다.'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우리 삶 또한 그러하리라.
나를 이 세상으로 초대하신 부모님, 진실로 마음을 나누는 형제자매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친구들, 나의 영원한 보금자리가 될 자연...
그림책에는 이 모든 것들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우리 모두는 서로가 꼭 필요해."
마지막 문장이 그래서 더욱 뜨겁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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