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재판 봄날의 그림책 4
박윤규 지음, 이우일 그림 / 봄날의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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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재미있게 읽었던 전래동화 '토끼의 재판'이 2023 버전으로 새롭게 나왔다고 해서 매우 궁금하였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다르지 않았으나, 리듬감 넘치는 말의 반복과 흉내내는 말을 통해 구연과 낭독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니 흥미로울 수밖에...
과연 그러하였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아이들은 두말할 것도 없이 스토리에 푹 빠져들 것이다.
고릿적이라든가 허방다리, 괴나리봇짐과 같이 요즘 잘 쓰지 않는 말들 또한 호기심을 유발하며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만화적 디테일이 뚜렷한 일러스트 보는 맛도 최고~
'토끼 캐릭터 넘 귀여워!'
상황의 변화에 따른 인물들의 표정 변화를 살펴보는 것은 압권이다.
'살아 있네! 살아 있어!'
진정한 감탄사가 툭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토끼의 재판'에서는 당연히 꾀많은 토끼가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길 가던 나그네의 처지가 자꾸만 눈에 밟히는 것이다.

-"내가 호랑이를 허방다리에서 꺼내 주었는데 은혜를 갚겠다는 약속을 휙 내팽개치고 나를 꿀꺽 잡아먹겠다고 하는구나.
 이게 옳으냐, 그르냐?"-

왜 하필이면 내가 죽을 지도 모르는 그 길을 가야만 했을까?
힘껏 남을 도와주었는데, 오히려 나를 잡아 먹으려 드는 상대를 보면서 얼마나 억울했을까?
믿었던 참나무도, 순한 눈망울의 소도 내 편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더 이상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의 나락 속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그네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눈 앞에 맞닿은 공포감을 이겨내고 극적으로 내뱉은 말이 결국 그를 살려 내었다.

 -"아, 잠깐, 잠깐만!
   우리네 풍속에 삼세번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딱 한 번만 더 재판을 받아 보세."-

상상해 보았다.
만약 세 번째 재판관인 토끼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전래동화의 당연한 귀결이 아니라면 또 어땠을까?
삶과 죽음의 문턱을 드나들면서 작아지고 작아지고 또 작아지던 나그네의 모습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래서 나는 해피엔딩이 좋다.
토끼 덕분에 다시 일상을 되찾은 나그네를 위하여 만세!
또 다시 새롭게 읽는 옛이야기《토끼의 재판》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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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잇는 실 밝은미래 그림책 58
브룩 보인턴 휴스 지음, 이효선 옮김 / 밝은미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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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모두 다 아름다운 장면들이었다.
나 또한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실이 있다고 믿는다.
그림책을 통하여 정녕 이런 내 생각을 확인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두렵고 불안한 세상을 환히 밝히는 등불같은 그림책 이야기!

 "나의 마음은 
  언제나 
  너의 마음과 이어져 있어!"

고요한 시간에 혼자 읽어도 좋고, 공동체 속에서 함께 읽어도 좋겠다.
마음에 결기를 세우고 때로는 굳세게, 또 때로는 따스하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앞면지와 뒤면지는 똑같은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다.
사람들...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실은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데 다만 앞면지에서는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 하였다.
역경 속을 헤매이는 순간, 단절과 고립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할 때조차도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며 다정한 목소리로 격려한다. 

-너 혼자 길을 잃거나 외톨이가 된 것 같을 때엔
 보이지 않는 실을 기억해.-

곱씹어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이  아름다운 문장들을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그림책 전문을 필사해 보았다.
늘 가까이에 두고 매일 매일 소리내어 읽어 보기로 했다.
나 스스로 행복지수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을 따라 점차 확장되는 시ㆍ공간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우주 여행까지 경험하게 된다.
저 푸른 지구를 감싸고 있는 오색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참으로 특별한 일러스트가 아닌가!
그림책 속에서 꼭 확인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브룩 보인턴 휴스 작가는 내향적이어서 바깥에 나가 사람 만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알아 나간다. 세상은 아름답고 흥미로운 사람들로 가득하며, 그들과 인연을 맺는 일의 가치를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작가 소개글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소극적 성향을 극복하고, 진취적인 기상으로 세상과 소통하려고 하는 그 마음이 보이는 듯 하였다.
이토록 깊은 성찰이 우러나오는 그림책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내 주변의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그림책과 조우할 수 있기를...
그림책을 통하여 스스로의 믿음과 소망을 이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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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에버그린 - 두근두근 첫 심부름
매튜 코델 지음, 이상희 옮김 / 미세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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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경이로운 작품이다.
6개의 챕터로 구성된 그림책의 형식은 마치 고전의 향기를 입은 듯 예스럽다.
페이지를 넘겨갈 수록 예기치 못한 인물들의 등장에 극적 긴장감이 감돌고, 몰입도 높은 서사를 이끌어가는 작가적 역량에 엄지 척!
주인공은 겁 많은 소녀, 다람쥐 에버그린이다.

-에버그린은 침실 창문을 커튼으로 꼭꼭 가린 채 숨어 지냈어요.
 시끄러운 소리가 두려웠고, 낯선 동물하고 마주치는 게 두려웠어요.
 높은 곳이 두려웠고, 헤엄치기가 두려웠고, 병균이 두려웠어요. 그리고 폭풍우도요......
 에버그린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건 폭풍우였지요!-

글자없는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로 칼데콧 대상을 수상한 매튜 코델 작가는 동화 버전의 이번 신작을 통하여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장 하나라도 허투루 쓰이는 법이 없다.
착착 감기는 입말을 살려낸 문장력, 긴밀한 서사 구조,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져 놓은 복선은 몰입과 감탄을 끌어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기가 막힌 유머 코드를 기대하시라!
에버그린의 심부름 길 제 2탄이 곧 나올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이들 심부름에 관한 그림책은 의외로 많다.
그만큼 임팩트 있는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그림책 또한 '두근두근 첫 심부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내 어린 시절의 심부름 길도 두근두근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림책 속 에버그린의 심부름 길에 동행하면서 누구보다도 깊이 공감하였던 것 같다.
긴장감과 스릴 넘치는 에버그린의 모험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가장 스펙타클했던 제 '5부 곰' 이야기는 정녕 압권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림책 세상!
잠시나마 그곳에 머물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미안해, 에버그린. 어쨌든 네가 다녀와야 해. 오크 할머니는 많이 아프시고, 엄마는 여기서 메이플 아주머니의 발진을 가라앉힐 수프를 만들어야 해. 네가 두려워하는 건 알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나로서는 깜짝 놀랄만한 대화였다.
유난히 겁이 많은 딸 아이에게 위험할지도 모를 심부름을 이토록 태연하게 시킬 수 있는 엄마라니...
과연 보통 엄마가 아니다.

-엄마가 만드는 수프는 쌀쌀맞은 이를 다정하게 만들고,
 졸린 이를 번쩍 정신 들게 만들고,
 심술쟁이를 상냥하게 만들었어요.
 심지어 병든 이를 기운차게 만들었지요.
 마을에 사는 모두가 그걸 인정했어요.-

정작 주인공 에버그린보다도 더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재능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닮고 싶은 캐릭터이다.

그림책 덕분에 어린 시절의 향수에 푹 젖어들었다.
겁나고 두려울 때마다 나는 노래를 불렀다.
어두워진 골목길에서, 처음 만나는 여러 상황들에 부딪칠 때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는 노래를 불렀다.
노랫말 속에 담긴 서정적인 문장들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용기를 키워 주었던 것이다.
지금도 가끔씩 그 시절 즐겨 불렀던 동요를 소환하며 유난히 겁이 많았던 어린 나를 보듬어 주기도 한다.
겁쟁이 에버그린의 심부름 길에 기꺼이 동행하면서 좋은 추억 하나를 더 보탠다.
작가의 마음을 담은 헌사도 기억에 남는다.

'집 안팎의 모든 모험을 함께하는
 사랑스런 아들 딘에게'

가까이 두고 자주 만나고 싶고, 주변 아이들에게도 재미나게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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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낳은 흙 이야기 미운오리 그림동화 10
오니시 다케오.류사와 아야 지음, 니시야마 료헤 그림, 고향옥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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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데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흙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하여 궁금해 하지 않았었다.
흙을 밟고 서 있는 바로 그 순간조차도...
흙은 늘 그 자리에 그냥 있었거늘 '지구가 낳은 흙 이야기'라니 새삼스럽지 아니한가!
그런데 그림책을 읽고 나서는 솔직히 부끄러워졌다.
죽기 전에 누구라도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지구의 도움으로 살고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의 앞ㆍ뒤면지는 흙을 형상화한 그림이다.
크고 작은 덩어리들과 덩어리의 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덩어리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화산재와 먼지, 모래 알갱이가 뭉치면 점토가 되는데, 이 점토들끼리 서로 달라붙어서 크고 작은 덩어리를 만든다고 한다.
덩어리의 틈에는 물과 공기가 있고, 그 속에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웠다.
온갖 벌레의 똥과 죽은 나무와 풀도 자잘하게 부서져서 점토와 섞이면 더 큰 덩어리가 되는데 이 모두를 통틀어 흙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그림책의 화자는 내가 좋아하는 도토리나무다.
그래서 더욱 친밀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표제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도토리나무야.
 내 밑에는 흙이 있어.-

이제부터는 흙의 생성과정을 설명하는 본문 내용을 따라가 보자.

-지금부터 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길고 긴 이야기를 들려줄게.-

평소 내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이 아름다운 문장들에 이르렀을 때 가슴이 우렁우렁하는 듯 하였다.

-아주 작은 흙덩이 속에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은 작은 생물이 살고 있어.
 그 작은 생물들 하나하나가
 모두 숨을 쉬고 있어.
 흙도 숨을 쉬고 있지.-

흙의 경건함으로 인하여 참으로 겸허해진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문장은 또 있다.

-나는 원래 자그마한 도토리였어.
 내가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었던 건 흙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지금은 내가 흙을 만들어 내고 있어.-

흙을 만들어 내는 숲의 나무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당연히 흙 또한 사라지고 말 것이다.
흙은 위대한 모성과 같다.
수많은 생명을 품고 은혜롭게 성장시킨 뒤 죽은 생명을 다시 자신의 품으로 받아 들인다.
흙은 모든 생명의 발원이며 귀의처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으로 숲의 나무를 함부로 베어내거나 산불 등으로 인하여 삼림을 훼손시키는 일이 얼마나 무거운 죄악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그림책 속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장면을 소개하고 싶다.
처음에는 무심결에 그냥 넘어갈 뻔 하였는데 부록 페이지에 실린 오니시 다케오 작가의 글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이 책 26쪽과 27쪽에서는 지구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흙을 몇 종류 소개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구로보쿠토,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갈색 흙, 항상 얼어 있는 영구 동토, 그리고 열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색 흙입니다. 이렇듯 흙은 기후와 지형 등의 환경에 따라 색깔이며 특성 등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지구에는 다양한 흙이 있어.
 흙은 내리는 비의 양이나 날씨에 따라,
 그리고 장소에 따라 달라져.
 색깔과 촉감도 다 다르지.-

'고향 땅'이라는 동요의 노랫말이 생각났다.
언젠가 TV 화면을 통해서 본 실향민의 애절한 사연도 떠오른다.
고향의 흙 한 줌을 움켜쥐고 울부짖던 그 목소리가 새삼 들려 오는 듯도 하였다.
이처럼 흙, 또는 땅은 곧 우리네 삶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내가 죽고 사는 일은 내가 살고 있는 땅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오니시 다케오 작가의 힘찬 목소리를 빌어 갸륵한 나의 마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전하고 싶다.
"흙은 생물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지만, 한 번 잃으면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나무를 대규모로 베어 내거나 해서 흙의 덮개가 되어 주는 식물이 없어지면, 민둥 민둥 드러난 흙은 비바람에 쉽게 쓸려 갑니다. 거기서 흙이 다시 만들어지려면 터무니없이 긴 시간이 필요하지요.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흙이 만들어진 기나긴 시간을 상상해 보는 것은 우리의 삶 자체, 나아가 지구상에 살아가는 생물로서의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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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 먹을래? 미운오리 그림동화 9
수잔네 슈트라서 지음, 하린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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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캐릭터와 사려 깊은 문장으로 마음을 끌어당기는 수잔네 슈트라서 작가의 그림책을 좋아한다.
작가님과 함께 하는 미식 여행이라니 놓치고 싶지 않았다.
파스텔 톤의 사랑스러운 색감 또한 완벽하다.
먼저 면지부터 읽기!
앞ㆍ뒤면지는 화사한 주방 분위기와 함께 식사 전후의 모습을 깔끔한 이미지로 연출하고 있다.
이곳이 만약 내 주방이라면 내 점심 식탁에는 누구를 초대할 것인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오늘의 메뉴는 수프!
초대된 손님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한 가지씩 들고 와서 수프에다 넣기로 하였다.
표지 그림 속 등장인물들의 표정만 보아도 꼴깍 침이 넘어간다.
과연 어떤 맛일까?
사실 이 그림책은 요리 비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레시피도 없다.
다만 꼬마 요리사의 질문은 다섯 개의 식탁 자리가 다 채워질 때까지 계속된다.
"맛있는 수프를 만들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빨간 순무를 썩둑 썩둑썩둑 잘라서 냄비에 퐁당.
 뚜껑을 닫고 보글보글.

 초록 풀을 쭉쭉 쫙쫙 찢어서 냄비에 퐁당.
 뚜껑을 닫고 보글보글.

 나뭇가지를 우두둑우두둑 분질러서 냄비에 퐁당.
 뚜껑을 닫고 보글보글.-
 
다음 페이지에는 어떤 동물이 무엇을 가지고 올 것인지 궁금해진다.
호기심이 강한 아이들은 페이지를 미리 넘겨보고 싶어서 안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자꾸만 빠져들게 되는 스토리의 힘이 느껴졌다.
어쨌든 다양한 재료들을 자르고, 찢고, 분지르고, 툭 던져 넣고, 갈고, 휘휘 저어서 수프를 완성하였건만 그 맛은 우우웩!
"먹지 마, 돼지야!"
하지만 돼지의 반응은 의외다.
표지 그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돼지를 유쾌한 반전을 선물하는 캐릭터로 등장시킨 것이다.
돼지 만세! 
아니, 작가님 만세!

이토록 사랑스럽다니!
유아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훌륭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근한 동물 친구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 동물들이 좋아하는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 및 요리의 과정이라든가 식재료 등 파생되는 이야기거리도 풍부하다.
특히 리듬감을 살린 반복적 문장 구성과 생동감 넘치는 어휘 선택은 책 맛을 살려내는 최고의 비법이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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