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하고 지독한 냄새 구름 나무자람새 그림책 24
파블로 알보 지음, 구리디 그림, 문주선 옮김 / 나무말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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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방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여기에 주목하라!
처음에는 사실  환경 문제에 관한 이슈를 다룬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림책의 중반부에 이르면 상상을 초월하는 방귀 대참사가 벌어진 것을 목격하게 된다.
고약하고 지독한 냄새 구름의 실체는 다름 아니라 토마스가 오늘 아침에 뀐 방귀였던 것이다.

-이 모든 일은 몇 시간 전 토마스의 배 속에서 시작되었어요.
 토마스의 배 속에서는 무언가가 점점 커지고, 부풀고, 불어나고 있었지요.
 그 무언가는 토마스의 몸 밖으로 나오기 위해 갖은 애를 썼어요.
 그건 바로 방귀였어요!-

한 소년이 식사를 하는 앞면지의 그림이 이제서야 제대로 읽혀지는 순간이다.
탄산수를 곁들인 토마스의 아침 식사가 이 모든 참사의 단초가 되었다니...
어쨌든 토마스는 힘 닿는 데까지 방귀를 참아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썩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몸은 점점 더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토마스의 엉덩이 사이에서 나온 그것은 행복시 구석구석에 파고 들었어요.
 도시는 어린이의 울음소리와 이발사의 비명 소리, 장사꾼의 신음 소리와 버스 운전사의 고함 소리, 고양이의 멍멍 소리와 강아지의 짹짹 소리 
 그리고 어둡고 우울한 기운으로 가득 찼어요.-

우리 나라의 전래 동화인《방귀 뀌는 며느리》를 능가하는 위력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장은 재치가 가득하고, 상상의 날개는 극강의 잠재력을 과시한다.
과연 글 작가 파블로 알보의 특이한 이력에 눈이 번쩍! 
그는 구연자로 전 세계 이야기 축제에서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 들려주는 일을 기획하였고, 50여 권의 어린이 책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구리디 작가의 일러스트 또한 매우 독창적이다.
거침없는 선이 공간을 누비며 시선을 압도한다.
전반적으로 그림책 읽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특히 냄새 구름과 토마스의 관계를 아빠와 아들로 설정하여 대화하는 부분에서는 배꼽을 잡는다.

-"아빠......?"
 고약한 냄새 구름은 토마스의 눈을 보면서 말했어요.
 "아빠, 어디 갔었어요? 아빠를 찾아서 온 도시를 헤맸어요."
 "오, 나의 방귀 아들아, 네 덕분에 온 세계를 여행하고 왔단다."

토마스는 방귀를 뀌고 얻은 추진력으로 지구를 두 바퀴나 돌고 행복시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이 엄청난 방귀 이야기는 대체 어떻게 마무리되는 걸까?
그림책으로 직접 만나 본다면 더욱 유쾌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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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의 벚꽃 엔딩 초등 읽기대장
이규희 지음, 이지오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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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몰입하여 스토리에 푹 빠져 들었다.
해나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에 눈물이 핑 돌았고, 열한 살 이준이와 해나가 벚꽃이 피고 지는 동안 하나 둘씩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화사한 꽃잎처럼 예뻤다.

이규희 작가의 벚꽃 사랑은 특별하다.
동화 작가가 된 후 어느 날 문득 '내가 좋아하는 벚꽃을 소재로 예쁘고 달달한 동화 한 편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고 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이준이와 해나인 것이다.

나 또한 벚꽃을 좋아한다.
벚꽃이 피면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활짝 핀 벚꽃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낙화하는 꽃잎은 마치 눈송이처럼 아름답다.
꽃 구경을 나선 모든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황홀한 순간을 선물한다.

공공장소였던 폐교를 사적 공간인 집으로 탈바꿈시킨 이준이네와 오래된 기와집을 공유 장소인 한옥 카페로 전환한 해나네는 묘하게 대조적이다. 
이준이와 해나 역시 서로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다. 하지만 어느 틈에 둘은 차츰차츰 서로 좋아하게 된다.
이때 엄마 친구 딸 유리의 등장으로 인하여 작은 사건이 발생하는데, 적절한 갈등 요소를 한 스푼 얹어서 이야기의 재미를 증폭시킨 점도 눈여겨볼 만하였다.

이 동화는 판타지로 분류된다.
뺑소니 차에 치여서 5년 전에 하늘 나라로 간 해나가 좋아하던 벚꽃을 보기 위해  이 곳에 다시 찾아 왔다는 설정은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커다란 감동을 준다.
연분홍 벚꽃이 필 때면 일부러 벚꽃이 많이 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는 이규희 작가의 마음이 읽혀지기도 하였다.
한편, 이지호 그림 작가의 러블리한 샷은 이야기의 구성에 힘을 보태며 멋진 매력을 발산한다.
몽글몽글하고 밝은 이미지 묘사가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이준이와 해나가 숲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이 장면은 최고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자전거가 있는 풍경을 몹시 좋아한다. 그림이나 사진도 마찬가지다.

물론 벚꽃 그림도 참 좋다.
표지에서부터 본문까지 아무래도 이 책에서는 벚꽃 장면이 가장 많다.
그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이것이다.
하나 둘 떨어지는 꽃잎을 올려다보며 슬픈 표정을 짓는  해나, 그런 해나를 이해하지 못하여 서운하기만 한 이준이, 두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마음을 나누다 보니 슬몃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믿었던 친구였고 오랜 시간을 함께 했는데 난데없이 이별 통보를 받았다. 나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었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지금은 그저 우리 사이에 머무르던 공허한 시선들만 남루하게 남아 있다.
다행히 동화 속 이준이는 해나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마침내 둘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소중한 친구가 된다.
벚꽃이 필 때마다 이준이는 해나와의 즐거운 추억을 꺼내보게 될 것이다.
나 또한 문득 열 한 살의 나로 되돌아갈 수 있어서  즐거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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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고 작아져서 나무자람새 그림책 23
다비드 칼리 지음, 마르코 파스케타 그림,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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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마음 먹은대로 일이 술술 잘 풀리는가 싶다가도 생각지도 못한 악재를 만나면서 꼬여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이 또한 피할 수 없는 삶의 길이 아닌가!
작가는 이번 그림책 이야기를 통하여 변화하는 우리 삶의 모습을 직시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그림책의 전체 색감은 녹색톤을 유지하면서 갈색과 붉은 색을 가미한 스타일인데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많은 그림 작가들과 협업하면서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다비드 칼리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주인공 자코모는 어느 날 느닷없이 작아진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출근을 했지만 작아졌다는 이유로 회사에서는 해고를 당하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자코모는 점점 더 작아졌고, 급기야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길가의 풀들이 숲처럼 보였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 닥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로라와의 만남이 바로 그것이다.

-자코모는 다시 방향을 찾으려고 꽃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꽃 위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어요.
 이름은 플로라였어요. 플로라 역시 길을 잃었지요.-

플로라는 현실적이면서도 매우 지혜롭다.
"우리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 어째서 우리는 이제 우리에게 없는 걸 찾으려고 이토록 애를 쓸까요? 이미 우리에게 없었던 걸 찾았는데."

그림책은 아스라이 길 위에서 방황하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는 그들의 기대수준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 아닐까?
'일류병'이 사회 전반의 기류가 되면서, 보편적 삶의 가치에 대한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가진 것과 갖지 못한 것에 대하여 남과 비교하여 스스로를 폄하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잣대라는 것이 불행의 코드가 된 셈이다.

뒷표지의 코멘트에 주목하라!

 측정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측정할 수 없는 것도 있지요.

그러고 보니 자코모의 손에 들려 있던 자는 매우 유의미한 해석이 가능한 오브제다.
작아지고 작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자를 놓지 못하던 자코모는 다름 아닌 우리의 초상이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꼭 한 번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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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날아오르자 웅진 모두의 그림책 61
허정윤 지음, 이소영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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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판형에 고급진 디자인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외관이 훌륭한 만큼 그림책의 반전 또한 매혹적이다.
세월의 무게에 눌려서 줄이 끊어지고 버림받은 그네의 소망을 마침내 실현시켜주는 허정윤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아름답다.

그림책의 화자는 뜻밖에도 그네이다.
숲 한가운데 매여 있는 그네는 동물들에게도 인기 짱이다.
다람쥐가 맨 먼저 찾아왔다.

-너무 가벼워서 태워 줄 수 없구나.
 친구들과 다시 놀러 오렴.-

그래, 맞다.
누군가가 밀어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타기 어려워 친구와  함께 둘이서 더 재미있게 그네를 탔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그네는 분명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을 것이다.
이소영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그네 캐릭터의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애잔하다.
그네의 발판이 몸통이라니... 많이 아팠겠다.
팔 다리도 너무 가녀린데 그 숱한 무게를 어떻게 견디었을까?

그림책의 도입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네를 타기 위해   몰려와서는 저마다 한바탕 신나게 즐기는 역동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그네는 이처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놀이 기구이다.
그네의 맛은 그때그때 달랐다.
중독성 있는 매운 맛, 전율의 신맛,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짭쪼롬한 맛, 달콤하다가도 어느 순간 쌉싸름해지기도 하는...
나에게 그네의 추억은 그 모든 맛이 잘 버무러져서 행복 그 자체가 되었다.
이처럼 다정한 기억들을 불러오는 그림책 이야기는 시공간을 넘나든다.
누구라도 충분히 공감하며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흙발의 외로운 소녀를 비롯한 숲속 동물 친구들이 손에 손을 잡은 채 그네를 의지하여 날아오르는 표지 그림은 매우 인상적이다.
사회적 약자로 대변되는 이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누어 주려는 그림책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이제 날아오르자."

-자, 날아오른다.
 하나,
 둘,
 셋!
 어이쿠!-

그네줄이 그만 끊어져 버렸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소영 작가의 아름답고 독창적인 채색화와 함께 그림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절대 놓치지 말기를...
책을 다 읽고 나면 한 뼘 더 성장한 나의 내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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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저택
김지안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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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들이는 식물도 인연이 있나 보다.
장미 저택까지는 아니더라도 마당 한 켠에 장미 울타리를 새로 만들고 싶어서 이리저리 궁리 중이었는데, 마침 이 책을 만났다.
책을 읽고나니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내 곁에는 멧밭쥐들도 없는데...힝~누구든 도와 줘!

이야기는 앞면지부터 시작된다.
물론 뒤면지까지도 빼곡하게 채워지는 서사는 마치 선물처럼 달콤하다.
전체적으로 계절감이 뚜렷한 일러스트를 따라가다 보니 가을 그리고 겨울, 다시 봄을 지나서 여름까지 사계의 향연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다.
장미 향이 가득한 그림책의 표지 또한 압권이다.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다.

어느 가을날, 멧밭쥐들이 사는 마을에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서둘러 우편함을 향하여 뛰어가는 멧밭쥐의 모습에 눈길이 머무는 순간,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여러 가지 질문들이 떠올랐다.
우편함을 통하여 편지를 주고받던 옛 친구의 안부까지도...
이 한 장의 그림에서 추억, 그리고 호기심, 성실함, 귀여움, 진지함이 동시에 느껴졌다면 다소 과한 리액션일까? 
편지를 보낸 사람은 장미 저택의 관리인 멍멍씨였다.
멧밭쥐들에게 미미 씨의 장미를 돌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장미 저택은 멧밭쥐들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서 부지런히 장미를 돌보는 멧밭쥐들 , 그리고 눈 내리는 겨울에 마법처럼 피어난 장미 한 송이가 그림책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치트키 역할을 한다.

짜잔!
그림책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장면이다.
기대하시라!
대문을 열어젖히듯이 양쪽 페이지를 펼치면 환상적인 장미 정원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다양한 표정으로 축제를 즐기는 방문객들의 틈에 끼어서 향기 체험도 하고, 눈 호강도 하면서 즐거움을 한껏 누리고 싶어졌다.

장미 저택의 주인인 미미 씨가 좌절을 딛고 새롭게 도약하는 모습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최고의 장미를 만들어내겠다는 야망 대신에 꽃송이가 작더라도 모두가 함께 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넓힌 미미 씨에게 엄지 척!

역시 장미 정원의 최대 볼거리는 장미 버스를 탄 채로 통과하는 장미 터널이다.
-우아아아!-
방문객들의 탄성이 터져나오고 있지 않은가!

상상만으로도 놀라운 《장미 저택》 이야기는 회복과 치유에 관한 진실이 보물처럼 담겨 있다.
실물 그림책으로 꼭 만나보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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