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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평점 :
'이미' 충분한 고통이 '아직' 오지 않은 구원을 어떻게 소환해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소설!
개 다섯 마리를 끌어안아야만 견딜 수 있는 혹한의 밤.
삶의 동각에 통감하며 정면으로 마주하는 고통의 세계
고통을 끌어안은 질문, 외면할 수 없는 질문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당신의 자리는 지금 어디인가"
✔ 제목에 '개 다섯마리' 는 어떤 의미일까?
책을 계속 읽어도 "개"는 소설에서 한번도 나오지 않는데 이것으로 보아
제목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듯하다.
오스트리아 원주민들은 가장 추운 날을 다섯마리의 개를 끌어안고 자야 한다고들 한단다. 즉, 혹한의 밤을 말할 때 "개 다섯마리의 밤"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다섯은 생존과 관련 된 현실적인 의미, 그리고 반대로 현실 불가능함을 나타내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민은, 엄마가 마술사라면, 그래서 세상에서 꼭 한 가지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뭘 없애고 싶어? 하고 물었다. 그녀는 손바닥을 살짝 오므렸다. 피가 손금을 따라 진득하게 흘러내려와 손바닥 한복판에 고여들었다. 그녀는 물끄러미 그 피를 쳐다보았다. 엄마에게 그 질문을 던지던 순간 아들이 떠올렸던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서 꼭 한 가지를 없앨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세민은 무엇을 없애고 싶을까. 그 나이에, 열두 살밖에 안 된 나이에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하고 싶은 걸 곰곰이 궁리했을 아들을 떠올리자 온몸의 피가 싹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으로 벽을 짚었다. 곧 방에서 또 한 번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입술만 달싹거려 어제 아들 앞에서 하지 못했던 답을 말했다.
“네가 없애고 싶은 그것.”
_p.39
▫️12살 아들에게 물었다는 질문이 너무 상상이 되어 피가 오므라드는 느끼이다. 읽을 수록 한기가 느껴지는 소설. 개 다섯마리로 끌어 안아야 하는 한기같은 삶을 공감한다
이제 8월의 한 여름으로 가고있는 7월의 끝자락 즈음의 여름,
이 무더운 여름에 혹한의 추위를 느끼게 한 책 '개 다섯마리의 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오늘이 고통 스러울것이라는것을 알고 그 고통을 가늠하며 깨어나 몸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심장을 조여오는것만 같다.
지금의 고통을 이기기 위해 나는 가늠하기 조차 힘든 더 큰 고통을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
그들은 현실 가능한 이성적 판단에서는 나올 수 없는것을 초자연적인 무언가에서라도 구하려는 사람들을 상상하기란 참 혹한 경험이다.
등장하는 책 속의 인물들의 고통을 이해하기전에 나는 내게 묻는다
'이 정도의 고통에서의 구원은 있을까?'
'얼마나 고통 속에서 굴러다녀야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그들이 매일같은 혹한의 밤을 보낼때 나는 생각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추운 밤에 개를 끌어안고 잤대.
조금 추운 날엔 한 마리, 좀 더 추우면 두 마리, 세 마리.... 엄청 추운 밤을 그 사람들은 '개 다섯 마리의 밤'이라고 불렀대.
_ p.209
나는 누구에게, 어떠한부류에게 다르다는, 없다는, 약하다는, 비루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약점 앞에서 우월감을 느낀적은 없었는지 생각했다.
왜 없었겠는가. 참 그렇다...
책이 오자마자 읽어 책을 읽은 지 여러 시간이 지났는데도 책을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추워온다.
고통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구원해 주는 것은 무언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라고 그들은 믿는다.
그것이 이해되는 순간 어리석다 생각한 그들의 믿음을 응원 하기도 했던것 같다.
빈틈없는 구성에 나를 끝없는 고통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글들이,
마치 글이 살아 움직이는 얼음 가시같은 느낌에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까.
동 시대에 태어난것에 참으로 감사하다.
문학이란 계절도 바꾸는 마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