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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8월
평점 :
여기 메이 가 있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메이에게 어린 시절 앓던 폭식증이 재발하고
이러한 자신의 상황을 메이는 이해하기가 힘겹다.
나의 삼십대는 왜이리 무자비 한것인지,
왜 진심을 다할수록 어긋나는지 늘 두렵기만 하다.
한국에서의 삶은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나고,
세상이 늘 두렵기만한 메이.
그런 그녀가 저물녘에 숙소에서 나와 홀린 사람처럼 차문디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인도에서 수행을 하는 메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안간힘을 쓰는듯한 모습이다.
구원이란 있을까 싶은 막연함이 처절히 고통속에서 수행하는 메이의 모습에서 현실에 가득한 우리들의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번뇌를 보여주는듯 했다
메이는 왜 수행이라는 행위를 할까 싶을 그쯤이 되니 이것이 견디기 벅찬 힘듬속에 고통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내던져버릴 어떠한 에너지로 발산이 되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고통에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힘차게, 적극적으로 반응을 할까.
그리고 이것을 해소 하기위해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쏟을까.
죽을것 같은 육체적인 고행을 불사하고 오른 고통의 언덕에 올라 서서 지는 해의 찬란함을 보는 그것을 우리는 기대하며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가.
소설을 읽으면서 들었던 저 두가지의 생각은 아직도 잔상이 남아있는듯하다.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몸과 마음을 어떻게든 되돌려놓고 싶었다. 이곳에서 벗어나면, 이곳으로부터 멀리 떠나가면 달라지지 않을까,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곳 마이소르까지 왔다. 그러나 인도에 와서 메이가 절실히 깨달은 것은 자신의 본성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_ p.206
소설의 또 다른 인물 '케이'
메이가 인도에 도착했을 때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 있다.
바로 케이.
케이는 유명 여행작가로 그와 교류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돌아보기도 한다. 케이와 있을 때 메이는 가장 무언가 자신의 속을 꺼내어 놓는듯한 기분이였다.
그러나 그가 자신에게 큰 비밀을 숨기고 있었음을 메이가 알게 되고 메이는 케이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케이를 죽이고 싶었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를 죽여야만, 죽여버려야만 이 모든 분노와 절망과 갈등과 고통이 끝날 것이다. 죽이고 싶어, 죽여버리고 싶어……. 메이는 자기 안에 떠오르는 살의를 발견하고 그 충격으로 온몸을 떨었다. 이 살의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케이가 자신을 버리고 떠났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자기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명확하게 드러나 보였다. 그러자 갑자기 케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보아온 모든 사람들에 대한 증오심이 일었다.
_ p.267-268
이 일로 결국 메이는 자신을 힘들게한 모든이들에게 증오심을 갖게되고 죽이고 싶을만큼의 분노를 느끼게된다.
어떤 게 진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인지 모를만큼의 고통.
나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존재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진실에 대해서......
서른의 삶이란 어쩌면 자기내면에 있는 고통을 꺼내어 마주하게되는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것으로 부터 성장하여 부디 언덕에서의 찬란함을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지금의 삶을 살기위해 에너지를 사용 하기를 바라는 마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