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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타그램
이갑수 지음 / 시월이일 / 2021년 10월
평점 :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킬러 가족’.
무슨 말인고 하니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들의 조상은 대대로 나라를 세우는 것을 돕고, 종교를 전파하고,
교육기관을 만들고,
법률을 제정하고,
은광을 채굴하고,
농사 기술을 발전시키는.
즉 '좋은 세상' 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천 년의 실패 끝에 내린 결론은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
이다.
이 요상스러운 말에 대를 이어 사람을 죽이게 된 이 가족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이 가족은 철저한 역할 분담과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살인'한다. 할아버지는 독제사,
할머니는 폭파 전문가,
아빠는 자살 전문가,
엄마는 암기술 전문가,
삼촌은 근접 살인 전문가,
형은 사고사 전문가,
누나는 저격수.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그것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이 즈음 부터 너무 재밌다.
이 무슨 이런 가족이 다 있나 싶지만 작가가 만들어놓은 동화속으로 빠져든다.
이 가족들의 목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세상을 구하는것 같은 정의의 실현 과는 다르다.
의뢰를 받는 일들이 어쩌면 그리 사사로운일 이던지 한참을 웃었다. 마치 시트콤 아니냐며.
‘킬러’ 라는 위압감은 어디로가고
사사로운 의뢰들의 에피소드에 유쾌한 기분 마져 들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고,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낫고, 10년 뒤에는 훨씬 좋아질 거라는 전망을 하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는 발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은 내가 이 고장 난 세계에서 버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세상이 즐겁지 않다면, 내가 즐거운 이야기를 쓰면 된다. 즐겁게 읽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당신의 삶을 버티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_ 작가의 말
그렇다.
나는 이 소설을 즐겁게 읽었고
또 삶을 버티는 약간의 버닝을 선물 받았다.
아 세상 즐겁다 그렇지 아니한가.
🔹️본문중에서
할아버지는 독제사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할아버지의 독을 먹고 죽었다. 독을 만들 때, 할아버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이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의 효과나 은밀함 같은 것은 언제나 그다음이다.
“독도 음식이야.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맛없는 거라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이잖아.”
_ p.41-42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하는데, 한 사람의 킬러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협력해야 한다. 살인은 매우 극단적인 행위라서 억지로 시킬 수는 없다. 스스로 납득하지 않으면 절대로 킬러가 될 수 없다. 나는 별로 킬러가 되고 싶지 않고, 특히 근접 살인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너무 힘들지만, 이 세상에 킬러가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
_p.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