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젠가
이수현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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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젠가' 는 이수현 작가의 첫 단편집.
'시체놀이' 를 포함한 총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체놀이_
🔹️어쩌면 나는 시체 연기를 그만두고 싶은
어떤 이유를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내 삶인데도 나름의 핑곗거리가 필요했다.
돈 앞에서 나는 자꾸 작아지고 있었고, 꿈을 좇는 삶이 아닌,
되는대로 살아지는 생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_ p.49

 반복되는 취업 실패를 겪으면서 꿈을 꾸며 그것을 이루려 노력하는 삶이 아닌 되는대로 살고있던 주인공의 이야기.

✔ 유리 젠가_
🔹️바다의 꽃이라고 불리는 산호초와 아름다운 물고기 무리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렇게 유유히 흘렀다. 이보다 더 평화롭고 안온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무리에서 길을 잃은 물고기 한 마리가 빙글빙글 한자리에서 돌았다. 보기엔 그저 맑고 투명한 유리와도 같았던 그 세계가 날카로운 파편을 여실히 드러냈다. 살아가는 세상에선 쉬이 발견하기 힘들었던 푸른색의 우아한 산호초, 그리고 그 풍경에 속아 증발해버린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그려졌다.
_ p.96

30대 후반 직장인 소영.
연인과의 권태기에 힘들어한다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 있을까. 유리처럼 빛나면서도 깨어질까 위태로워 보이는 사랑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 달팽이 키우기_
🔹️누군가 사랑의 정의를 다시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대를 위해 뭐든지 내어줄 준비가 되어있을 때 사랑을 하세요. 그의 무신경을, 무기력함을, 짜증을, 고통을, 비난을 받아줄 수 있는 성인군자라면 언제든 사랑을 시작하세요. 어쩌면 나는 그를 위해 내어줄 마음의 공간이 없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달팽이는 그렇지 않았다.
_ p.114

좁은 원룸..
코로나로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고있는 연인.
공허한 공기만이 가득한 그들의 공간에 들어온 작은 생명체 달팽이는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한다.

✔ 발효의 시간 _
🔹️마음의 반죽처럼 둥글게 부풀어 발목까지 쌓인 눈 위로 아직 그 누구의 발자국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_ p.171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
정성을 담은 삼 대의 빵 반죽.
그들의 이야기들 속에서 느껴지는 흔들리지 않는 삶을 보게된다.

▫️자신의 삶을 만들고있는 청춘들의 쉽지만은 않은 인생.
그들에게는 지금의 어려움들이 삶의 전부인것 처럼 느껴질것이다.
그들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는 책인것 같아 참 마음 따뜻하다.
어쩌면 지금 그 걱정들을 커튼을 슬ㅡ 걷듯 걷어내면 견뎌볼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름답고 눈부신 청춘.
암막 커튼을 걷어내고 유리같이 반짝이는 빛을 보고 싶다면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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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김남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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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작은 호의를 주고 받으면서 그렇게 힘을 얻게 되어 살아가는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여행가의 이야기다. 코로나19로 세상으로부터 발이 묶인 2년.
그 동안 가까운 곳에서의 일상과 사람을 관찰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나는 여행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다.
여행이란 지금 있는곳으로 부터 멀리 떨어져 어디론가 훌훌 털어버리듯 가는것이라 여겼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조금 바뀌였다.
가까운곳으로의 여행.
일상속에서의 관찰로 부터 시작되는 여행.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오는 따뜻한 사람들의 호의.
그것을 느끼는것도 여행이구나 싶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느끼면 가까운곳도 새로운곳 처럼, 또는 잘알던곳도 내가 그립게도 가고 싶었던 여행지 처럼 느껴질 수 도 있겠구나 싶었다.
어쩌면 그것은 삶은 여행이라
그 여행길에서 마주친 여행객들과의 따뜻한 호의로 얻어진 선물같은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이 여행에세이로 특별한것은
일상에서 주는 소소한 부분부분들이 여행의 감성을 소환하고 거기서 우리는 여행의 고픔을 달랠 수 있게 되는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딜 멀리 떠나 전혀 다른 경험을 해야지만 그것이 여행이라 생각했던 내가 바보 같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인생 그 자체가 여행이 아니던가.
소소한 그 여행의 향기 속에서 나는 살아가는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서 이 인생의 여행지에서 나에게 주는 주변인들의 호의는 참 필요한 부분이며 위로이고 감사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 또한 저자 처럼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본문중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뜨거운 불이기보다는 따뜻한 온기가 되고, 서로로 인해 각자 쌓아온 생각의 성이 무너져 세계가 더 넓어지고,
서로에게 기대어 더 용감해지고 착해지며,
기쁨과 웃음만이 아니라 슬픔과 눈물도 끌어안으며,
격정보다는 연민으로 서로를 품고, 내일을 계산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오늘을 충실히 누리며,
있는 힘껏 다정함으로 서로의 삶을 충만하게 채우는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_ p.72

일상 속에서 여행자의 감수성을 소환해낸다.
산책을 하다 늘 걷던 길이 아닌 처음 가는 길로 방향을 바꿀 때,
서점에서 내가 모르는 저자의 책을 넘겨 볼 때,
동네에 새로 문을 연 카페에서 첫 커피를 주문할 때,
그 모든 순간이 내게는 여행의 순간이다.
_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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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혼자 여행은 처음이지? - 여행 좀 해본 언니가 알려주는 슬기로운 여행준비
김남금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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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코로나19' 가 될정도가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이 참 아쉽다.
그러나 이제는 여행의 욕구를 참다참다 참다못해 그 욕구가 슬그머니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도 여행에 대한 갈망을 싸그리 잠재울 수 는 없고 또 언젠가는 상황이 좋아지면 여행은 우리 인생에어 뺄래야 뺄 수 없는 행위로 우리는 여행을 즐기고 있을것이다.
예전 우리 부모님들의 세대에는 패키지여행이나 관광상품을 선호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리고 앞으로는 자유여행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어쩌면 이 책이 딱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 그것이 처음, 그리고 해외 라면 항공권 구매 후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 난감할때가 많다.
이 책에서는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이 유창한 언어나 정보가 아니라 즐길 수 ‘배짱’이 라고 말한다.

'어서 와, 혼자 여행은 처음이지?'
이 책에서는 유럽 배낭여행을 시작해서 30개국을 여행했던 시간들이 담겨져있다.
그곳에서의 시간들에서 겪었던 여행 이야기가 재미있게 담겨있다.

저자가 말한 '배짱'은 직접 부딪쳐보는 것이다.
홀로 여행 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많은것들을 부딪힐 수 있는 배짱.

이 책은 나에게 맞는 여행법을 안내하고,
여행 후에도 일상 여행자가 되는 법을 소개한다.
혼자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이들에게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준비해야할 여행 준비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가 말하는 여행이란
'조용한 혁명' 이다.
나에게 시작될 조용한 혁명을 불러일으킬 준비하게 된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 한다.

🔹️본문중에서

👉 “내가 가장 부러운 사람은 처음 여행하는 사람이야. 모든 게 다 처음이니 얼마나 흥분되고 재미있겠어.”
처음은 실수투성이지만 흥분 지수는 최고치이다. 자유여행을 떠날 그대여,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아는가?

👉 해를 마주하고 올라갈 때 안 보였던 풍경이 해를 등지고 내려오니 보였다. 그 순간 내가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잊고 멈춰 서서 햇빛으로 넘실거리는 거리를 바라보았다. 스마트폰에 곧 사라질, 단 한 번밖에 없는 아름다운 순간을 담았다. 이 사진을 보면 그날의 기분이, 뚜껑을 꼭 닫아두었던 기억 상자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짧지 않은 여행으로 차곡차곡 쌓인 피로를 이기며 낯선 도시의 골목길을 헤매었던 날.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다는 생각에 영혼이 잠식되려는 순간, 별것 없지만 특별한 풍경의 맛을 찾아내고 다시 걸어갈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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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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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다섯.
사실 이 정도의 나이의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시간들을 통해
자신만의 취향, 방식, 고집들이
생긴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 방식들과 사고들이 바뀌기 보다 고착되어진 나이가 아마 이쯤 아닐까 한다.
소설의 주인공 마흔 다섯 수잔 그린.
그녀만의 ‘방식’이 조금은 별나다. 원칙주의자, 성향도 차갑고 건조한 말투에_왠지 말투도 그럴듯.
마음을 닫고 사는 그녀.
사람들은 그런 그녀가 어렵고 불편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성향들의 사람들이 그렇듯 수잔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스스로를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외적으로도 이정도면 괜찮다 생각하며 경제력도 갖췄기 때문에 소위 말해 아쉬울게 크게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알지 않은가.
인생은 '이쯤이면 괜찮다.' 라는 그런 생각을 가질때 또 이때다 하며 사건이 생긴다.
수잔 그녀도 인생의 두 가지 사건을 맞이하게 되고 그러면서 이 소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엄마의 죽음, 그리고 원치 않았던 ‘엄마’가 되는 것.
또 고향 버밍엄에서 알게 되는 진실들이 수잔을 흔들게된다.
그리고 여기에 롭, 괜찮은 남자가 등장한다.

여기서 남자의 등장으로 변화가 시작되는 부분이 나왔을때
'내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생각을 안해볼 수 없었다.

'인생은 그런거지.'

'캑터스' 이 소설은 자신만의 굳혀져있던 인생관에서 나올 생각이 없었던 수잔을 통해 용기 있게 ‘나’를 사랑하는 법과 세상과의 더불어 함께하는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어른들의 성장 스토리다.

'캑터스' 는 유쾌하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작가 사라 헤이우드의 데뷔 소설로 출간 즉시 15만 부 판매, 15개국에 판권 계약된 화제의 소설인데 거기에 리즈 위더스푼이 운영하는 독서 클럽인 ‘헬로 선샤인’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며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화도 결정된 상태다.
독서클럽 이라니~ 리즈~ 그녀는 사랑스럽다.

어른의 유쾌하고 용기있게 나를 사랑하는 성장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본문중에서
“요즘 동화의 결말은 다양한 내용으로 바뀌었어요. 공주는 왕자와 함께해도 괜찮고, 하인과 함께해도 괜찮고, 혼자의 힘으로 극복해도 괜찮아요. 또 다른 공주와 사랑에 빠지거나 고양이 여섯 마리를 키우며 살아도 되고, 자기가 왕자가 되겠다고 선언해도 돼요. 그렇다고 해서 더 페미니스트라거나 덜 페미니스트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단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그대로 살아가는 게 중요해요.”
_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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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농담
김준녕 지음 / 채륜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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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농담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농담이지만 분명한 가치가 존재한다.
그야말로 고품격.
역시 글은 잘 쓰고 봐야하는것인가 싶다.

"여기 적힌 글들은 소설이 되지 못한 저의 파편들입니다.
동시에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파편들 치고는 꽤나 갖고싶은 조각들이다.
파편이라고 한 이 글의 조각들을 손에 쥐고 폈다 쥐었다하며 오래오래 만지작거리며 사유하고 싶어진다.

작가라는 직업은 참 부러우나 그 직업을 소원하고 소망하기에는 (재능이 없을 뿐더러) 그것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것들을 포기하는것이 쉽지 않을것 같다.
그러니 그 어떠한것을 포기하고 작가가 된 그것은 참으로 귀하다.

쓰는 자유, 그 자유 안에서 펼치는 생각들을 전하고 나누는것.
그것은 생각만으로 굉장한 환상적인 일이다.

'소설가의 농담' 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농담속에 깃듯 사유의 그릇을 보며 생각했다.
글쓰는 이들의 시선이 머무는곳은 무엇이든 창조되고 재창조가 될 수 있게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이다.

소설가의 웃자고 하는 소리,
농담.
그 농담이 오늘 나를 새롭게 한다.

🔹️본문중에서

오룡차의 인기가 높아지자, 대만에서는 비슷한 청차를 우롱차라 부르며 세계에 수출했다. 그렇게 우롱차는 청차 그 자체가 되었다.
나도 이 예시를 받아들여 가명을 하나 만들까 싶다.
하루키가 아니라 하로키로,
김영하가 아니라 김일하로,
정세랑이 아니라 정새랑으로.
물론 웃자고 하는 소리다.
_ p. 13「우롱차」 중에서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포기가 필요했다. 돈, 권력, 건강, 그리고 안정된 삶부터 결코, 누구 하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기회까지.
이렇게 포기해서 얻은 것은 단 하나.
쓰는 자유였다.
_ p. 87「룸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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