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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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正義에서 벗어남으로써⠀
정의定義에서 탈출하다'⠀


▫️'아련함'
아련함 이란 이런것일까.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작가의 유년기부터 서른 즈음까지를 회고하는 3부작 중 첫번째 책 이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시작하지만 냉정함을 가진 글에 나는 사실 조금 놀랐다.
스스로의 결점들을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에 아무런 판단도 덧붙이지 않았던것에 놀랐다.
이러기란 쉽지 않음을 나는 알고 있기에 감정적인 판단이나 결론이 없다는것이 놀랍다.
그러니 나로 하여금 공감을 더 불러일으킨것이 아닐까 싶다.

아름답지만 무겁고 또 무감각 하다.
그렇지만 글에 리듬이 있어
작가의 상처를 공감하기 부족함이 없다.
몽상에 잠겼던 어린 시절을 표현하는 디틀레우센은 아이의 마음을 읽게했다.
꽤나 길고 아름답게 이어진 길을 함께 걷는듯 했다.
타인보다 더 냉정하게 관찰한,
그렇지만 아름다웠던 그 어린 시절을
작가와 함께 나는 기억한다.


🔹️본문중에서

나는 컵들을 부엌으로 내갔고,
내 안에서는 보호막 같은 길고 신비로운 말들이 서서히 마음을 가로질러 가기 시작했다.
마치 노래나 시 같았던 그 말들은 위로가 되고 리드미컬한 데다 굉장히 깊은 생각을 담고 있으면서도 절대 고통스럽거나 슬프지는 않았는데, 그건 내가 이미 오늘의 나머지 시간들이 고통스럽고 슬플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였다.
_ p.12

어린 시절은 관棺처럼 좁고 길어서, 누구도 혼자 힘으로는 거기서 나갈 수 없다.
그것은 늘 그 자리에 있고,
모두가 그것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_ p.46

나는 창턱에 있던 제라늄 화분들을 옮겨 놓고는 아기별이 초승달 요람 위에서 빛나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초승달 요람은 흘러가는 구름 사이에서 부드럽고 조용하게 흔들린다.
나는 너무 자주 읽어서 긴 단락들을 통째로 외운 요하네스 빌헬름 옌센의 「빙하」에 나오는 몇몇 구절을 혼자 거듭 읊어 본다.
‘그리고 이제 저녁 별처럼, 그러고는 아침 별처럼, 어머니의 가슴에서 살해당한 소녀가 빛을 낸다. 끝없는 길 위를 홀로 헤매며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의 영혼처럼, 하얗게 자신에게 몰두하는 것.’
_ p.167-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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