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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평점 :
1968년.
뉴욕의 명문 대학으로 탈출하듯이 온 ‘나’ 조지.
상류층 백인인 앤.
그 두명은 기숙사 방을 함께 쓰게 된다.
자신과 “최대한 다른 세계에서 온” 룸메이트를 부탁했다는 앤.
그렇게 만나게 된 조지 에게 엄청난 우정을 퍼붓듯이 한다.
입학을 하면서 부터 앤은 좌파 운동에 가담하고, 진보적 가치를 좇는다. 소설 속에서 저런 부분이 나올때마다 1960년대 말의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 미친듯이 몸부림을 치는 학생들의 분위기를 실감하게 되었다.
그런 사회 속에서 두 학년을 보낸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이유로 대학 교육에 회의를 느끼고 학교를 떠난다.
언제나 그렇듯 사회 운동에 헌신적인 앤의 모습.
잡지사를 다니며 생계를 이어가는 나, 조지.
이 둘우 조금씩 멀어지다가 앤의 흑인 애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크게 싸우게 되면서 연락을 끊게 된다. 시간이 흘러서 앤은 경찰 살인죄로 신문 헤드라인에 나오게 되고 그러면서 나, 조지의 인생에 앤이 다시 들어오게 된다.
이 둘은 상반되지만 그 만큼 또 서로가 운명인듯한 우정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복도 위아래로 많은 룸메이트들이 깊은 밤까지 깨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눈은 새벽을 맞이하지-딜런.)
나의 경계심이 풀리고 저항력이 약해지는 건 이런 시간들이었다. 무엇보다 피곤하고,
깊은 밤과 음악과 앤의 조용한 목소리가(나는 어둠 속에서 그의 가늘디가는 입술이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내게 마법을 거는 시간.
마법이라고 한 건,
사실 앤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_ p.26~27
앤의 이야기가 마법 같다고 한 조지.
이것만 보아도 인연을 넘어선 운명같은 생각이 든다.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였던 여성들의 우정이란 말에 가슴 뜨거워지는것은
그녀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나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는 생각때문이다.
물론 사회적 분위기가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도 지금 참 요란한 사회를 살아내고 있지 아니한가.
가끔 '시절' 이란 단어를 쓴다
그 단어는 요상하게도 옛우정을 불러온다.
우정이 없으면 못살것 같았던,
그러면서도 그 우정의 상대가 이해되지 않았던,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그 뜨거웠던 우정이 그리워지는,
지금 다시 만난다면 손을 잡고 눈물 글썽이고 싶은 뜨거운 우정.
뜨거운 시대.
두 여성의 엇갈리는 삶과 우정의 연대기가 오늘 나의 가슴을 건드는 이유는 나 또한 조지 였기 때문이 아닐까.
'1968년 가을,
나는 그애를 만났다.'
뜨거운 시대에 두 여성의 엇갈리는 삶과 우정연대기...
그것은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그 시절의 조지와 앤을 만나기 위해
1968년의 조지와 앤을 만나 본것 같은 운명적인 느낌은 시그리드 누네즈가 준 선물일까.
나의 앤은 지금도 이 사회에 뛰어들어 무언가 해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 본문중에서
어린 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에 대해 알게 됨과 동시에 자신이 그 악의 원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누리는 온갖 멋진 혜택들과 좋은 것들이 자신보다 운이 좋지 못한 타인들에 대한 착취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그가 자라난 60년대라는 시대의 가르침이었다.
_ p.340
“사랑 때문에 죽는 사람은 영화에서 말고는 없다.” 아주 유명한 프랑스 로맨스 영화에 나오는 대사예요. (사실 난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죽는다고 생각해요. 아주 천천히 죽어서 그렇지.)
_ p.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