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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
정소연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
제목부터가 SF 스러운 이 책은 일간지와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 국내외 고전, 현대 SF 소설에 실린 옮긴이의 말이나 해설을 새롭게 다듬고 정리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사회적 발언을 하기란 쉽지않다.
사회적 발언은 이쪽이든 저쪽이든 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사회적 발언을 아끼지 않는다.
행동하며 현장에서 차별과 혐오를 마주해 짚으며 우리에게 일러준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하는듯 하다. 노동, 인권, 젠더 같은 사회적 이슈에 관해 날카롭고 틈새없는 시각과 시선으로 들여다보며 성찰이 필요한것에 대하여 주저없이 성찰한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_사회에 만연한 노동과 인권에 대한 무지와 착취의 기록
2부_ 여성 변호사로서 겪어야 했던 일과 그에 대한 생각 수록
3부_ ‘과학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과 미래의 상(像)
나는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순간 이미 마음은 작가와 함께 연대 되고 있음을 느낀다.
불평등이 그저 습관처럼 젖어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참 신선하게 느껴진다.
내 마음, 내 의식도 신선함을 유지하려면 성찰하고 또 행동 하여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할 수 있겠지.
🔹️본문중에서
쉽다고 틀린 길이고 어렵다고 옳은 길이 아님은 당연하다. 그러나 성소수자 혐오는 틀린 길이다. 오늘 한국에서는, 틀린 데다 쉽기까지, 염치없게도 참으로 쉽기까지 한 길일 뿐이다.
_ p.35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려면 끝없이 힘을 내야 한다. 내가 하는 거의 모든 사회적 발언에 ‘여자니까’라는 해석이 한 겹 더해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에서 말하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이 각오를 하고, 그래도 다음 세대에는 여성 한 명의 자리가 더 있기를 바라며 말하고 또 말하는 것이다. 세상이 듣지 않을 수 없을 때까지.
_ p.136
우리는 죽어서 지옥 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애당초 여기가 지옥이다. 이 끝없이 닥쳐오는 혐오의 파도를 맞고 서야 하는 바닷가가, 2021년 대한민국이, 지옥이다. 나는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차별 없는 세상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차마 그렇게 큰 꿈을 가질 수가 없다. 우리가 살아서 이 지옥에 함께 머무르기만을, 그것도 간신히, 바라며, 억지로 숨을 쉬고, 손을 잡고, 발가락에 힘을 준다.
_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