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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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부터 발칸.
국가폭력은 세계곳곳에서 반복된다.
그것이 어떠한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아픔이다. 소설에서는 그 옛날 4.3을 불러와. 우리시대에 이르기까지도 끝나지 않은 지금도 진행되는 이야기들이다. 희생자의 고통을 모르니 우리는 무감각한 고통 앞에서 소리없는 울음을 외면 하는 듯 해서 마음이 아프다.
전쟁. 그것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만큼이나 위협적이고 잔인하며 고통스럽다.
흩어져야만 하는 가족에 떠도는 사람들.
자신이 보는 앞에서 총살 당한 아내를 평생 잊지 못하는 남편.
평범한 유학생에서 간첩단사건의 일원으로 되어버린 작가의 날카롭지만 바람이 이는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찌른다. 외면해왔던 나의 모습에서 무지함에서 비롯된 부끄러움이 올라온다.
국가폭력에 대한 분노와 탄식으로 얼룩질것만 같았던 책은 치유와 화해의 색으로 채워진다.
우리가, 내가 함께 알아 그것을 기억하고 이해하며 연대 할때
우리는 그것을 멈출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국가폭력의 희생과 피해 앞에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울컥함을 느낀다.

🔹️본문중에서

“너는 누구니?
나는 너에게 누구였니?
그대로 덮어버릴 생각도 했다. 나 자신을 속이는 것은 내게 익숙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안 되는 게 있었다.
보이지도 않고 형태도 없던 것들이 부득부득 되살아나 밭을 걸었다. 마음을 연다는 게 대화가 통한다는 게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해주었던, 대책 없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던 말들. 말은 비눗방울처럼 둥둥 떠다녔다. 나는 비눗방울에 걸려 넘어졌다.
그때 누나라고 부르던 상운이 떠올랐다.

형이 안기부에 끌려간 것 같아요.”
_ p.69

“강간은 전쟁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전략이지. 특히 전선이 민간인 지역으로 확대되면 집단 윤간은 내부 결속을 다질 뿐 아니라 굳이 총칼을 들지 않고도 마을을 점령할 수 있는 무기거든. 그 어떤 화력의 무기보다 효과만점이지. 집이고 뭐고 다 버리고 도망가버리니까. 게다가 그들이 우월하다고 믿는 씨도 뿌릴 수 있잖아. 그토록 우월감에 넘치는 민족이라니. 그게 바로 나야.”
_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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