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이어 말한다 -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이길보라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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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난다. 사회에 대한 화가 났다.
물론 그런줄 알고 있고 그렇다더라 로 치부했던 일 들이 '당신을 이어 말한다' 를 읽고 다시한번 확인 하면서 화가 났다. 미라클 모닝의 잔잔한 아침명상은 사회에 대한 화로 치닫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해방 서사?'
무엇으로 부터 해방 한다는 걸까?
궁금증은 있었지만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해방 서사.. 나도 이 사회로부터 해방 되고싶다.

이 책의 저자 이길보라는 코다다. 농인 부모를 둔 청인을 가리키는 말인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그리고 같은 제목의 책을 통해 코다의 존재를 말해왔다.
장애인 부모의 자녀라는 이유로 학창시절에 재력가로부터 매달 10만 원의 후원을 받았던 저자는 늘 칭찬받던 훌륭한 모범생이었는데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여행을 통한 대안교육을 택하게 되면서 지지와 후원이 중단된다. 그 당시 후원자는 역정을 내며 “네가 부모를 보살펴야 하지 않냐. 여행은 무슨” 이란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전까지 매달 도와준것에 부질없게 이런 말 뭐하지만 꼴랑 10만원 주면서 엄청 갑질 떨었다 싶다. 그 탓에 오랜 시간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있었던 저자는 이제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내가 궁금 했던 바로 ‘장애해방’ 서사를 말한다. 바로 자신의 '해방 서사' .
그때의 그 일은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닌, 후원자가 바랐던 ‘장애인의 착한 자녀’라는 역할 모델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그렇게 그런 불편한 마음에서 해방을 하는것이다.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를 가졌는데도 불구하고’라고 말하는 ‘장애 극복’의 서사는 무언가가 결여된, 온전치 않다 라는 꼭 그것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바라보는 그러한 시선에서의 극복, 해방이다.

'장애학을 접하고 ‘장애해방’ 서사를 알게 되면서, 이길보라는 내가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만든 ‘장애 극복’의 서사가 문제임을 알게 된다. '

나는 여기서 '장애해방 서사' 는 장애인의 삶만을 바꿀까?
해방의 서사는 사회의 고정관념과 사회에서 어떠한 모델을 두고 강요하는 역할 수행_장애인의 자녀는 착한 학생 이라는 모델에서의 역활 수행 같은?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왜? 왜 그래야만 하지?' 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장애인과 그 가족뿐 아니라 비장애인 모두에게 해방감을 주는 것이다.


▫️저자는 코다 이기도 하지만 여성 이기도 하다.
이길보라는 낙태에 대한 감정이 왜 항상 여성들의 죄책감과 수치심이어야 하는지 묻는다. 낙태가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에 의해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몸에 관한 감정을 자신 스스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2020년 12월 31일이 되면서 낙태죄는 자동 폐기되었지만 관련된 필요한 법규들은 여전히 공백 상태.
이런 문제들과 성폭력, 불법촬영물 같은 주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말하고 글쓰기를 해온 저자를 보며 누군가는 굳이 이런 글까지 써야 하냐고,
“몸과 마음이 너덜해진 경험을 구구절절 토해내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냐고”
질타를 보낸다. ( 젠장할 누구냐! ) “앞으로 큰일 하려고 할 때 발목 잡힐지도 모르는데” 말을 아껴야 하지 않느냐고 충고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럴때에 저자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고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말하기와 글쓰기를 계속 이어갈것이고 그렇게 어떤 이를 이어 자신이 말했듯이 다음 사람도 이어 말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여기서 이 책 제목인 '당신을 이어 말한다' 가 나온듯 하다.



🔹️없던 길을 만드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무언가를 선언하는 사람들, 발화되지 않은 것을 발화하는 일, 선언하는 행위로서 말해지지 않은 것을 실재하게 하는 일. 누군가는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것이라 폄하하겠지만 우리는 안다. 말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는 분명히 다르다는 걸. 선언하고 호명하면 누군가가 말한다는 걸.

- 본문_우리는 이기고 있다_중에서



모든 글쓰기의 과정과 고민들에 여성들의 정치적 말하기와 글쓰기의 연대가 분명히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될것이라고 전하는 저자의 마음이 와닿았다.

▫️이길보라는 10대 때 학교를 그만두고, 동남아시아 여행을 했다
이후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소셜 펀딩을 통해 네덜란드로 유학을 가 네덜란드필름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한다.
자신의 길에 소신을 가지고 용기 있게 살아가는 여성들이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함께 글을 쓰고 서로 연대 하기를 말하고 있다.
사회에서 말하는 어떠한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인생, 성공한 직업에 따른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멋있게 걷는 삶에는 용기 있는 말하기와 함께하는 글쓰기가 있다.
그들의 말함 과 글쓰기가 이어져
서러를 응원하는 아름다운 연대로 더불어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내가 코로나 백신 접종의 부작용으로 화가 치솟는 줄 알았다.
이 사회에 대한 화가 화로 그치는것이 아니라 함께 말하고 함께 쓰는 아름다운 연대가 되기를 소망한다.
제발 하나 되자. 그리고 우리들의 연대가 세상을 바꾼다는것을 믿고 함께 용기를 내자.


"홀로 글을 쓰는 건 세상을 천천히 바꾸겠지만 더 많은 이들이 글을 쓴다면 세상을 조금 더 빨리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세상을 다채롭게 한다면 그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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