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귀신이 되다
전혜진 지음 / 현암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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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은 경남 밀양 이다.
그곳은 아랑 전설이 내려오는 유림 지역으로 권선징악에 정조를 굉장히 따져 내려오는 지역이다.
아랑 전설 또한 여성이 귀신이 되어 억울함을 호소하던 전설로 아랑의 넋을 기리기 위해 아랑제를 지내며 그 아랑제 시기에 미인대회 아랑을 뽑고 학생들은 아랑제에 등불을 밝히는 춤사위를 연습하는 등 나름 큰 지역축제를 오늘날까지 해오고있다. 지금은 종교계의 마찰로 밀양아리랑축제 라는 명칭으로 개최되고있으나 원래는 '아랑제' 귀신이 된 여성의 혼을 기리는 제사 였다.
나는 어릴적 부터 참으로 궁금했다.
'왜 귀신은 전부 여자지?'
대부분의 전래동화의 한국 귀신은 원한을 품은 여성 이다.
아랑이 그렇고, 장화 홍련이 그랬고 전설의고향에 나오는 귀신들이 그러했다.
모두 한을 품고 죽어 귀신이 되었다는데 왜 다 여성 일까.


▪️° 우리나라 속 전통적으로 처녀 귀신은 살해당했을 당시의 모습으로 나타나 똑똑하고 용감한 사대부 원님에게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한다. 아랑이나 장화 홍련, 전설의고향 할것없이 거의다가 훌륭한 원님이 귀신의 한을 풀어주고 나서 평화를 되찾고 그 원님은 큰 상급을 받거나 출세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여성, 귀신이 되다' 이 책으로 알게된 사실 하나가 이런 귀신 이야기가 많이 실린 필기·야담집은 세간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기록한 책으로, 기록자도 향유자도 남성 사대부였다는 것이다.
사대부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골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해 기록을 남겼단다. 그러니 지금 우리는 사대부라는 남성들이 '나 잘났소." 하는 편집되고 그들의 기준으로 붙여진 이야기들만 알고 있는 꼴이다.
사대부들에게 여성은 연민의 대상이긴 했으나 이입의 대상은 아니었고 '큰 상급을 받았다, 출세를했다.' 는 부분을 보면 이야기속에서 여성은 그들의 위업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쓰였다.

📌 그렇다면 실제 여성 귀신들은 어떤 존재였을까?


여성들은 죽어 귀신이 되기도 하지만, 신이 되기도 했다.
나의 고향은 아랑의 한이 서려있는 곳이지만 내가 지금 살고있는 제주는
제주를 여성이 만들었을 정도의 파워있는 여성신들이 많은 곳이다.
제주를 만든 설문대할망,
바다를 바람을 지키는 영등할망,
대지의 여신 자청비 까지 좋은건 죄다 여성들의 몫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처녀 귀신의 귀신이 아니라 사대부 힘 따위 필요 없는 '신' 이다.
책 속에 나오는 바리데기나 당금애기 같은 무속의 신들은 여성 신으로 사람들을 돌본다.
책 속에 나오는 신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혼외출산을 했다는 이유로 버림받지만 결국 신으로 사람들을 돌보는데 이들이 겪는 고난은 현대의 여성이 겪는 고난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여성들은 사회의 억압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가정을 돌보았고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신령을 모시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의 죽음을 기리면서 애도했다. 이런 과거 여성들의 삶,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을 살고있는 우리에게도 의미있게 느껴진다.


▫️나는 여성이고 여성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여성, 귀신이 되다'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여성의 삶과 지금의 여성의 삶이 어느 부분 공감이 되었고 지금에서야 개선이 되어진 부분도 있지만 귀신이 될 수 밖에 없었던 한 이 서린 부분에 마음 아팠다.
내가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귀신이니 신령이니 하는 부분이아니라 그런 삶들이 '여성의 잔혹사' 였기 때문이다.
소설가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우리의 옛이야기에서 나는 우리의 현실에도 이런 문제점들과 모순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더 떠올렸다. '여성, 귀신이 되다' 를 읽으면서 서로를 지탱해온 여성들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더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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