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오딧세이 - 한 끼에 담아낸 지속 가능성의 여정
김태윤.장민영.황종욱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한 종의 다양성이란, 유전자의 기원이 하나에서 시작되지만 각자의 환경에 맞게 비슷한 듯 하지만 구별되는 특성이 있는 개체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말이나 소, 돼지 같은 경우 수많은 품종이 있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인간이라는 종은 다양성이 매우 떨어진다. 살아남은 유일한 종이 호모 사피엔스 뿐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음식에서의 다양성은 무엇일까?
집에서 배달앱만 켜면 지역 국적을 초월한 많은 음식들이 한시간안에 내 앞에 도착한다.
다양한 음식들이 내 주변을 애워싸고있다.
멋진 다양성이지 않나.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풍요로운 음식들이 있음에도 음식의 다양성을 잃어가고 있다.
바로 식재료가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때만해도 효과서에서 찬 바다와 따뜻한 바다가 울릉도 독도쪽에서 만나 절묘한 해수온도로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살아서 어류가 풍부하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제는 온난화로 인해 바다의 온도가 올라서 찬 수온에서 살아가는 해양생물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심지어 원래도 그 지역에서 겨우 소비할만큼 적은 양만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은 우리가 그 식재료와 음식을 알기도 전에 더이상 먹을 수 없는, 존재만 서류상에 남아있는 전설의 식대료가 될 판이다.

#로컬오딧세이 (#김태윤 #장민영 #황종욱 / #을유문화사 출판)은 바다와 연안에서 이렇게 사라져가는 식문화와 식재료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한끼 살기위해 먹는 것이 아닌, 식재료와 생태계, 기후변화와의 관계를 인지하고, 새로운 식재료를 발견하고 그에 맞는 조리법으로 맛보는.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닌 문화적 경험이라는 ‘미식’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말똥성게 그라탱, 태국풍 골뱅이무침, 페루식 염생식물 요리, 그리스식 수블라키와 같은 토속적인 식재료와 타국의 음식문화와의 만남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보고 있노라면 드높은 숭고함은 뒷전이고 입에 침이 고이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다이어터들에게는 해로울 책이 될려나싶어 식사 후에 든든한 상태로 이 책을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우리가 어쩌다 보니 먹이사슬의 꼭지점에 위치하여 지구 상의 해가 되지않는 온갖재료들을 먹어오면서, 잊었던 우리가 우주에서는 얼마나 작은 존재이고, 우주까지 가지않아도 지구에서도 우리는 잠시 지구라는 여행지에 잠시 바캉스온 히치하이커일뿐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책 속에 멋진 색감으로 담겨있는 식재료를 채취하거나 직접 기르거나 가공 중인 생산자의 사진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잠시 머무르는 사람들은 있던 곳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떠나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머무르는 동안에도 깨끗하게 사용해야하는 것도 당연하고.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주목하는 이 책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자연스레 의식이 넘어간다.

괜시리 칼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담긴 우주에서 지구를 돌아본 것이라는 파란점이 찍힌 사진이 떠오른다.
지구입장에서는 인간이 무엇을 잘 못먹었는지 모르겠는데 하나 생기더니 우두두두 온 몸을 뒤덮는 뾰루지 같은 느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에게 우리 인류는 어떤 도움이 될까?
아낌없이 주는 지구에게 감사하면서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양심통이 생긴다.

이 책속에서는 ‘우니’로 불리며 고급 식재료로 분류되는 성게가 개체수가 많아지면 바다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많이 먹어라 말하는 유일한 식재료이다.
성게를 먹든, 다른 것들을 아끼든 우리가 지구에, 생태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

멋진 빛깔을 띠며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멋진 바다가 계속해서 멋진 빛과 신선한 짠내를 오랫동안 자랑할 수 있기를.
그것을 바라는 것을 넘어 그 빛과 냄새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고 작은 것 부터 당장 실천하기를.
나부터 당장 달리러 나갈 때 쓰레기라도 주워야겠다.
사이코패스도 등산하며 휴지 줍던데 선천적 문제가 없는 보통사람들도 사이코패스보다는 더 나은 인간성을 가져야하지 않겠나?

먹는 즐거움과 환경을 지키는 것.
모두 이루어질지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 열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나의 이십대를 함께했던 아이돌 그룹 ‘빅뱅’의 G-드래곤이 긴 공백을 깨고 솔로앨범을 발매했다. 모두가 시대가 바뀐 만큼 가능하겠냐라고 생각했지만 보란듯이 여전히 아이돌이자 아이콘임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런 GD의 앨범 제목은 위버멘쉬, #프리드리히니체 가 말하는 ‘초인’이다.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는 초인이란 초능력이 있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힘을 가진 수퍼히어로를 떠올리기 쉽지만 니체의 초인은 전혀 다르다.
니체의 또다른 유명한 이론은 ‘허무주의(니힐리즘)’이다.
‘신은 죽었다’로 대변되는 이 니힐리즘은 내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를 둘러싸고 있는, 유구한 역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온갖 규정들, 제약들을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지말고 나만의 기준을 정하고 그것대로 살아가자라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서 모든 사회적 약속들보다 나만의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그 기준들을 인생의 최우선순위에 놓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위버멘쉬, 초인이라 부른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는 위버멘쉬, 니힐리즘.
이것만으로도 #스트레스받는사람들을위한니체 (#박성광 옮김 #열림원 출판)이 얼마나 말이되는 제목인지 이해될 것이다.

우리는 매일 24시간, 365일을 백여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내지만 어느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않고 나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하루에 1시간도 누리기 어렵다.
애초에 나만의 기준을 정립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도 없이 사회가 정해준 ’훌륭한‘사람이 되기위해 부모님, 선생님, 직장상사 등등의 눈치를 보며 평생을 살아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가 말하는 스트레스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들이 만든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기위해 애쓰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말한다.

그래서 니체의 저서와 편지 등 모든 글에서 가져온 350개가 넘는 문장을 보여주며 자기만의 기준을 정함으로 자기자신을 세우고 자기 자신이 결여된 기준이 부합하려 애쓰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물론 진정한 나만의 나를 세우기 위한 노력이, 그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이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을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라는 이유로 하지않으면, 그러면 스트레스가 없는 삶을 사는 것인가?
이미 수없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매일을 지치고 있지 않나?
그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원인들을 잘 생각해보자.
직장 상사의 마음에 들게 일을 진행해야해서, 자식 입장으러 부모님이 바라는 모습을 응당 보여야한다는 부담,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다른 남자친구(남편) 못지 않게 해주어야하는 것, 어느것도 하기싫어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누워서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 자야 하는데 더 자기마음대로 뒹굴거리고 싶어 잠을 미루는 나,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는 나 등등 수많은 스트레스들의 원인이 바로 내가 아닌 나의 외부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함에서 오는 것이다.

내가 납득이 가지않는데 어떻게 즐거울 수 있고, 하고 싶을 수 있고, 기다려지고, 기대할 수 있겠나.

내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사회생활이라는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속해져 있으니 어느정도의 타협은 있을 수 있으나 나만의 기준을 명확히 해둬야한다.
그래야 내가 납득하고, 그로인해 동기가 부여되고, 노력이 즐겁고 스트레스가 아닌 자극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내 안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만든 내 스스로의 가치라는 스트레스가 없는 경계 안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즐겁고 아름다운 것으로 바라 볼 수 있게 된다면, 내 의지로 나아가지만 커다란 우주의 한 부분이라는 내 운명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아모르파티.

이런 아모르파티와 자기극복을 통해,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삶을 창조하는 힘을 얻게 될 것이고 그로인해 자유롭지만 조금씩 발전하는 초인으로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기를 응원하는 책이다.

자신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스스로 규정하고, 자유로워지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기뻐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워터 문
서맨사 소토 얌바오 지음, 이영아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고 매일 사용하는 곳이 나에게만 특별하게 반응하여 세상의 비밀로 연결되는 상상. 누구나 해본 적 있을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보통의 런던이 선택받은 사람들에게만 보여주는 또다른 런던의 모습같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판타지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워터문 (#서맨사소토얌바오 씀 #클레이하우스 출판)에 이런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은밀한 세계의 비밀이 담겨있다.
워터문. 달이 물의 표면에 반사되어 비친 달이 제목인 것 처럼 <워터문>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다른 두개의 세상이 등장한다. 그 두 세계를 연결하는 것은 한 세계에서는 라면집으로, 또 다른 세계에서는 아버지에게 ‘결국’ 물려받은 ’하나‘의 신기한 전당포로 통하는 하나의 문이다.

이 전당포는 금붙이 따위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전당포로 들어와진 손님들의 ‘선택’을 저당잡는다. 평생 만약 그 때 이랬다면 어땠을까라며 곱씹어보는 선택의 순간이 누구나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이 전당포는 손님의 그러한 선택이 물건으로 구체화 된다. 어릴 적 그 사람을 만나러 갔었더라면 같은 선택의 순간이 버스를 탈 수 있는 동전 몇개로 표현되는 식이다.
손님 본인은 정확한 값을 알 수 없지만 전당포를 운영하는 이시카와 가문은 특수한 안경을 끼면 그 선택의 본모습을, 가치를 볼 수 있다. 그렇게 손님은 평생 후회, 아쉬움이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가져가게되는 선택의 순간을 전당포에 맡기고 그 선택을 잊고 살아간다. 1주일 내에 다시 돌아오면 선택을 돌려주지만 그런 선택을 한 고객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렇게 모아진 선택들은 두려움의 존재 ‘시쿠인’에게 바쳐지고 이시카와 가문은 두세계의 중간에서 전당포라는 운명이 하나로 정해진 다른 가능성은 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누군가에 의해 전당포가 습격당하고, 이제 막 은퇴한 아버지와 전당포에 맡겨져있던 선택하나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당포에 맡겨진 선택을 탐내지마라,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을 통과하지마라는 평생 아버지에게 교육받은 것을 모두 어겨야 하는 상황(사건 현장에서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려있었다.)에서 ‘하나’의 삶은 운명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정해진 미래를 벗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건 당일 전당포를 찾아온 손님, 물리학자 ‘게이신‘과 함께.

아기자기한 매력적인 설정에, 같은 공간에 있으면 악취가 나는 두려움의 존재 시쿠인까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대표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 생각난다.
세세한 묘사가 <워터문>의 세계를 망막앞에 또렷하게 아로새겨 주어서 그런지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져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이 작품을 빨리 알려주라고 호소하는 서평이 띠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에 몹시나 공감되었다.

인생은 B와 D사이의 C이다 라는 말이 있다.
Birth 와 Death 사이에서 무수한 Choice를 하는 것이 살아간다는 것인만큼 우리는 평생을 크고 작은 선택들을 하며 살아간다. 심지어 후회없는 선택은 없다. 선택의 순간에 조금이나마 달 후회될 것 같은 선택을 하게되니 당연히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순간을 두고두고 떠올릴 수 밖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선택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선택의 가치.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후회한다는 것이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변하는 것일까?
나는 선택을 중요하기 생각한다면 선택의 순간을 뒤돌아 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함을 알고있다면 수많은 생각과 고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얻은 답이 그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라고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것은 최선을 다한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아쉬운 선택들이 있다. 그렇다고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한다면 수많은 선택들이 쌓여 이루어진 지금의 ‘나’와 같은 ‘나’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늘의 달과 물에 비친 달이 같은 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매순간 선택인 세계와 선택이라는 것은 없는, 그래서 선택이 보석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세계를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선택’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선택들로 만들어진 우리의 삶까지 되돌아보게 된다.
부담없이 즐겁게 내 선택을, 삶을 돌아볼 기회를 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쇼펜하우어 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서점가를 쇼펜하우어가 점령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서점에 가면 쇼펜하우어 관련 저서를 찾으려는 노력 없이도 발견할 수 있다. 왜 갑자기 이 시기에 쇼펜하우어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걸인지 몹시 궁금했다.
그렇게 열어본 쇼펜하우어의 이미지는 시니컬이었다.
괜찮다 잘하고 있다 다독거리는 것이 아닌, 삶은 원래 고통스러운 것임을 인정하기를 요구한다. 그래서 스스로의 태도에 따라 삶이 더 고통스러워 질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아마 어줍짢은 입에 발린 말보다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내 글을 읽으면 무조건 나아질거라는 말보다 너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내 탓아니다 라고 현실적으로 툭까놓고 이야기하는 쇼펜하우어에게 마음이 갔을 것이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를 까칠한 비관론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쇼펜하우어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스트레스받는사람들을위한쇼펜하우어 (#홍성광 번역 #열림원 출판)을 보고 깨달았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저서 그 자체가 아니라, 그의 저서에서 마음에 와닿고, 실천에 옮길만한 구절 266개를 엄선하여 수록해 놓았다.

행복과 불행, 스트레스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생각이 담겨 있는 이 문장들을 순서대로 따라가도 좋고,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내키는대로 펼쳐봐도 좋다. 어떤 형식으로 이 책을 보아도 그날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 문장들이 펼쳐질 것이다.

나가 이 책에서 알게된 쇼펜하우어는 비관론자라기 보다는 현실주의자였다. 현실을 마냥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유롭게 직시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기에, 그의 중립적인 문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문장이라도 읽는 사람의 심정과 생각에 따라 다르게 읽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에.

비관적으로 읽힐 수 있음에도 이 책이 지친 삶에 한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는 이유는 쇼펜하우어가 언제든 쉽게 무너질 수 있는 행복과 불행에 대한 모래성같은 상상력을 경계하라는 주의 속에서도 오직 명랑함만은 직접적으로 현재를 행복하게 해준다라고 긍정적인 무언가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명랑함만은 백익무해한 것이라며 명랑함이 찾아오는 것을 기꺼워하고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쇼펜하우어의 문장을 따라가다보면 스트레스와 불행에 대해 끝없이 굴을 파는 것 대신에 나를 명랑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쇼펜하우어는 나의 불행과 스트레스의 원인과 해결책응 외부적 요인에서 찾지 않고 내안의, 내면에서 찾아낸다.
이런 세상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기 받아들이는 현재 나의 상태를 지적하고 바꾸라고 말한다.
그 자체로도 위안이 된다. 외적인 요인들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나의 스트레스와 불행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기고 더 깊게 우울해 한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내 안에 문제가 있다면, 나를 바꿈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불행은 물리칠 수 있는 것으로 바뀐다.

결국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문장들은 일상 속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내면에 대한 주도권를 쥐는 것. 모든 것의 해결책은 내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그러므로 나의 문제는 나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다는 주체적인 태도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스트레스와 불행을 물리치고 행복하고 평온한 삶을 사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반쯤 포기하며 살아왔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나를 괴롭히는 삶은 아무리 애써도 열심히 살고싶지않고 즐겁지 않다.
나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역설적으로 나를 바꾸는 것은 그럼에도 쉽다. 적어도 가능하다.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다라는 가능성이라는 씨앗이 내 마음에 심어진 것만으로도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제기능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심어진 씨앗에 물도 주고 영양분도 주며 가꾸는 것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받아들인 우리의 몫이다. 받아들이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더 쉽지않을까? 우리는 이미 가장 큰 난관을 뛰어넘었다. 이제 내가 주체가 되는 행복하고 명랑한 삶을 사는 것만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 자유에 이르는 길 - 김익한 교수의 읽고 쓰는 실천 인문학
김익한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어난김에 산다, 죽지못해 산다 등 우스갯소리로 농담처럼 이야기 하지만 진심이 아예 없진 않을 것이다.
분명 어릴적엔 이런 생각 하나 없이 매일 웃음이 넘쳐나고 마냥 행복하고 매일매일 내일이 기대되었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어릴 적에 비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써야한다. 삶의 의미를 애써 찾고 있기만해도 의미있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해도 좋을만큼 일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경우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을 그만두는 것? 물론 행복할 수 있겠지만 먹고사는 수단이니 그런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못한다. 삶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것. 가만, 일을 그만두면 왜 행복하다고 생각했을까? 늦잠자도 되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서? 그저 일을 하지않는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하기싫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싶다 생각하는 것이었다.

어릴적 별거 아닌 것을 하면서도 깔깔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이유도 내가 마음대로, 하고픈 대로 뛰어놀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 정확하게 자유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철학자유에이르는길 (#김익한 지음 #김영사 출판)은 자유를 철학에서 찾았다. 우리나라 1호 기록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존 스튜어트 밀, 에리히 프롬, 어빙 고프먼, 미셸 푸코, 마사 누스바움, 한병철 등 다양한 학자들의 저서를 읽으며,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책에서 얻은 지식과 사유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더 나아가 일상에서 자유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 할 수 있는 기록학적 방법론까지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보통 책을 읽으면, 읽는 동안 인사이트라 불리는 깨달음이나 배움은 누구라도 얻는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삶에 녹여낼 수 있을지까지 고민하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삶에 녹여내기는 커녕 금세 책에서 깨달은 것들을 까먹어 버린다. 그럴 때 잊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기록이다.
메모장으로, SNS으로 읽었던 책의 내용과 생각을 기록하면 기록하면서 내용을 다시한번 정리할 수 있고 그로인해 좀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나도 여기까지는 해왔었다.
하지만 그 이후, 얻은 것을 삶에 녹여내는 것은 쉽지않았다.
아니 하지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일상에 변화를 준다라는 것이 쉽지 않아보였다. 귀찮기도 했고.
하지만 <철학, 자유에 이르는 길>은 저자가 이론과 개념 해설에 그치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자유를 회복하도록 각 장마다 ‘실천적 성찰’이라는 기록학적 접근법을 워크북으로 첨부해 두어서, 나의 일상과 행동에 대해 돌이켜보고 계획하고 지켜나가고 의미를 찾으며 나의 의지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하루하루들을 내 두눈으로 손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책을 읽고 난 뒤 남기는 기록뿐 아니라, 읽은 분량에서 하고자 하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기록을 그날그날 남기는 것. 낯선 시간이었지만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마침 이 책을 읽은 동안 10km 달리기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어서 워크북에 달리기에 대한 내용이 많이담겼다.
처음에는 어릴적 숙제와 다름없던 일기를 쓰는 것처럼 쓸 내용이 별로없고 빈칸이 너무 넓어보였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빈칸을 꽉꽉 채울 수 있었다. 계획하는 것과 행하고 나서 후기를 기록하는 것이 하나의 주제에 동시에 담겨 있어서 누구의 간섭없이 내가 선택한 행동(자유1)에 대해 자유롭게 계획하고(자유2)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반성하고 성찰하고 고쳐나가는 것(자유3)모든 순간이 자유로웠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어른이니까 참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던 수많은 어른들에게 해방과 행복을 허락하고,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산소 같은 책이다.
자유로운 개인은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 따뜻한 연대 속에서 완성되며, ‘이타적 개인주의’라는 올바른 모습으로 나아간다는 가르침도 평생을 통해 실천하고 싶다.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이 주변의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꺼이 자유롭고 행복해지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