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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소위(김하진) 지음 / 채륜서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어쩌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책을 덮는 순간 떠올랐다.
#부사가없는삶은없다 (#채륜 출판)을 쓴 #소위 작가는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병에 걸린 엄마가 작가의 손을 잡고 도망쳐나오는 순간부터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국어교사, 출판 편집자, 수녀가 되려했다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 꾸준히, 기어이 나아간다.
외면 하고 들춰내지 않음을 선택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나씩 오롯이 받아들여 자기만의 언어로 그것도 신중히 선택해 여유롭게, 덜아프게 다시 만들어내며 그렇게 과거의 자신을 떠나보내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복잡했다.
우리는 삶을 살아오면서 발표를 하거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야하는 순간이 오면 ‘간단하게 해야할말만, 요약해서’를 최고의 미덕으로 배우고 행하며 살아간다.
시간이 곧 돈인 사회에서, 이 상황뿐만 아니라 신경써야할 일들이 넘쳐나는 바쁘디바쁜 사회에서 쌀이 도정되어 생쌀이 가지고 있던 독특한 풍미가 사라져가듯, 비슷하게 느껴질 수는 있으나 절대로 같을 수 없는 개인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카테고리속에 비슷한 케이스로 분류해버린다.
이 얼마나 폭력적인 권한 행사인가.
그 속에 담겨져있는 한 사람의 진짜 인생이 무차별하게 깎여나간다. 자기만의 특별함이 무시당하고 다른 것들과 하등 차이없는 것으로 비하당해버리면 무슨 의미로, 의지로 행복이 빛날 만큼 힘듦과 고통이 가득한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간단말인가.
소위 작가는 깎여나가버린, 어쩌면 스스로부터 특별하다 생각해보지 않았던, 하지만 고통스러웠던 삶을 부사하나에 하나의 이야기를 대입하여 마주보고 특별한 것으로 만들었다.
나의 하나의 사건이 특별해지면 하루가, 일주일이, 한달이, 일년이, 평생이 특별해지는 것이다.
어쩌면 하나의 이야기에 하나의 부사도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부사가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용언 또는 다른 말 앞에 놓여 그 뜻을 분명하게 하는 품사.
우리 국어에서 부사의 의미이다.
뜻을 분명하게. 우리의 삶에 부사가 쓰이는 순간, 우리의 삶의 의미가 분명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를 비롯한 50만명의 독자들이 이 글을 읽으며 위안과 감동을 받은 것도 작가의 인생에 담겼던 부사가 우리의 삶에도, 태양의 빛을 반사해 빛을 내는 달처럼, 분명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 느낌은 ‘위안‘이다.
위로하여 마음을 편하게 함. 또는 그렇게 하여 주는 대상.
위안의 사전적 뜻이다.
스스로 위안을 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하여 주는 대상’이 있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쉽게 매순간 특별하고 명징해 질 것이다.
쳇바퀴 구르듯 구르는 인생이라는 표현을 아무 거리낌 없이 쓰며 살아왔다. 내 스스로가 내 인생을, 내 삶을 전혀 특별하고 분명하고 의미있게 여기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스스로의 삶이 특별하다고 여겨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삶이 ‘특별해지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우리의 현재 삶은 특별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비슷하다는 인식을 우리도 모르는 새에 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인생이 우리의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그만큼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되짚어 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빡빡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작은 하나의 계기만 있으면 꽃이 피듯 활짝 피어나 이전과는 전혀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또 사람의 특징이다. 그러니 수만년을 넘는 아득한 세월을 견디며 살아오지 않았겠는가.
우리는 모두 특별하고 귀한 존재이다.
부사를 통해 너무 아프지 않기를, 외면했던 무언가를 다정하게 보듬어 줄 수 있기를.
작가의 말대로, 부사가 없는 삶은 없으니까.
이 책을 만나 마침내, 우린 각자의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유난히 밝은 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