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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소원 - SPRING's WISH
양버터.루미칠리 지음 / 이음서가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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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치고 비가 제법 많이 오네, 꽃 다 떨어지겠다 꽃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런 대화를 한 것이 어제같은데 어느덧 유월도 끝나 초여름을 지나 본격적인 장마와 태풍들이 한반도를 방문하는 본격 여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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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제대로 누렸던가? 속절없이 흘러버린, 이런저런 일들로 모두가 올해는 유난히 시간히 빨리가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니, 이번 봄이 더 아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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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여기 봄이 다시 왔다.
#이음서가 가 펴낸 #봄의소원 (#양버터 지음 #루미칠리 그림)은 평화로운 듯 보이나 낮에도 밤에도 무수한 탄생과 변화가 발생하는 변화무쌍한 봄을 떠올리면 드는 안타까움, 따뜻함, 그리움, 그리고 약간의 서늘함을 다섯개의 이야기로 소복하게 담아냈다.
마치 꽃이란 꽃이 다 핀 소담한 정원같다.
아무리 창조주라도 홀로 다 만들었다기엔 너무나 다양한 생명체들이 자기들끼리 맞물려 영향을 주고받으며 정원이라는 하나의 세상을 만들 듯이 다섯편의 이야기도 그렇게 <봄의 소원>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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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보통, 평범이다.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에 슬퍼하는 것 대신, 오늘 하루 나쁜 일 없이 무탈했음을 보통의 어느날과 다름없음애 감사할 수 있는 비슷하게 생긴 날들이 많은 그것 중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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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에서 우리는 안정감을 얻고 복에겨워 지루해한다.
어떠한 사건이 생기면 순식간에 동요되고 휩쓸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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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건, 나쁜 사건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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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살인에서는 폭력성, 봄의 소원에서는 누군가에 대한 마음, 다섯용사에서는 외로움, 그리움x2에서는 같은 하늘아래 숨을 쉬고 있다라는 것이 주는 안도감, 내셔널 스탠다드 메리지 에서는 결혼을 담아내서 평온한 우리의 삶에 파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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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문은 어떤 모양으로 어디로 어느만큼의 속도로 나아가야하는지 강력하게 어필하지 않는다. 평온한 일상과 같은 양버터 작가의 잔잔한 글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가려놓았다.
그래서 우리가 작가의 진의를 찾아내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는지에 따라 같은 글을 읽지만 저마다의 파문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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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그래도 글이 너무 드문드문 비어있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그 때 루미칠리 작가의 아기자기한 그림이 글과 글사이에 흘러 들어가 이 책을 온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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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받은 마스킹테이프에 삽화와 글의 연장선과 같은 컬러감이 인상적인데, 모든 글들과 그림이 따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엄연히 다르지만 자세히 보면 결을 함께하고 있는 마스킹테이프의 디자인으로도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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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소원>은 우리 개인 하나하나와 굉장히 닮아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개인에게는 물리적 몸이 하나밖에 없지만 그 안에는 수십년 동안 여러 일들을 겪으며 웃고 울고 했던 수많은 ‘나’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지금의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순간에는 스무살적의 나, 이때는 고등학교 시절의 나, 어떨 때는 초딩의 나, 사라진 줄 알았던 여러 모습의 ‘내‘가 문뜩문뜩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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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그런 다양한 나를 모두 유기적으로 묶어 다양성을 가진 나로 묶어내는 과정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우리는 누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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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는 외부로만 눈을 돌릴뿐 우리 내면은 들여다보지않는다. 그래서 삭막하고 힘들고, 외롭고, 화가 가득한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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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지 않고 마주쳐 말로, 글로, 깊은 사유로 어렵고도 몰랐던 다양한 감정들과 조용한 대면을 하게하는 <봄의 소원>은 우리 스스로가 알게 모르게 흘려보내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붙잡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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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저의를 숨기면서도 글에 빼곡하게 감정을 담은 것 처럼, 왜때문이지 모르게 책을 덮으면 올라오는 여운 사이사이에 우리만의 감정도 빼곡하게 들이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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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도 몰랐던 감정들이 작가의 단어와 글을 빌려 피어나고, 우리는 좀 더 우리다운 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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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똑같아 보였던 휑한 나무들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면 제각각의 꽃을 피워 자기만의 존재감을 내뿜듯이, 외면했던 감정들과 솔직하게 마주해 다양한 봄꽃처럼, 자기만의 고유한 색과 향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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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무수히 소용돌이치고있는 나 스스로를 붙잡아 마주하고픈 사람들에게 <봄의 소원>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