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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김슬기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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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신조의 세대를 지나 삭막한 사회의 영향과 더불어 4인가족 이하의 식구수를 가진 가정이 늘어가는 시기, 높은 집 값과 비교적 부족해 보이는 수입이 만들어낸 3포 세대는 1인가정의 수를 급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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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으로 직장을 잡아 고향을 떠나는 일이 다분하기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사회뿐만 아니라 고독함마저 적응을, 하루하루를 힘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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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세상에 믿고 기댈 ’가족‘하나 없이 덩그러니 놓여져있다면 어떨까. 심지어 가족만큼 아꼈던 친구들의 배신까지 더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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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아름다운할머니가되고싶어 (#김슬기 씀 #클레이하우스 출판)속 주인공 ’강하고‘가 딱 저런 상황이다.
더이상 살아갈 이유도 힘도 잃어버린 ‘하고’는 단칸방에서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말그대로 이승과 저승 사이 어귀즈음을 헤매이는 것 같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데 그 때 왠지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그 몸일 것 같은 근육빵빵 할머니 왕영춘, 오길자, 신원준 3인방이 주인공 앞에 나타나고, 그대로 외부와 단절된 바닷가마을 ‘구절초리’로 ‘납치’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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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강하고도 몰랐던 친모가 구절초리에서 오랜시간 다방을 운영해 오다가 최근에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엄마의 다방을 물려받게 되면서 다시한번 생을 살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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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리 라는 마을은 근육근육한 유전자 때문인지 남자들이
죄다 세상으로 떠나고 할머니들만 남겨져 결혼도 자식도 없이 바깥사람들과는 다르게 자기들끼리 기꺼이 ’가족‘이 되어 지내는 곳이다. 피가 섞이지 않고 법적으로 남일뿐, 가족으로 함께한 세월이 왠만한 검은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살아온 부부보다 길다. 한동네에 살았던 김명희의 딸을 기꺼이 가족으로 품으면 온갖 간섭처럼 보이는 챙김, 돌봄을 거칠게(고봉밥과 솥뚜껑만한 손으로 등딱 스매시 같은) 강하고의 몸속에 ‘때려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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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돌봄의 지극정성이 발휘된 것인지, 익숙하지 않은 관심과 애정에 뒷걸음질 치다 개구리 잡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주인공은 조금씩 생생한 삶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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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이제서야 보고 있는 ‘폭삭 속았수다’가 생각이 났다. 엄마가 먼저 세상을 떠난 애순이를 친정엄마처럼 살뜰히
챙겨주는 해녀 이모들이 생각났다. 애순이를 바라보는 이모들의 눈빛으로 할머니들이 주인공 ‘하고’를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피지컬차이가 좀 있어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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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소설은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했다. 과연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 나와 다른 피가 흐른다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그런 것이 아니라, 혈연과 관계없이 서로가 가진 공백을 기꺼이 채워주고 배고픔만이 아닌 채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허기를 달래주는 연대감을 보여주면서 우리들에게 그렇게 너무나 외롭게 혼자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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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없다고, 여건이 충분하지 못해서, 결혼을 안해서등의 이유로 스스로를 외롭다고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쓸쓸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가장 자신을 쓸쓸하게 만드는 것은 자기자신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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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가? 친한 친구에게 배신 당했다고 세상에 더이상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는가? 다 맞다고 양보해도 그렇다고 스스로를 그렇게 어둠속에 방치해두는 것이 맞는가?
실제적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바로 시작하지 않더라도 나가서 햇빛도 쬐고, 나들이도 하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웃기도 울기도 하며 스스로를 건강하게 돌봐야하는 책임과 의무가 가장 강한 사람은 자기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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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지쳤을 뿐이다.
텅 비어버린 연료통에 연료만 가득 넣어주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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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딱 그렇게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보듬어 주는 책이다.
주인공과 할머니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뜨뜻한 물에 몸을 지지고 바나나맛이든, 커피맛이든 우유한잔 좌악 들이키고, 등짝도 좀 맞아가며 킬킬거리다보면 지쳤던 마음, 심지어 몸도 회복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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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다.
진정 나를 위하는 길로 걸어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책이다.
더이상 걷기 어려워 주저앉아 모든 것을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