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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의 산책
안리타 지음 / 홀로씨의테이블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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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 적의 몇 안되는 남은 기억 중 하나는 ‘한반도, 우리나라의 특징에 대해 쓰시오’라는 문제에 ‘사계절이 뚜렷함’이라고 적고있는 모습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이 사계절이 지구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줄 알았을 때였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비록 요즘은 봄과 가을이 많이 짧아져서 봄 여어어어어어어르으으으음 갈 겨우우우우우우우울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계절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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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계절이 변화하는 것을 능동적으로 느끼며 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제 새싹들이 올라오네? 꽃망울이 달렸네, 언제 꽃이 폈지? 매화향이 너무 좋네, 벚꽃이 벌써 다 졌네, 해가 길어졌네, 아침부터 덥네 이제, 구름한점 없이 쨍하네, 열대야구나 이제. 같은 나열하려면 끝이 없는 이런 순간들을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난 어느순간부터 주위에는 관심이 없이 무엇하나에 집중하지도 못한 채 흐리멍텅하게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열심히 하루의 대부분을 하기싫은 것을 참아내며 살아가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행복하려고가 아닐까? 그럼 행복은 무엇일까? 올해 내가 되찾은 행복은 변해가는 날씨를 하루하루 내가 의도해서 깨닫는 것이다.
독서모임을 하다보면 매일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데 당연히 날씨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런 인사 속에서 뭐? 벌써 이렇다고?를 기이하게 여겨서 그제서야 창 밖을 보고 비로소 깨닫는 스스로를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길래 날씨 한번, 하늘 한번, 구름 한번 바라보지 못하는 것인지. 그때부터 문을 열고 집을 나서면서 날씨를 민감하게 느껴보려 애썼고, 다시 시작한 러닝의 인증사진을 찍기위해 하늘을, 구름을, 노을을 두 눈에 담았으며, 달리는 곳이 중심에서 제법 외각이라 자연이 가까이 있어서(이건 축복이었다. 풀도, 꽃도, 논도, 개구리도, 철새도, 고양이도 이제는 밤나무 감나무에 열매가 맺히다 못해 떨어진다)달리면서 자연 특유의 푸름과 초록을 마음껏 눈에 코에 담았다.
그렇게 이야 날씨가, 자연이 이렇구나라는 감탄으로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나의 두뇌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기 시작한다.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곱씹어보고, 해야할 일을 다시한번 점검하고, 그렇게 점점 내 안의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그러다 보면 결국 시간없다, 다들 그렇게 산다라는 핑계로 외면했던 내가 솔직하게 가지고 있는 걱정이나 염려, 고민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마음 속에도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고, 생각이 싹트고 꽃피우고 어떠한 결심이나 생각들이 무르익어가는 계절의 흐름이 생긴다.
자연과 나 스스로에 대한 인식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달리기 덕분이었다. 달리기를 하다보면 혼자도, 둘이서, 가족끼리 오손도손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과정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달리기라는 형태로, 저 사람들은 걷기라는 형태로. 속도만 다를뿐, 모두 저마다의 산책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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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의산책 (#안리타 씀 #홀로씨의테이블 출판)도 마찬가지로 저자가 알상의 산책으로, 자연과의 교감을, 길 위에서 피어난 사유를 이뤄낸 것들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다.
그녀는 그의 반려견 ‘봄이’와 산책을 하러나가는데 썩 자유분방하다. 서로가 서로의 안전을 점검할 뿐, 그 기준을 통과하면 그들이 나아가는 곳이 곧 산책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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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온 몸에 흙과 먼지가 묻고, 개똥을, 도깨비 가시풀이 온몸을 뒤덮기도 하지만 무사히 돌아와 서로에게 의지하여 기대 누우면 절로 나오는 행복에 겨운 ‘하’소리는 저자도, 읽는 이도 마찬가지로 삶을 절로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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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산책자로의 자신이 마주한, 교감한 자신을 둘러싸고있늠 자연에 대해, 특히나 봄과 여름의(봄,여름 편이라 되어있으니 분명 가을,겨울 편도 나올 것이라 믿는다)생명력과 충만함으로 책 한권을 가득 채우면서 스스로의 삶을 사유하고, 존재의 본질을 탐구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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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짬을 내어 잠시 걷는 것 만으로도, 말 없이 묵묵히 함께 걸어주는 자연이 건네는 무언의 격려는 우리에게 더 많은 자연의 목소리를 듣게하고 그만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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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변화처럼 우리 내면도 변해간다.
내면을 응시하는 산책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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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처럼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