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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날들
조 앤 비어드 지음, 장현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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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 가보면 그 장르(소설, 교양, 인문 등) 속해져 있는 책들의 양을 보면 그 장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정도를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인기의 척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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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의미에서 내가 예전에 책을 보던 코흘리개 시절에 비해 작가도, 책의 수도 눈에 보이게 증가한 장르는 에세이가 아닌가 싶다. 자기만의 생각이나 경험을 가상의 인물들과 각종 플롯으로 촘촘하게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 보다 잔잔하게 꾸밈없이 적어내려감으로 조용한 감동을 주고, 실화라는 걸 알고 읽으니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구나 라는 위안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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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새로운 물결이 일고있다.
바로 에세이의 소설화라고 할까? 실화를 소설처럼 극적으로 편집해 글을 쓰는 것인데 실화라는 것에서 주는 울림과 소설이 주는 책을 덮었을 때 몰려오는 깊은 감동까지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한권으로 에세이와 소설 두권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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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에세이의 소설화에서 가장 선두에 서있는 작가가 바로 미국의 #조앤비어드 이다. 현대 미국 에세이의 경로를 바꿔놓은 작가, 슬픔과 사랑의 경계에서 가장 인간적인 장면을 끌어내는 작가, 고통을 품고 빛을 말하는 작가,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꾼, 문장의 결을 다루는 세밀화가라는 수식어를 모두 수용해 버리는 조 앤 비어드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첫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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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 중 가장 대표작인 #축제의날들 (#클레이하우스 출판)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가 되었는데, 축제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과는 다르게 죽음과 병, 화재, 관계의 상실, 반려동물과의 이별 등 쉽게 그 아픔을 예측할 수도 없는 슬픈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대체 왜 이 슬픈날이 축제의 날이란 말인가. 책에 실려있는 아홉편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공통된 태도에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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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건들을 슬픈 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하지도 않는다. 묵묵하게 그 슬픔의 고통의 한 가운데에 몸을 깊게 담그고 슬픔과 오랫동안 마주한다. 그로인해 조개가 진주를 만들듯, 진흙속에 뿌리내려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나듯 슬픔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흔적이 피어나는 것을 목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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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모닥불을 크게 피워놓고 그 주위를 크게 둘러 춤을 추는, 그래서 흙이나 동굴 벽면에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 그런 축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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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축제에서는 잃어버렸던, 그리고 놓쳐버렸던 무언가들이 발견된다. 하나의 경건한 의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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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둠을 살라먹고 인간의 가치에서 소중한 사랑과, 자기애를 넘어 인간대 인간의 사랑, 유대, 연대로 나아가는 인류애적 가치까지 담겨겨있어 책 속의 글들이 책 밖으로 흘러나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것을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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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파괴하는 실험적인 작품이나 그 실험의 결과값은 상당했다. 수없이 탈고라는 실험노트를 포기하지않고 빽빽하게, 꾸준하게 적어 내려간 인고의 결과가 이렇기 달콤쌉사름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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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다른 두개의 과일은 접붙이기하여 맛좋은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낸 농부의 마음이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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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가 가지는 기억을 기록함으로 생기는 진실함과, 소설이라는 장르가 주는 무한한 상상력이 합쳐서 진실이 머리 안 생생한 상상처럼 살아움직이는 마법같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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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적으로 우리의 삶과 죽음, 고통, 사랑과 우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글 형식적으로는 장르를 허무는 형식이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글쓰기까지, 이야기거리가 풍성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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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속의 주인공을 따라 어둠속을 깊게 탐험하다 한줄기 희망을 찾고, 다른 사람들과의 축제같은 대화로 더 큰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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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날들>은 하나의 책을 넘어 잊은게 아니지만 뜸했던, 누군가일수도, 무엇일수도 있는 그것과의 연결을 견고하게 해주는만남의 장이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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