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아
김필산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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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엔트로피, 무질서도.
모든일은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엔트로피아(#김필산 씀 #허블 출판)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가장먼저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증가까지는 아니어도 무질서한 세상이라는 뜻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열었다.

고대 로마제국의 장군이 선지자를 찾아가 조국을 지킬 방법을 묻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장면에서 선지자가 나이 지긋한 노인이 아니라 열살정도의 어린아이 모습이다. 이 괴의한 장면만큼 괴의한 선지자의 말로 세개의 이야기가 각각의 시간선을 굴러가기 시작한다.

“나는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경험하고 느끼기에, 죽음에서부터 일어났고 태어남으로 가는 중이네. 정확히 말씀 드리자면 나는 미래로부터 왔다네.”

2100년 정도의 미래서울에서 노인으로 죽음에서 부터 일어나 고대 로마시대까지 1800년동안 이어진 선지자의 시간을 따라가며 세 가지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래로 부터 시간을 거꾸로 걸어온 선지자에게는 미래는 이미 정해진 일인 것이고 과거가 오히려 모르는 의문투성이인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도, 자신의 기원인 부모를 만나게될 자신의 시작이자 생의 마지막일 과거로 향해 나아가는 선지자도 모두 무질서하고 불안한 곳으로 나아가는 ‘엔트로피아’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죽음과 지혜의 책1’에 얽힌 두번째 이야기의 진행과정도 참 기억에 남는다. 레오와 네메시우스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두 인물의 시간선이 다르다.
책을 발견한 ‘현재’와 책을 만드는 ‘과거’로 다른 시간선이나, 스스로 책이 된 네메시우스와 책과의 대화가 가능한 열쇠를 손에 쥔 레오의 대화(대화라기엔 양자 컴퓨터가 필요해 보이는 대화이긴 했지만)가 작가의 물리학전공 이력을 떠오르게 했다.

2100년 서울에서 시작된 선지자의 일생에서, 미래는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이며 시간열차로 과거와 미래로의 여행이 가능한 상황으로 묘사된다. 시간선으로 지역이 과거서울, 미래서울로 나뉘어져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독립적인, 책 앞쪽에 위치한 도표를 사진으로 찍어놓고 찾아가며 봐야할 정도로 복잡한 시간선을 따라가며 벌어지는 세개의 이야기에서 보여준 것처럼, 다른 사람듵과 다른 어떤 행동을 통해 새로운 ‘결과’(미래인지 과거인지 모를)가 가능하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주면서 ‘고정된 미래는 과연 바뀔 수 있는가’라는 거대한 물음의 답을 요구한다.

선지지가 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는 시작이었던 미래서울에서의 사회화가 각인시킨 미래는 정해져있다는 시선이 1800년동안이나 지속되어 온만큼(인간에겐 자유로운 의지가 없다고 이해할만큼) 실제의 우리도 과거는 바꿀수 없다는 것을 사회화를 통해 알고있다.

우리가 과거에 미련을 가지듯, 미래에 미련이 가득할 것이다.
바꾸지 못한다는 것은 많으나 적으나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니 말이다.
하지만 인류의 자유의지는 정말 존재하지 않을까?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
소설처럼 시간여행이 가능해 과거 현재로 다니며 다른 시간선의 ‘나’를 만나는게 가능한 정도가 되어도 불가능한 것일까?
시간을 거꾸로 달리고 있는 선지자나, 미래가 고정되어 있다는 SF적 요소보다,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는 것, 자유로운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언하고 살아간다라는 것이 더 신기했다.

과거를 미래로 바꾸었을 뿐인데, 이 책을 읽는 우리는 미래라면 충분히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책을 여는 순간부터 든다. 그렇다면 과거는 고정되어 있으니 그냥 묻어둬야 하는 것일까? 과거에는 자유의지가 쓰일 곳이 없는가?

과거라는 고정된 값에서 도출되는 여러가지 현재의 모습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자유의지가 실제의 우리 세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는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과거로 인해 야기되는 현상은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무기력하게 있으면서 과거에 미련만 가득 담아두고 있는 우리 현실을 새롭게 낯설게 느끼게 해서 우리 스스로, 우리 삶에 의문이 들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SF는 현재사회가 겪고있는 문제를 미래의 가상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경각심과 해결책을 모색하게 해주는 장르라 생각한다. 이 책도 SF소설이니 하고픈 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꾸역꾸역 생각해 낸 나만의 답이다.
여러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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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음먹은 대로 된다 - 나폴레온 힐의 인생을 바꾸는 12가지 성공 철학
나폴레온 힐 지음, 김가경 옮김 / 지니의서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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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몇번 언급한 적 있지만 나의 올해 독서의 시작은 자기계발 및 성공학 서적이었다. 유명 유튜버의 책으로 자기계발 서적을 시작했는데 과학적 지식과 자료를 담아 명쾌하게 만들어 놓은 책이라 쉽게 읽혔고 활화산 같은 동기부여를 주었다.
그 책에서 저자가 노린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최신의 자기계발서적에서 부터 고전으로, 원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독서를 했더니 큰 깨달음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나도 따라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몇권의 술술읽히는 현시대의 책들을 읽고 제임스 알렌을 지나 고전이라 불리는 얼 나이팅게일 같은 구루들의 책들을 읽어나갔다.

처음엔 어떤 명상,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두루뭉술한 표현에 많이 당황스러웠고 진도가 나가지 않아 한권을 읽는데에 많은 시간과 정신력이 소모되었다. 하지만 시작한 것 끝은 봐야지라며 꾸역꾸역 읽어나갔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독서가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 작게나마 ‘아!’ 바보 도 트는 것 마냥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전부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것과 종교에서 말하는 것과 비슷한 깨달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어떠한 물리적 조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력, 마인드셋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 만나게된 #나폴레온힐 의 #결국마음먹은대로된다 (#지니의서재 출판)은 자기계발계의 원류, 구루의 구루라고 일컬어지는 얼 나이팅게일의 75년간 잊혀져있던 그의 마지막 원고이다.

나폴레온 힐의 첫 책인 <성공의 법칙> 이후로 1억명의 독자가 인생이 바뀌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에 묵혀져있던 이 글은 한 분야의 대가이자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펼치던 위대한 그루의 삶의 마지막에 인생 불변의 진리 12가지를 깨닫고 정리한 것이다. 원제는 The 12 Miracles of Life.

신념, 변화, 고난, 실패, 슬픔, 시간, 본능, 자유 등 실질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적어 현실화 시켜 놓았는데 결국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로 귀결되는 것 같았다.

신념은 유혹으로 인해 약해지고 다른 길로 가려하는 나의 마음을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해주고, 시간이 지나며 나에게 자연스레 찾아오는 변화는 나의 모남을 깎아 주며, 죽을 것만 같은 고난은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고, 가난 속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으로 되물림 되지않는 가난을, 부를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실패는 나를 주저앉히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이용해서 더 멀리 나아갈수도있고, 슬픔도 차분히 관조하면 나를 더 강하게 만등 요소가 있는 하나의 터닝포인트이다.
특히나 사회관념에서 죄스럽고 억제해야하는 것이라고 일컬어지는 성적에너지같은 원초적 본능들을 억제하지 않고 무언가를 실행하는데 쓸 수 있는 창조적 에너지로 전환시켜 이용할 수 있다라는 말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했다.

멈춰있는 것 같은 시간들도 실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멈추게한 부정적인 것들과 피하지 않고 마주해서 원인과 해결책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 등 그 안에서 허덕이지만 말고 무언가를 배워 나온다면, 의미 없는 시간은 없고 또 세상 모든 것은 유의미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는 것을 깨닫고 이용하고 성찰한다면 결국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죽음 앞에서도 의연해질 것이다.

나폴레온 힐이 마지막 글에서 죽음이라는 것을 다룬 것은 비로소 그때가 되어서야 보이는 것이 있다는 것일테고, 삶이 지치고 힘들고 멈추고 싶게 만드는 것들에서 새로운 깨달음으로 마인드셋을 하라는 자신의 말의 최후의 실천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럴듯하게 말하면서 실제로 자신은 내뱉은 말을 지키고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나폴레온 힐은 사상과 삶이 일치된 성공한 삶을 산 것 같다. 성공이라는게 별거 아닌 것 같다.
물론 나는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와 관련된 성공도 해보지 못했지만 자기안에 있는 가능성들을 힘들도 지칠때에도 깨닫고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면 어떤 종류의 성공도(자신이 원하는)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번 무의식적으로 머뭇하던 나에게 커다란 마인드셋의 원동력이 주어졌다. 참 기연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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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비울수록 뇌가 산다 - 뇌를 젊게 만드는 습관
이와다테 야스오 지음, 곽현아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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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평생을 최대한 많은 것을 머리에 넣어놓고 까먹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배우고 그렇게 살아가려 애쓴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일까. 어느순간 문득 ‘내가 냉장고를 왜 열었지?’ ‘내가 무엇을 검색하려고 했지?’같은 깜빡깜빡하는 증상이 생겨나면 극도로 불안해하며 바로 나 치매인가? 같은 걱정 불안을 껴안고 살아가기 시작한다.

좋은것만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에 인생을 전부 써도 모자란데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뇌 건강에는 잘 잊어버려야, 그러니까 장 망각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면 믿겠는가?

믿어야한다. 사실이니까 말이다.
#기억을비울수록뇌가산다 (#이든서재 출판)을 쓴 #이와다테야스오 뇌신경외과학 교수는 잘 잊는 뇌가 더 똑똑하고 건강한 것이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망각이 뇌 수명과 뇌 건강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기존의 기억을 적절히 지우지 않으면 새로운 기억을 받아들일 수 없고, 기억을 바탕으로 한 사고 역시 깊이 있게 확장될 수 없기 때문에 뇌는 적극적으로 불필요한 기억을 스스로 지워내는 쪽으로 진화를 해왔고, 망각에 상당한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기억과 망각에 대한 뇌의 메커니즘을 도표와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도식화된 시각자료로 설명해 나간다.
기억에만 뇌과학적 원리를 찾아보고 생각했었지 망각에 대한 메커니즘과 필요한 이유를 생각하는 시간은 생애 처음인데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잊기 힘든 기억으로 만들어지는 숨이 멎는 충격적인 상황인 ‘정동’이 아닌가 싶을만큼 책 자체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런 과학적 의학적 사실들을 서술하면서도 저자는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노화’나 ‘질병’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라는 것을 잊지않고 꾸준히 어필한다.

아무리 과학적 사실로 증거를 보여봐도 이미 평생에 가까운 시간에 무의식에 가까운 기억으로 자리잡아 있는 것을 바꾸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정으로 망각을 아주 중요한 것으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오히려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편안한 생활을 하여야 한다.
바쁜 현대사회는 멀티태스킹을 덕목으로 요구하며 하나를 할때 다른 하나를 하지못하는 사람을 능력부족으로 일관한다.
그거란 것이 뇌를 쉬게 하지못하게하고, 그 ‘기억’이 우울감을 유발하며 그 우울감도 또다른 ‘기억’으로 넘어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그러니 괜찮다라는 편안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뇌를 편안하게 쉬게 해주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라고 말한다.
기억을 유지해내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연습을 해보라고 말한다.

우리가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넘기기 위해서 잠이 중요하다며 학창시절 시험준비때도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같은 수면이라도 수면, 운동, 예술 활동 등 뇌를 정돈하는 습관으로 여기고, 망각력을 키우는 것을 시작해야한다.
그것을 위해 책 분량의 상당량을 할애하여 망각이 심리적 안정과 창의적 사고를 회복시키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끊임없이 설득한다.

<기억을 비울수록 뇌가 산다>를 읽으면서 망각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가져야 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왜 그렇게 아둥바둥 살았는지 물론 미래를 위해, 함께할 누군가를 위해, 나 스스로를 위한다는 이유로 열심히 살아왔을테고 120%의 노력을 발휘해야 하는 인생의 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있다.

하지만 매순간, 평생을 그렇게 살아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둥바둥 하며 살아가는 이유도 미래에는 아둥바둥하지 않기위해서가 아닌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정동’으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긴장하지않고 충분한 휴식, 아름다운 것들과 함께하는 평온한 삶으로 버릴건 버리는 조용하고 고요한 삶.
이것이 결국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 아닐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행복을 맛보지 못한 사람이 어찌 미래의 행복을 오롯이 느낄수 있겠나.

기꺼이 망각하고 좋은 것들만, 아름다운 것들만 가득한 세상을 우리 모두가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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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제물포, 인천 1
복거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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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 정보를 계속 찾아보았다.
책정보 안내에도 책의 표지에도 떡하니 ‘소설’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있다. 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이 책을 소설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는 국가 기관에서 왕의 명으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방대한 자료들을 참고해 적은 ‘정사’와 기이한 이야기, 종교적 신화적 이야기까지 담아놓은 야사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기록된다.

그래서 난 이 책도 정사와 야사를 합쳐놓은 하나의 역사서라고 생각했다. 인천 홍보대사 같은 그런 느낌?
인천에게는 굉장히 의미있는 책일 듯 하다.

첫 장을 열었을 때, 지구의 탄생과 생명체의 탄생, 대륙이동설 등을 포함한 창세기부터 시작되는 것을 보고 또 혼란스러웠다. 우주의 탄생의 순간부터 지구의 역사를 함께 역추적하며 인류에 대해 연구하는 것을 ‘빅히스토리’라고 한다는 것을 최근에 빅히스토리 분야 책을 읽으면서 알게되었는데 그 책을 다시 실수로 열었는가 싶었다. 삽화까지 있었으면 그건 정말 소설이 아닌 것이다.
#복거일 작가님의 작품 이력을 보면 전기적 소설로 가득했기에 망정이지 정말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못할만큼 사실이 가득하다.
그것이 이 책의 신뢰도를 높여 독자로 하여금 몰입하게 하는 방식인 것 같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 선조들의 유전적 정보와 유전적 조상까지 알 수 있는 책은 #미추홀제물포인천 (#무블 출판)이 유일한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왜 미추홀이 그만큼 2권짜리 장편소설에서 주요지역이 될만큼 우리 한반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원래 이전에는 황해지역은 땅이 드러나 있어서 아프리카에서부터 우리의 선조가 이동해서 터를 잡을 수 있었고, 한반도의 동쪽은 험준한 산악지대라 이동하기도 먹을것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중국대륙의 지각판의 확장으로 시계반향으로 한반도가 밀려나고 2700만년 전에 황해가 탄생하며 고조선때부터 한에게 지배받아 한반도의 역사에 중국이 빠질 수 없을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나라인데 중국과의 뱃길로 교류의 중심지였으며, 고려와 조선의 도읍지와 가까운 항구로 활발히 이용되었고 서양의 열강의 침입도 그곳으로 들어와 세계 속의 한반도를 상징하는 지역이 되었다는 과정은 신기하기도 하였고, 침략의 역사라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다.

작가가 자신의 스승인 고 김현선생에게 이 책을 헌정한다는 시작글이 있었는데 김현 선생께서 작가에게 ‘소설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소, 작가에겐 버릴 것이 업소‘라는 말을 했다는데 정말 유구한 한반도의, 미추홀의 역사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담아놓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추홀이 제물포로 바뀌는 유구한 시간동안 그시대의 국어발음까지 고대로 옮겨놓아 적응하기가 어려웠으나 그 낯섦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잃어버리지 말았어야했던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것이 이렇게나 덤덤하게 작가가 짧게는 수천년의 역사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적어놓은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분명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혼을 갈아넣어 만들어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1권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계속 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생각하며 글을 읽어나갔는데 지금까지의 나의 답은 그렇다.
잊지 말아야할 것을 잊어버린 것을 안타까워하며, 기꺼이 노력하고 애써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하고 알게하여 또다시 잊혀지는 것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

시대는 (비평가들은) 작가들에게 시대상이 담기기를,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외면하지않고 목소리를 내야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책이 팔리는 유명작가라고 평가가 박하기도 하고, 일반인들이 이름을 잘 들어본 적이 없는 작가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꼭 그 시대에 진행 중인 어떤 ‘사건’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작가는 ‘잊지말아야할 것을 잊은 것‘을 현 사회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런 작가의 마음을, 이 세상이 작가들에게 요구하는 것에 백퍼센트, 아니 그 이상을 충족시키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참 귀한 책을 우연하게도 알게되어 읽고있다는,
수십억명 중 똑같은 사람 하나없이 유일무이한 존재로 태어나는 행운만큼의 운좋음을 겪는다는 생각이 드는 독서였다.
2권도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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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이즈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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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가까운 사람들의 끝을 경험하고 배웅해주다보면
전혀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았던 것이 덜컥 현실로 다가와 마음에 묵직한 돌 하나를 돌린다.
그래도 나이별로 차이는 있다. 내 부모 생각에 묵직해 질수도, 아니면 나 본인의 일로도 묵직해 질 수 있다.
어느게 더 무거운지는 답이 없지만.

나도 뭐 적지는 않은 나이이기에 위에 예를 들었던 두가지 돌 모두 묵직하게 가슴에 얹어져있다.
그래도 오늘은 나의 끝에 대해 생각해보고싶다.

#라스트데이즈 (#제프다이어 씀 #을유문화사 출판)은 작가로서,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스스로가 말년에 들었다고 생각하고 사람의 ‘끝’에 대해 제프 다이어가 생각한 것들을 쓴 짧은 글들을 주욱 나열해 놓은 책이다.

본인의 전공인 끝을 알 수 없는 문학적 지식과, 재즈, 락, 클래식을 넘나드는 음악적 지식, 무릎, 발목, 어깨, 팔꿈치의 통증이 인생의 말년을 느끼게 하면서도 여전히 사랑함을 마다하지않는 테니스를 비롯한 운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영감마냥 글의 한꼭지 한꼭지에 자기가 끝을 생각할 때 같이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놓았다.

그의 글을 주욱 따라가는 동안 밥딜런이나 베토벤, 로저 페더러 같은 나도 어느정도 아는 천재들도 많이 나왔지만 나보다 윗 세대의 이야기들이라 다 알아듣기는 힘들었다.
그럼에도 곡명이나 가사를 가져와 문장을 만들어내고 일상적이라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을 본인의 일상에 가져와 자연스럽게 붙여내면서 잘 알지 몰라도 작가가 하고자하는 말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연지 얼마되지 않는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계속 느껴졌던 것은 인생의 끝을 논하는 <라스트 데이즈>라는 책의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책 속의 문장이 상당히 통통 튀는 느낌을 준다. 끝을 말하는게 맞나 싶을정도로 위트가 넘치며 생기발랄하다. 그리고 열정적이다.

분명 이 글을 쓸 때, 그리고 쓰고나서 이 책을 두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면 작가의 눈은 그 어느 십대 이십대 못지않게 반짝일 것이다.

그럼에도 악보로 적혀진 것 중 가장 슬프다는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를 보고 말하는 바그너와 전쟁을 치른 <바그너의 경우>를 쓰고도 추신과 후기까지 덧붙이는 니체 등 슬프고 꼬장꼬장한 것들도 외면하지 않고 담는 것을 보며 인생의 말년이란 인생의 전체의 다른 표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능력이 쇠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인생에서 누가 뭐라해도 이것 하나만은 자신있어 내가 1등이야 했던 것이 평범해져가고, 평범보다 못해질 수 있다는 걱정은 인생을 좀먹는다. 남은 인생도 불행해질 뿐만 아니라 앞서 살아왔던 시절마저 부정당한다. 무엇하나 좋은 것이 없다.
인생의 말년보다 먼저 맞이하는 끝이 있다면 은퇴 일 것이다.
평생 나의 정체성이 되어주었고 나 스스로를, 나아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게 해주었던 것을 더이상 하지못하게 되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은 인생을 어찌 살아야할지, 이제 본인은 쓸모없어진 사람이라는 우울감을 겪는 시기이다.

이때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보고 싶었으나 일하느라 못했던 것을 도전해보거나, 이전의 경력이 인정받아 다른 곳으로 스카웃제의가 들어오거나 못했던 여행을 배우자와 함께 떠나면서 계속 몸에 생기를 넣어준다면, 제프 다이어를 떠올렸을 때 반짝일 것 같다던 눈빛처럼 우리의 삶도 그럴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주변인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은퇴의 시기를 잘 견뎌내면 나의 생물학적 나이만 다를뿐 이십대에 첫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던 그 시절의 나와 별반 다른 차이가 없다. 새롭게 시작한 일은 익숙해 지고 더 잘하게 될 과정이 이어질 것이니 쇠락해져가는 것을 대체하여 나를 또 다시한번 생생하게 젊게 만든다.

젊음과 쇠퇴는 물리적인 현상일 수도있지만 심리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나이를 먹어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며 관리하는 방법 뿐. 하지만 왕성한 호기심으로 끝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탐구한다면 뇌와 심장만은 여전히 끝이 아닌 현역일 것이다.

라스트데이가 아니라 라스트데이즈라고 이름 붙은 이유도, 끝이라 할만큼 각오를 다진 최선의 날들이 모이고 모여 또다시 인생이 됨을 뜻하는게 아닐까. 작가의 짧은 글들이 모여 <라스트 데이즈>라는 한권의 책이 된 것처럼 말이다.

끝이라는 각오로 끝이 끝이 아니게 만드는 마법.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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