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쟁과 음악 - 양차 대전과 냉전, 그리고 할리우드
존 마우체리 지음, 이석호 옮김 / 에포크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
20세기. 지난한 인류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어쩌면 가장 다양하고 찬란하고 새로운 무언가들로 넘쳐난 인류사를 통틀어 황금기가 되었을지도모를 20세기는 전쟁으로 인해, 독재자들에 의해 유럽을 힙쓸었던 흑사병과도 같은 처참한 양의 피를 흘렸고, 이데올로기라는 칼로 다양한 방향으로 자라나던 가지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 처럼 잘려나갔다.
⠀
1,2차 세계대전과 쉽게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가 냉전이란 이름의 고름을 터트리던 시대가 어느정도 지나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라고 말해도 거짓이 아닌 시대로 오면서 또다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지구촌 전세계의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구닥다리로, 주로 듣는 사람들이 노령층이라는 이유로 주류가 되지 못했던 ‘클래식’도 입맛에 맞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었고, 젊은층의 청자들과 함께 나이들어갈 스타 아티스트들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주류로,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있다.
⠀
그런 클래식의 부흥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애호가들의 플레이리스트는 여전히 아픔 이전의 시대인 20세기 초에 머물러있다.
매일 샐 수 조차없을만큼 쏟아지는 현대 대중음악만큼은 아니더라도 클래식 작곡과라는 학문이 여전히 남아있고, 분명히 매년 작곡상을 수상하는 작곡가가 존재함에도 애호가 대부분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추가되지 않는다.
심지어 두번의 세계대전, 냉전 중에도 수많은 음악가들이 음악가수보다 훨씬 많은 곡들을 만들어놓았을 것이 너무나 당연한대도 이 곡들도 우리의 플레이리스트에 물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예전부터 여전히)당대의 최고 오케스트라의 셋업리스트에도 오르지 않는다.
⠀
대체 왜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
#전쟁과음악 (#존마우체리 씀 #에포크 출판)이 그 이유를 담고있다.
히틀러, 스탈린, 무솔리니 인류 최악의 독재자들이 펼친 정책들의 설명으로 부터 시작하는 이 책에서는 그 당시에도 음악이 가진 힘이 상당했음을 인정한다. 히틀러의 치세에 있는 독일인들은 대부분 글읽기가 가능했지만 소비에트 연방에는 까막눈이 많았다. 차이가 분명한 두 부류의 일반인들에게 공통으로 가슴을 울리는 공통어로 음악이 선택되었고, 그 당시의 음악은 ‘클래식’장르가 대세였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구한 장르였으니 정통성을 내세우기에도 좋았고, 자기 민족의 우수성을 선전하기에도 좋았다. 하지만 클래식에는 이름만큼이나 애매한 기준이 있었다. ‘구시대적’ ‘신세대적’을 구분하는 것이 너무나 애매했다라는 것이다. 클래식과 아방가르드, 상대적이었다. 아방가르드도 누군가에는 전형적일 수 있는 것이고 미술의 그것처럼 기조가 확실히 나눠지지 않았다. 그래서 유대인의 이름이 섞여있는 것은 죄다 퇴폐로 낙인찍었고, 그럴 수 없을 만큼 유명하고 좋은 것은 유대인의 흔적을 철저히 지우고 외면했다.
⠀
이미 흑인들의 음악이 비흑인들의 심금을 울려 인류통합의 경지에(음악에서만)이른 재즈가 미국에서 흥했던터라 민족의 단결성을 유지해야 했던 독재자는 당연히 모든 것을 배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그렇게 선별된 클래식, 체제를 광고하기위해 쓰여진 곡들은 시대를 지나 아픈손가락이 되어 ‘비나치화’라는 이름으로 금지되고, 상처를 들어내 상처가 있음을 알리는 것보다 외면하고 감추는 것이 훨씬 쉬운일이라 1930년 이후의 20세기 음악들은 필요에 의해 잊혀져 버렸다.
⠀
이 책은 그런 클래식의 공백을 채우는 클래식으로 영화음악을 제안한다.
그 시조로 오페라의 위대한 작곡가 바그너로 삼으며, 오페라에서 주인공을 위한 모티프를 만들듯, 영화에서도 주인공을 위한 테마곡이 만들어진다는 유사성은 물론, 할리우드를 위한 음악을 쓴 1세대 작곡가들은 히틀러가 불법 음악의 생산자로 위험인물 명단에 올린 ‘퇴폐 음악가들’이라는 역사적 이음선까지 제시한다. 이 1세대 작곡가들에게 사사받은 영화음악가들도 마땅히 클래식작곡가이나 전문가(학계, 비평가)로 인해 비하되며 일반인들이 둘은 연관짓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한다.
큰 인기를 얻음에도 클래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영화음악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클래식으로도, 영화음악으로도 인정받지 못한 잊힌 작곡가와 작품이 다시 연주되어 마침내 우리 품으로 돌아오게 하여 끊긴 음악의 역사를 이어붙일 수 있다.
⠀
내가 알고있던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면 적어도 인지하고 시도해보는 것은 클래식 애호가라면 기꺼이 한번은 도전해봐야 하는 일이지 않나싶다.
⠀
우리 안에 있는 탐험가정신을 깨울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