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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해리엇 컨스터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발디, 바이올린, 클래식 이 단어들만 들으면 얼마나 낭만적인가. 잘 모르는 나의 귓가에도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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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에타 (#해리엇컨스터블 씀 #다산북스 출판)은 위의 모든 단어가 들어있지만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피에타의 담벼락 구멍 안으로 밀어넣어진 고아 여성의 처절한 삶이 닮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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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6년, 갓난아이 하나가 베네치아에 있는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 보육원의 담벼락에 뚫린 구멍을 통해 입소했다.
’안나 마리아 델라 피에타‘라는 이 름을 받은 이 아이는 18세기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했다. 그녀의 스승은 안토니오 비발디였다.”라는 역사적 사실 하나로부터 시작되어 4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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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마리아 델라 피에타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피에타’에 맡겨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세상을 이끌고 역사를 만들어낸 재능이 있음을, 남들과는 다름을 스스로 확신하며 피에타에서의 생활을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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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피에타의 교육방침으로 마주하게 된 바이올린에서 운명을 느끼고 원래 한몸이었던 것 처럼 바이올린에 흠뻑 빠져들게 되고, 마침내 당대 최고의 음악가를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나날이 실력이 늘어가지만 스승의 이름으로, 자기의 이름을 철저히 숨겨진 채로 재능만 이용당하는 현실에 지쳐만 간다.
<피에타>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여성 예술가들의 입지는 몹시도 열악했다. 문학만 보아도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아무도 구입하지 않았고 위대한 조각가 로댕의, 그 못지않은 재능을 지닌 제자 카미유 클로델(로댕의 연인으로도 유명하다)은 너무나 오래 그의 아래에서 그의 작품을 맡았을 뿐만아니라, 이별을 하면서야 예술로도 로댕과 떨어지게 되어서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독립으로 안타까운 인생을 보냈던 것 등이 그 예이다.
예술가로 충분만 재능과 작품들을 선보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들는 남성 예술가들의 ‘뮤즈’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다.
독립적 예술가라기 보다는 남성 예술가의 이름으로 작품이 발표되고, 님성 예술가의 작품들 돕고, 눈부신 재능으로 남성 예술가의 영감이 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 되는 시대였는지라, <피에타>속에서 너무나 철썩같이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꼈을지도 모를 만큼의 ‘자기는 재능이 있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자기확신이 너무나 멋지게 느껴졌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여러분야에서 여성들의 재능착취는 사실상 빈번하게 일어난다. 같은 업적도 열화되고 그 열회는 차별로 나타난다. 성공을 이루어 세상에 알려져도 무언가 감춰진 부정같은 것은 없는지 부터 생각하며 아니꼽게 본다. 정당하게 인정되는 경우가 잘 없다. 하지만 그나마 조금씩 진전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자기는 응당 해낼 사람이며, 널리 알려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자기확신과 떳떳함을 가진, 안나 마리아같은 여성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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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신의 지식들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고 객관적 발견과 연구성과로 모두다 공평하게 업적을 인정받을 것이라 믿었던 과학분야에서도(심지어 MIT에서)교수의 연봉차이, 아래 직급의 교수보다 작은 방 등으로 치사하게 여자 과학자들이 차별대우를 받았으나 과학자답게 데이터를 모아 발표하고 세상에 알리면서 아이비리그 대학의 총장이 여성이 되는 것 까지 이루어낸 것도 적극적인 여성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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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확신이 확실했던 안나 마리아도 나는 그런 적극적인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먼저 알을 깨고 울음소리를 내어야 다른 알들도 깨어저 목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니 삼백년 전의 첫 부화가 안나 마리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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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안나 마리아는 유명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성과를 내며 자신의 확신을 현실화시켰다.
그 이름은 유럽전역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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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실화로 남은 것은 하나도 남겨지지 않고 비발디의 전기 속에서 주석처럼 남아있는 것이 다였으나,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꿈, 목표를 당당히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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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옳은 것은, 위대한 것은 드러나는 법이다.
흑인 남자보다 권리가 적었던 여성들, 순탄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시기에서 그런 위대한(어쩌면 처절한 스스로의 삶이 담겨 마음을 울리는)자신이 있었다는 흔적을 남긴 사람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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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해도 자기확신을 가지길.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길.
그렇게 흔적을 남기길. 끝내 드러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