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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세트 1-10 완결 세트
창비 / 1996년 2월
평점 :
장길산
황석영
[ 10 ]
송상 상단의 행수 박대근은 이제 다른 물화는 재쳐두고 재배된 인삼의 거래에만 집중하기로 계획을 바꾸었고 중국으로 무역을 떠나면서 지나는 길에 길산을 만나러 갔다.
길산의 해서 활빈도 역시 이미 예전과 같은 한줌의 명화적당이 아니었다. 그들은 진작부터 박대근의 도움을 받아왔고 은점을 개설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으며 무진년의 미륵도의 잔당들뿐만 아니라 사안과 언진산, 함흥 백운산과 원산 고원 일대, 평안도 묘향산 부근과 낭림산맥 일대의 녹림당들도 모두 스스로 길산의 수하가 되어 그 수가 무려 거의 천여 명에 이르고 있었다.
길산은 드디어 묘향산에서 명근스님이 되어 있는 아버지를 만났지만 그 만남은 길지 않았고 곧 바로 묘향산을 떠났다.
이제, 장길산의 혈당들은 송도의 박대근, 강화의 우대용, 서강의 모신이, 파주의 이경순, 포천의 복만이와 살주계, 황주의 미륵도 유민, 봉산, 낭림산맥 운봉산, 묘향산 등등과 연계가 이루어져 그 조직이 엄청나게 탄탄하고 커져 있었다.
사당패 모가비였고 한때는 검계에 들어 천마산 솔부리의 두령 노릇을 하였으나, 산지니의 죽음, 검계와 미륵도의 패망과 어릴 적부터의 친구 황회가 참수되는 일을 겪으면서도 한 번도 자신의 이해를 떠나 위험을 자초하는 짓을 저지르지 않은 고달근이 부상대고를 꿈꾸며 길산의 패에 들어가 발도 넓히고 제법 자리를 잡아갔다.
그 즈음, 사주전의 폐단이 자심해지자 좌포청에서는 사전의 원류를 파내려하였는데, 그 줄기를 따라가다가 검계의 잔당들이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어 몇 놈을 체포하여 알아보니 고달근의 이름이 나오고 그가 장길산과 동류가 되었다는 사실을 밝혀 내었는데......
길산이 잡히지 않자 임금은 비망기를 내려 장길산의 체포를 독려하였지만 장길산의 활빈도의 활약은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소설 속에서도 그렇고 장길산의 죽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끝나는 대단원이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홍길동, 임꺽정과 함께 조선의 3대 도적 중의 하나인 장길산. 천민으로 태어난 한을 품고 세상을 바꿔보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뜻을 펴 보지도 못하고 도적으로만 후세에 이름을 남긴다.
홍명희의 <임꺽정>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런 점들을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고, 신분제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천민들의 삶과 애환을 바탕으로 하여 사회의 변혁을 도모한다는 점은 작가의 사상이 더해진 결과가 아닌가 하고 느껴진다.
녹림의 두목이었던 장길산이 더 큰 뜻을 품고 한양의 도모하려 계획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신출귀몰한 장길산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 아무리 역사적 사실을 감안하였다 하더라도, 소설인데 - 정작 그의 활약이 나오는 부분은 극히 적고, 기대했던 것보다 싱겁게 끝난 감이 있어 금강산에서 도를 닦고 무술을 연마한 것이 아깝기조차 하다. 그것도 호랑이와 같이 지내기도 했는데.
소설 속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황해도와 그 이북의 산간들의 지리적 묘사가 아주 자세한데 아마도 작가의 행적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였다.
아무튼, 소설 속의 당쟁 등의 역사적인 사건이나 몇몇 지루한 설명 등의 전체적인 흐름과 융화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는 했지만 계속 이어지는 개별적인 사건들의 흐름은 재미있었고, 독자들의 흥미를 유인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