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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세트 1-10 완결 세트
창비 / 1996년 2월
평점 :
장길산
황석영
[ 9 ]
사선골이 결딴날 때, 어린 동생은 창에 찔려 죽고, 가족이 모두 불에 타 죽는 모습을 보았으며, 자신은 토포군에 의해 윤간을 당하여 거의 죽은 목숨이 된 원향을 김승훈과 계화 부부가 메고 오계준의 집으로 숨어들었다.
주위 사람들의 극진한 간호 덕에 다행스럽게 원향이 목숨은 건졌지만 완전히 실성을 하여 임금을 죽이겠다고 지껄인다. 하는 수 없이 원향은 자신이 자랐던 월정사로 옮겨져 여러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기로 했다.
구월산 토포가 있은 지 두어 달이 넘어서 길산은 일당들을 데리고 폐허가 된 구
월산의 산채와 마을들을 돌아보았고, 모두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월정사 풍열스님은 금강산의 운부스님과 연락이 닿아 각처에 뜻 있는 사람들을 모아 의견을 나누어 보자는 제안을 하였고 서로 뜻이 맞아 날짜를 정하여 오진암
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대성법주 갑송이는 장안사에서 승병을 조련시키고 있다고 하고 총포의 방포술과 화포를 제작하는데 신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이경순이도 참석한다고 한다. 목표는 한양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정해진 날짜가 되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비령에서는 김기와 길산과 강선흥이 참석하였고 금강산의 대성법주 갑송이와 설유징, 서해의 우대용, 기순에서 여환, 이경순, 구월산의 옥여와 풍열대사, 송도 박대근, 신천의 박수 오계준 등이 참석했고 묘향산의 승려 도안이 아직 당도 않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지난 구월산의 사건들을 검토, 분석하였고 각 조직을 점검하고 한양으로 치고 들어가 궁궐을 점령할 대책을 논의하고 모두 결맹서를 작성하였다. 결맹서는 운부대사에게 보내졌다.
이후 여환은 양주의 칠성암에서 불쌍한 백성들의 병을 고쳐주고 하면서 미륵도를 전파시켜 나갔고 시동은 군영에 자진 입대하여 한양과 궁성의 경비 등의 상황을 파악하였다.
여환의 미륵도가 점점 세력을 확장하였고 검계의 무리들도 이에 호응하였다. 원향은 월정사를 나와 사선골에 홀로 기거하면서 바뀔 세상을 염원하며 치성을 드렸고 드디어 여환과 동남동녀로 부부가 되기로 하였다. 그렇게 되자 구월산 으뜸 만신 용녀인 원향을 중심으로 또 다른 무리인 무계(巫契)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드디어 거병 일자가 7월 그믐으로 정해졌다. 살주계와 검계의 일당들이 날짜를 정하여 전국의 혈당 동지 패거리들에게 알렸다. 그리고는 거사일에 필요한 병장기 등 물품들을 조달하는 등 착착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