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 딥 - 한계를 향해 한계 없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쿠팡의 성공 법칙
박선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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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피상적으로 훑어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까지 집요하게 탐구하는 자세를 뜻하는 말인 '다이브 딥'은 이 책의 제목인 동시에 쿠팡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원칙이기도 하다. 산업부 기자 출신인 저자는 오랜 시간 쿠팡에 관심을 갖고 취재하며 모은 자료를 가지고 이 책을 썼다. 모두가 망할 거라고 했던 회사, 그러나 보란 듯이 한국 기업 역사상 최단기·초고속 성장한 쿠팡의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실 내가 쿠팡을 알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다.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을 당시, 제일 급한 건 생필품 조달이었다. 그전까지는 택배 배송이 불편하지 않았는데 팬데믹이 시작되자 마스크며 손 소독제 등을 10~20배가 넘는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속출했다. 그러다보니 정가에 판매하면서 당일 혹은 익일까지 무조건 배송되는 쿠팡에 가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스크 티켓팅'이라 불릴 정도로 스피드를 요하는 작업이었지만 어쨌든 쿠팡 덕분에 양가 부모님께도 무사히 마스크를 보내드리고 우리가 쓸 마스크도 구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쿠팡의 가입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읽으며 미처 몰랐던 쿠팡의 면면을 알게 되었는데, 가장 놀랐던 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기업이라는 것이었다. 국민 3.4명 중 1명이 썼다고 할 정도니 이젠 빼도박도 못할 대기업인 셈이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망할 것 같다고 했지만 해외 유수의 투자자들은 기꺼이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는 점도 신기했다. 그들이 본 것과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우리 스스로 한국 시장에 대해 '이미 발전할 대로 발전해서 더 이상의 블루 오션은 없는 곳'이라고 낙인찍어버린 것은 아니었을지.

아마존의 패스트 팔로워였고, 계획된 적자론을 한국에 최초로 도입했으며, 기존 산업의 문법을 파괴하며 성장해온 쿠팡.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전 4시에 퇴근하는 열정을 가진 리더와, 야근식대와 교통비 정도만 지급받으면서도 매일 새벽 2시까지 자발적으로 일했던 초창기 직원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하루아침에 시스템을 뒤집어엎기도 하고, 개발자에게 지불하는 연봉을 아끼지 않았으며, 뭐든지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며 중간에 걸리적거리는 건 뭐든 없애버리는 결단력까지. 마음만 먹으면 뭐든 두 달 안에 만들어버리는 확신형 리더의 무서운 추진력으로 뭐든 전면적으로, 기습적으로, 하루아침에 해결해버렸다고 하니 이건 뭐 성공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 정도 열정이면 막말로 남극에서 냉장고도 팔 수 있을 것 같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현재의 쿠팡을 잘 설명해주는 이 말은 사실 쿠팡의 미션이자 슬로건이었다고 한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고객에게 정확하게 인식시키고 급기야 그 말을 내뱉게 하는 쿠팡의 저력은 어디까지일까. 사실 책을 읽고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쿠팡은 이미 쇼핑은 물론이고 배달, ott 분야까지 장악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졌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쿠팡에게 과연 끝이란 게 있긴 할까? 이러다 쿠팡 아파트, 쿠팡 자동차, 쿠팡 대학교가 생기는 건 아닐지, 쿠팡 특유의 편의성에 젖어 조금이라도 복잡해지면 적응하지 못하는 세상이 올까 봐 살짝 두렵기까지 하다. 쿠팡에 너무 많은 부분이 길들여질까봐.

현직 기자가 쓴 책이라 그런지 팩트 기반으로 매끄럽게 서술되어 있어 담백하게 술술 읽혔다. 쿠팡에 대해 미처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도 매우 자세히 알 수 있었고, 김범석 의장의 열정과 추진력이 부럽기도 하고 일부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쿠팡에 대한 평가는 현재까지도 극과 극을 달리지만 분명한 건 이정도 열정이면 뭘 해도 성공했을 거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책으로 읽은 쿠팡은 한마디로 'wow' 그 자체였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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