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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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말했다. '언제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라고 물었을 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시절 최선을 다했기에 더 이상 후회가 없는 삶이라고. 정말 그렇다. 돌아보니 내 20대는 안간힘의 시기였고, 다시 그렇게 하라 해도 못할만큼 24시간을 36시간처럼 쪼개며 살았드랬다.

20대가 안간힘이었다면 30대의 절반은 무기력이었다. 한번을 크게 앓고 나니 모든 것이 부질없다 싶고 무력감이 찾아왔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동동거렸을까? 내 자신이 너무 안쓰럽고 아까워 미칠 것 같은 나날이었다. 뭐라도 하고 싶은데 손가락 끝 하나 움직이는 것도 괴로울 만큼 아팠다. 예전처럼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데 몸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으니 화가 났다. 그때 내가 이 책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를 받아들고, 길 잃고 헤매다 비로소 믿을 만한 어른을 만난 어린애처럼 자꾸만 눈물이 났다.

책을 열어 목차부터 찬찬히 살펴본다. 그래도 괜찮아 / 너무 애쓰지 마라 / 지금도 좋아 / 천천히 가자...소제목 하나 하나가 너무 따뜻해서 손가락으로 글자를 괜히 한 번 쓸어본다. 착각이겠지만 어쩐지 따스함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시인의 시에는 저마다 투박한 듯 소박한 듯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책 제목과 같은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도 좋았고, <그 아이>라는 시는 너무 좋아 열 번도 넘게 읽고 따로 적어 벽에 붙여두기까지 했다.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 울컥하면서 읽었다. '통통통 뛰어가는 작은 새 발걸음, 그렇게 가볍게 살아가주길' 바라는 시인의 마음처럼 나 역시 너무 잘 하려는 강박은 내려놓고 가볍게, 그러나 시인처럼 사람을 보는 시선만은 따스함을 유지하면서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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