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선셋 에디션) - 개정판
곽정은 지음 / 포르체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곽정은 작가를 꽤 좋아한다.

<마녀사냥>때부터 그녀가 좋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직설화법과 당당함 그리고 그 태연함(?)이 난 참 좋았다.

그때만 해도 난 아직 머뭇머뭇 하고 싶은 말 전부 가슴에 주워담고 사는 그런 삶이었으니까....^^;;

표정하나 안 변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또박또박 얘기하는 그녀에게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녀는 욕도 상당히 많이 먹고, 사람들의 호불호 속에 유난히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난 그녀가 좋았다. 방송에 나와 저리 솔직할 수 있는 그 자신감이 참 멋졌으니까...

언제나 강한 인상에 센 말을 주로 하길래 정말 그게 그녀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채널 돌리다 가끔 보는 연애의 참견을 보면 또 그게 아니다....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닌 또 다른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역시 사람은 계속 겪어봐야 하는 것.....^^;;


이런 생각을 하던 찰나 이 책이 개정되어 출간을 알렸다.

(사실 그전까지는 잘 몰랐음...^^;;)

그래서 진짜 너무 읽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이 정말 어떤 사람일지

책을 읽으면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책에는 내가 처음 봤던 그녀도 있고 최근에 봤던 그녀도 있다 ㅋㅋㅋㅋ

어찌보면 제목 부터가 참 전투적이다.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를 만들고, 그렇게 살고 있다는 얘기인데....

책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와 같은 가부장 적인 사회에서

여자 혼자가 괜찮으려면 꽤나 많은 불합리와, 편견 어린 시선과, 질투심 어린 시기의 말들을 다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우선 '혼자'라는 이 말이 굉장히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사랑을 할 때도 열정적이고 온 마음을 다한다.

그리고 돌아서며 그 아픔 또한 고스란히 감내하고 견뎌내며 또 다른 사랑을 찾는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어릴적의 상처가 드러나고 처음엔 뭔지도 모르고 그 상처를 그저 자연스레 치유되려니 하고 두었지만

조금 더 성숙하고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나이와 사람이 되었을 땐

그냥 그렇게 아물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를 잘 치유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럴 때 혼자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자기스스로 자신을 잘 다독이고 치유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길

때 그 때가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나 싶다.

나도 지금의 이 나이쯤이 되니 그 혼자가 이제 조금씩 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부부가, 애인끼리 함께 있어도 사람은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보다 같이 있을 때의 외로움은 고통과 외로움이 함께 온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말은 나 역시도 정말 많이 공감하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가 외로운데 그 외로움도 스스로 잘 달래고 극복할 수 있으려면

곁에 누가 있든 없든 스스로 혼자 힘으로 극복할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게 바로 나를 먼저 사랑하고 나를 아끼는 것이고

그 힘을 가지면 함께 여도 즐겁고, 혼자여도 즐거울 수 있는 거겠지....


그리고 작가는 또 일을 얘기한다.

13년간의 기자 생활과 함께, 17여년의 섹스 칼럼니스트로의 삶을 살며

많은 지지와 응원도 받고 그리고 숱한 오해와 비난을 받으며 살았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꿈을 꾼다고도 한다.

그 꿈을 위해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 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커다란 포부를 밝힌다.

그 꿈을 위해 그리고 진심 살기 위해 운동도 끊임없이, 꾸준히 하고 있다고...^^

이 말에 격하게 공감을 안할 수가 없다 ㅠㅠ

정말 일을 하기 위해 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너무 절실히 깨닫는 하루하루이기 때문에 말이다.

나이 들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려면 체력이 버텨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모든게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을

지금 독감에 걸려 골골대는 이 시점에 어찌 뼈아프게 공감할 수 없겠는가....


결국  사랑도 일도 인생도....

내가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슬프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을 때 오롯이 나만의 인생이 펼쳐지며

그 때 나 자신도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이 될 수 있다는 얘기.

누가 옆에 있든 없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함께이든 혼자이든 언제나 나 스스로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바로 행복일거라는

아주 멋진 이야기.


역시 곽정은....

따스함과 당당함 그리고 열정을 가진 아주 멋진 사람이었다^^


밤길을 걷는데 앞에 가던 여자가 돌연 뛰어가서 기분이 나빠다는 남자와는 더 나눌 대화가 없으며, 성매매를 해본 경험이 있는 남자와는 밥 한끼도 겸상하기 싫다. 다만 나는 같은 유머에 웃음을 터뜨리고, 같은 뉴스에 눈믈을 흘릴 수 있는지를 본다.

무엇에 분노하는 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기 원하는가의 문제와 가깝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절반이 겪는 고통에 공감할 줄 모르는 이에게 미래따윈 없기 때문이다.

                                                                               - p177 -


그런데 말이지, 자기가 아는 것을 안다고 뽐내며 말하는 여자가 한 명쯤은 있어야지, 웃지 않고 반대 의견을 말하는 여자가 한 명쯤은 있어야지. 절세미인도 아니고 어리지도 않지만 당당하게 관록을 뽀내는 여자가 그래도 한 명쯤은 있어야지. 말의 내용보다 말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당신의 생각도 방송을 타는데. 그렇지? 나 하나쯤은 이렇게 당당하게 있어 줘야지.

                                                                                - p180 -


삶의 좋은 것들을 누리며 즐겁게 살고 싶다. 또한 내가 선택하고 추진하는 일 안에서 한없이 몰입하는 기쁨 역시 누리고 싶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의 중심에는 내 삶이 타인에게 소중하고 귀한 의미가 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 꼭 있어야겠지. 한 번 뿐인 소중한 삶이 더욱 아름답에 빛나도록, 마지막 순간에 한탄과 아쉬움이 아니라 충만함과 기쁨이 자리할 수 있도록. 아니지, 그렇게 의미 있는 삶을 살았어도 마지막엔 조금 많이 아쉽고 슬프려나?

                                                                               - p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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