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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으로 걸어간 낙타
구자명 지음 / 우리글 / 2009년 12월
평점 :
살아 가면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삶의 그림들, 질퍽한 삶의 질곡들을 파헤쳐 보면 너나 할것 없이 사연도 많고 나름대로 의미잇는 인생의 이야기들이 그 속에 들어있음을 보게 된다.
삶이 한편의 연극무대라고 한다면,수필은 그 각본이라고 할까?
울고 웃고 ,떠들고 화내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감격하고 외로워하고, 절망하고 희망을 갖고
이 모든것들이 그대로 삶의 화폭에 그대로 옮겨져서 다른 삶들의 눈에 투영 되어서 때론 웃음을 때론 가슴 저미는 애틋함을 안겨 준다.
구자명이라는 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다.
아버지가 유명한 작가로서의 삶을 살다갔고 그 자녀이어서 인지 글발 하나 하나를 꼭 꼭 씹어 음미해야 할 정도로 탄력이 있고 단단했다.
삶의 깊은 우물에서 건져낸 글들은 논어에서 말하는 지천명의 나이 50대의 나이에서 나올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2~30대의 글의 맛이 틀리고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40대의 글맛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글 하나 하나에서 보여지는 그의 삶에 대한 헤안은 작가라는 직업에 덧입혀져서 수필의 글맛을 더 맛갈나게 버무려 주었다.
'우리글'이라는 다소 생소한 출판사라서 책표지 뒤에 나와있는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을 보니 하나같이 우리말 수필에 관한 책이어서 이 수필집을 더 살갑게 대하게 했다.
5파트까지 나와 있는데 앞 부분은 그런대로 소화하며 읽어 나갔는데 뒷 부분 5파트의 순수와 낙원의 시간은 글쓰기에 관한 작가의 치열함 그 정신 뼈대를 다루고 있고 깊이있는 글이어서 다소 이해가 어려웠지만 나머지 부분들은 삶에 관한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들 삶,혹은 작가의 삶과 아버지에 관한 단상이어서 누구나 같은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가는 인생의 걸죽한 춤 사위 한마당을 보는듯 했다.
예전에 잡지에 기고했던 70편의 글에서 50편을 추려서 엮은, 본인은 졸작이라고 겸연쩍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꽤 읽을거리가 풍성한 수필이었다는 것이 읽고난 후의 느낌이었다.
글이 군더더기가 없고 간단 명료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글을 힘있고 쫄깃하게 끌고가는 힘이 그녀의 손에 있었다.
아버지를 회상하는 부분에서는 내 아버지를 회상하면서 누구에게나 한국의 아버지상은 엄한 아버지라는 인상을 받았고 그럼에도 아버지의 내면에는 항상 약하고 여리디 여린 구석이 있음을 보게 되어서 마음이 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 사람들의 사할린 이주단지에 관한 글 대목에선 그들의 술 보드카 이야기를 읽으며 빵에 파를 얹어 먹는다는 다소 생소한 문화도 접할 수 있었고 같은 민족의 뿌리가 그들 안에서 술로 녹아드는 색다른 풍경을 대할 수 있었다.
작가지만 평범하고 소탈한 구자명 작가의 글을 통해서 역시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는 방식은 동일하구나 라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특별난 사람이라고 특별난 식사를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 세끼 이상을 먹는 것이 아니기에 돈으로나 기타 다른 것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라는 굴레에서, 함께 뒹굴고 있는 숙명적인 인간임을 느끼며
기대고 부딪치며 함께 웃고 우는 우리 인생의 삶을 연속적으로 돌려보는 영사기 위에서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인생이 있고, 삶이 있고, 너와 내가 있고, 신앙이 있고, 가족이 있고, 글쓰기에 괸한 사유가 있는 책이다.
바늘구멍으로 걸어간 낙타는, 삶의 질곡을 헤치며 걸어가는 늠름한 낙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