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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우리 시대 시인 80명이 찾아낸 가치
김남조 외 지음, 박영 그림 / 굿글로벌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한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의 감성에 내 감성이 합해지는 합일점을 찾는것이 아닐까 생각한다.살아가는 삶이 많이 복잡해지고 늘 쫓기는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점점 더 감성이 메말라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시를 젊은 시절 한낮 값싼 감상에 젖어 읊어대는 글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큰 착각에 빠져있는 것이다.
시는 자기속에 내재되어서 가라앉아 있는 그것들을 끄집어 내는 작업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우리 속에는 저마다의 마음 주머니가 있어서 그 곳에 남이 모르는 것을 담아두고 있다. 그것이 아련한 추억일수도
있고 아픈 기억일수도 있고,한박웃음 짓던 그 시절 이야기일수도 있고,생채기가 아직 덜 아문것일수도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더듬어 보려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생생한 장면이 떠 오르지 않는다. 이럴 때 시는 그것을 저장해 주는 장소로 제공되어질 수 있다.
한 때 시를 늘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성 읽었던 적도 있었고 노트에다 애송하는 시를 정성스럽게 베껴쓰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사는것이 바빠 한참동안 잊혀졌던 시를 어느때 부터인가 다시 들쳐보기 시작했다.
현대시가 어떤것은 너무 난해해서 그것을 쓴 저자가 아니면 그 숨은 뜻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한것들도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독자들을 멀어지게 하는 원인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 책 우리 시대 시인 80명이 찾아낸 키워드는 시인 80명이 쓴 시들을 각 각 주제에 맞게 골라서 편집한 것이다.
감정의 상황에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주제의 시를 골라 읽는다는 재미가 있다. 믿음,배려,부활,비움.사랑,사색,생명,선의.섭리,성숙,성실,소망,소명,슨결,슨정,신념,안위.양선,연단,열망,에찬,온유....등등 생각할 수 있는 주제들이 모두 들어 있는것 같다.
부페에서 원하는 맛난 음식을 골라 먹듯이 자기가 읽고 싶은 시를 언제든 펼쳐볼 수 있다. 굿 글로벌에서 시인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서 엮어낸것이 참 좋은 발상이란 생각이 든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시 한 편 읽고 싶을 때 아니면 여행을 떠날 때 가방 한 구석에 작게 자리하고 있을 시집 한권.시인들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그들의 눈으로 세상도 바라보고 저들의 아련한 눈으로 추억을 더듬어 보기도 하고 때론 서슬퍼런 눈으로 칼날을 들이대듯 날선 글도 만나보고 저들의 상처난 가슴속에서 나오는 상처가 배인글들이
읽는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 줄수도 있다.
이 책에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삶의 힘겨운 무게를 얹고 살아가는 애처로운 이들의 애잔한 글도 있다.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나는푸른 트럭에서 오이 당근 감자 고구마를 파느라 앙파를 파느라 시금치 마늘을 파느라 ....정신이 없다" 트럭으로 야채를 팔러 다니는 야채장수의 힘겹고 고단한 삶을 풀어낸 글이 있는데 고백이라는 키워드에 나온것을 보니 아마 저자의 글인듯 싶다.
그리고 장애자가 제빵부에서 일하면서 밀가루 반죽을 하며 그 때의 느낌을 적은 글도 있다.
"사람들이 누룩입니다, 동우누룩,정준누룩,정아누룩, 기울고 힘없는 것들끼리 섞여서 뭉쳐져서 끈끈해져서
씩씩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쓸쓸항 사람들 사이가 섬으로 채워집니다."
시를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이 정갈하게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나는 풀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고 하찮은 것에서도 우리는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이런 값진 감성과 교훈을 얻을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