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정적인 책들 - 왕상한 교수, 내 인생의 책을 말하다
왕상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1월
평점 :
한해를 마무리 할 때쯤이면 올해 읽은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이 과연 몇권이었을까'?를 손꼽아
보게 된다.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책,
읽고 싶은 책을 읽어서가 아닌, 절반은 타의에 의해 선택 되어진 책을 읽어서 그런 것이다.
만약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선별해서 읽었다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책의 숫자는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예외였다. 이렇게 눈을 뗄 수 없게 나를 사로잡은 책을 만났다는 생각에 기분좋게 읽은
책이었다. 흥미도 있고 유익도 있는 도움되는 책이었다.
왕상한 교수가 TV에서 '난상토론'과 ''책을 말하다'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아마 이 책을 쓰게 된것 같은데
그렇다고 거창하게 지식적으로 파고든 책만은 아니다. 누구라도 이 책을 통해서 어떤 책에서 어떤 공감을
받았는지를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흥미진진한 글 솜씨로 유쾌하게 풀어가는 내용에 매료될 것이다.
책 속에서 책을 소개해 주는 책을 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는데
생각외로 소득이 컸다. 내가 읽었던 책도 있고 모르는 책도 있었고 앞으로 읽어야 할 책도 있었는데
앞으로 읽어야 할 책을 건진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저자와 나와 느끼는 공감대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 볼 수 있었고 모르는 책은 내용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고 어느 상황에선 이런 책이 필요하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총 48권의 책 소개가 나오는데 범위가 다양하고 넓다는 것이 특징이다. 법대 교수답지 않게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첫째 이유였고 그 다음이 바로 내가 읽어야 할 책을
보면서 가슴이 뛰었다는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글 속에 진액이 묻어 나오는 것 같은 끈적끈적한 그 무엇.
그것이 바로 자자와 내가 교류하고 공감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렸을 때 읽어야 할 책에서 부터 청년기
그리고 장년기로 들어서면서 사회와,가족과, 나와 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더 나아가 세계와
정치에이르기까지 어느 한 국면에 치우침이 없이 고른 책 소개가 마음에 들었다.
장르도 시,소설,에세이,여행서,자기개발서,평론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고집해서 읽기 마련인데 그런 편협됨을 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것 같다.
책을 읽고 난 후에 책에 대한 독후감만 있다면 독자와 어느 정도 교감은 될 수 있겠지만 책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또한 서평만 있다면 책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있지만 공감대를 얻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왕상한 교수의 개인적인 감정이 이입된 서평에세이어서 책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책을 읽었을 당시의 저자의 마음상태와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 받을 수 있어서 실제로 그 책을 지금 읽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만큼 책에 대한 묘사를 잘 그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 어렵지 않은 책을 선별한 것도 독자를 위한 배려이고 나이와 계층을 불문하고 어느 누가 읽어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48권의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서평했으니 그 책들마다 감동되고 인상깊은 구절들이 있을 터인데
그것만 줄을 긋고 읽어도 이미 머리속에는 48권의 책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때로는 어린이가 되어서, 청년이 되어서, 장년의 느낌으로, 바라보고 읽었던 책을 통해서 마음이
아주 많이 부쩍 자란 느낌이다. 내 인생에 지침이 될 만한 이런 좋은 책을 소개 받았다는 기쁨이 전해진다.
내가 읽어야 할 책을 메모하면서 흥미있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