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2010.1.2 - 통권 29
에세이스트사 편집부 엮음 / 에세이스트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가을은 생각의 계절이던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절임에는 틀림이 없는것 같다.

이번 에세이스트 가을호 <33권 9.10월호>는 삶과 인생에 대해서 이 계절 가을과 함께 많은것을

내게 시사해 주었다.

시는 시대로의 필요와 요구를 가지고 있고 수필은 또 수필대로 맛깔나는 인생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저마다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는 깊은 사골같은 맛을 자아내고 수필은 토박한 향토음식 같은 맛을 드러낸다.

수필은 동네 사랑방에서 두런 두런 들려주는  어른들의 구수한 이야기 같다.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언어이면서 때로는 가슴을 쿡 쿡 찌르기도 하고 가슴이 저며지는 아픔도 있고, 넘어가는 저녁놀 같은

아스라한 슬픔도 배어있다.

 

이번호를 읽으면서  인생의 저녁놀 같은 아름다움속에 감춰진 아스라한 삶의 슬픔을 읽을 수 있었다.
에세이스트 신간 특집으로 실린 정정자님의 글을 읽으면서 삶의 무게를 딛고 선 듬직한 나무같은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들길을 걸으며 동네 사람들의 풍경을 담기도 하고, 키니네라는 수면제를 통해서 인생의 의미,

그 깊이, 삶에 깊게 드리워진 슬픔,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나 또한 한 때 그녀처럼 그런 암울함과 좌절 속에서 엉뚱한 생각을 품고 한없이 내 달리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녀의 인내와 한계의 극한점을 환히 들여다 보며 웃을 수 있었다.

 시어머니와의 고부 갈등을 통해서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한가를, 그럼에도 미움을 버리고

비우고 살아가야 할 인생임을 그는 말하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도 한 때  죽고 싶어서 수면제를 사서 집에  오랫동안 두기까지 했으니  사람과의

불편한 관계가 얼마나 사람을 피페하게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수필속에는 어떤 한 사람의 겸손함도 들어있다. 

"신 앞에서 겸손 하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어려울 듯한 원시 자연 앞에서, 몸에 가시를 세우고 뿔을

들이밀며 때 없이 앙탈을 부리던 내 안의 짐승이 가만 가만 몸을 낮춘다."

 

겸손 앞에서 내 가까이에 놓치지 않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여행이란 먼 곳을 우회하여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일이란 것을

이것들이 인생의 몸을 굽히게 한다는 사실을.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라!"는 말을 통해  삶의 고비를 바짝 당겨 잡으라고 다그치는 작가의 엄중한 호령으로

내게 들려졌다.

 

인생이 착불택배 같다는 말이 인상깊게 남는다.

우리 모두가 착불택배처럼 종착역도 모르고 차비를 내어 줄 사람도 기다려 주지 않는 지금

그 날밤의 착불택배가 차라리 그립다고 말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글에서 현재의 내 모습을 보며 함께 공감하는 것이 바로 수필의 매력이라면

내가 읽은 글들에서 작가의 내면이 아닌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본게 된다.

때로는 아름다운 글에서도 슬픔과 고뇌를 읽고 슬픔이 배어있는 글에서도

잠잠히 배어 나오는 잔인한 기쁨도 찾게 된다. 그래서 인생은 희비곡선이다.

 

저마다의 사는 삶의 깊이도 넓이도 다르지만 느끼고 공감하는 바는 같은가 보다.

그래서 수필같은 인생이고 이것을 어떻게 잘 버무려서 살 것인가가 우리의 몫이다.

이 가을을 넘기며 구수하고 정감 넘치는 글을 대하며 훈훈한 정을 가득 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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