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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2010.1.2 - 통권 29
에세이스트사 편집부 엮음 / 에세이스트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봄과 가을이 오면 사람이 지극히 낭만적이 되는것 같다. 기후가 사람의 몸과 마음을 그렇게 변화시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두 계절이면 어김없이 시나 수필이 그리워진다. 봄이면 봄대로 따스하고도 감성적인 시를 읽고 싶음 마음이 생기고 가을이면 옛추억을 그리며 아늑한 시골의 정취가 느껴지는 수필 한편이 읽고 싶어진다. 요즘은 신앙서적을 더 많이 읽느라 수필과 시를 읽을 기회가 좀처럼 많지가 않아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에세이스트사에서 나온 수필집을 접하게 된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언젠가 에세이스트사에서 발행한 수필집을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는데 예상외로 너무나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사람마다 제각기 사는 방식이 다르고 기호가 다르다 하더라도 사람의 내면에 숨어있는 감성은 동일하지 않은가 싶다. 희노애락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슬프고 기쁘고 화나고 분노하는 감정들.수필에는 이런 감정들이 모두 녹아 있어서 같은 상황이거나 혹 다른 상황일지라도 타인의 감정속에 자신의 감정을 대입시키는 감정이입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
화제작가 특집으로 실린 김기철님의 비를 읽으며 참 많이도 슬펐고 인생이란, 삶이란 무엇인가를 내내 곱 씹으며 생각을 했다. 출가한 비구니라도 주지스님이라도 인간 내면에 잠재해 있는 오욕을 버리지 못하면 평범한 인간보다 오히려 더 못한 사람이 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도흠님의 초대수필 '고통이 클수록 깨달음은 깊어진다'는 신앙수필로 보아도 무방하리만큼 고통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안겨주어 고통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안겨준다.
수필을 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리와 같은 사물을 보아도 사물과 대화를 하듯이 사물의 내면을 훤히 꿰뚫으며 관통을 하는듯 하다. 평범히 아님 무심히 스쳐 지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수필의 글감이 된다.
하여 누구나 수필을 쓸 수는 있지만 그들처럼 사물의 깊은 속을 아직은 꿰뚫지 못하는 것 같다.
수필집을 읽으며 행복하고 감동하기도 했었지만 한편으로 나는 왜 그들처럼 그런 감성을 깨닫지 못하는걸까를 내내 질책하며 읽었다.눈, 까치집, 토끼들이 사는 법이라든가 이들에게는 숨쉬는것 조차도 글감의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낯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김덕기님의 그리움이 아니라 바로 나의 그리움이 되어 저 멀리 계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사람들이 이런 수필같은 마음으로 산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수필을 써 내려가며, 혹은 읽으며 그 당시의 상황 속에서 인간양심의 길을 되찾게 해 주는 마법같은 존재임에 틀림 없었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만은 그렇다. 수필을 읽는 이들에게는 양심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주고 글을 쓰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수필속엔 여러갈래의 길이 나 있다. 저마다 찾아가는 길은 다를지라도 종착역은 인간양심 본원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닐까?
어떤 길을 향해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 않아도 읽다보면 스스로 알아서 길을 찾아주는 고마운 길 안내자 같은 글들. 이번호를 읽으며 인간내면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내가 찾은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