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보는 밤-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 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가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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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의 애착 관계는 결국 시간에 비례하는지 모르겠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아이가 좋아하는 것도 더 알게 되었고, 싫어하는 것들이 꽤나 나를 닮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나는 서서히 아빠라는 이름에 물들어간다.


엄마는 늘 불안하다. 엄마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여자의 관심사는 엄마의 관심사로 모두 바뀌었지만 그래도 

내게 와 줘서 고마워!


네가 목을 들었을 때, 너의 손톱을 깎았을 때, 첫발을 디뎠을 때, 엄마라고 불렀을 때, 처음의 그 뭉클함이란...

시간이 지나 그 처음들이, 익숙함에 희석될 것 같아도

첫 등교를 할테고, 첫 여자 친구를 보여 줄 테고, 언젠가 첫아기를 안겨 주겠지.

지루할 틈이 없겠다. 그렇게 우리에겐 평생 모든게 처음일 테니.


내가 집으로 출근하는 건지 회사로 퇴근하는 건지 매일매일 반복되는 지금의 일상 속에서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도 너는 매일매일 달라지고 있다.


첫걸음마를 기다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혼자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여전히 모든게 신기하고 기특하면서도

언젠가는 내 품에 안겨 놀던 지금이 그립겠지?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다가올 그리움을 견뎌 낼 준비를 하는 것.


비록 우리의 처음은 엇갈렸지만, 

함께 산책하듯 걷다 보면, 언젠가 발이 맞을 날이 오겠지.


육아는 끝이 없다.

그래서 지금 아내에게 필요한 건,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이 도착이 아니라 과정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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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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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도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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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착각이다. 유실된 파일이나 삭제된 이메일, 지워진 문자 등은 최소한의 노력만으로도 복구가 가능하다. 컴퓨터에서 데이터가 지워지는 일은 좀처럼 드물다. 운영 시스템은 다른 것을 저장할 공간이 필요할 때까지 파일의 콘텐츠를 그대로 보관하면서 내부 디렉터리에서 파일목록만을 지워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파일이 덮어쓰기가 됐더라도 디스크 기억장치의 자성때문에 가끔은 원래 콘텐츠의 일부를 복구할 수 있다. 컴퓨터 전문가들은 이렇게 지워도 남는 데이터를 '잔존 데이터 data remanence'라고 부른다.)


정보란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법정에서 상기되고 싶지 않거나 신문 1면에 인쇄되어 나오길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기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연결성은 국가의 힘을 강화시키면서 국가가 좋은 위치에서 은밀하게 시민의 데이터를 캐낼수 있게 해주는 한편, 뉴스의 확산을 통제하는 국가의 능력을 위축시킨다. 


독재자가 수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 형식은 페이스북 게시물이나 트위터 댓글이 아니라 바이오메트릭(사람마다 가진 고유한 물리적 생물학적 특성을 통해 신원 파악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정보다. 지문, 사진, DNA 판독결과 등이 모두 오늘날의 흔한 바이오메트릭 정보다. 


오늘날의 얼굴인식 시스템은 사람들의 눈, 코, 입을 집중적으로 관찰하여 양미간 사이의 정확한 간격 같은 얼굴 이미지의 핵심적인 면들을 묘사해주는 숫자 집합인 '특징 벡터'를 추출한다. (결국 디지털 이미지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이 숫자들은 수많은 얼굴이 담겨있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어 맞는 얼굴을 찾아낸다. 


이란에서는 지난 2009년 대선 때 개혁적인 성향의 녹색운동이 공개 탄압을 받은 후, 통신장비 공급업체인 에릭슨이나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같은 서양 기업이 이란 정부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이 공백을 틈타, 중국의 최대 통신사인 화웨이가 정부의 통제를 받는 이 거대한 이란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고 지배할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었다. 화웨이 이전의 서양 기업들은 민주주의 활동을 탄압하는 이란 정부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자국에서조차 반발에 직면했다. 반면 화웨이는 친독재적인 성향을 보이며 활발하게 자사 제품을 홍보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법 집행을 위해 필요한 위치기반 추적 장치 같은 제품이나 검열에 우호적인 모바일 뉴스서비스 같은 것들도 거리낌 없이 팔았다. 


디도스 공격은 일반적으로 공격 기계들로 이루어진 대규모 분산 네트워크를 통해 일어난다. 종종 자신의 컴퓨터가 이런 식으로 조종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일반 사용자들의 컴퓨터가 해킹되어 여기에 동원되기도 한다. 영어로 표기할 때 도스 공격에 비해 디도스DDos 공격에 D가 하나 더 붙는 이유는, 분산 공격을 한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이름 'distributed'의 앞글자 'D'를 하나 더 붙였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는 분명 혁명적인 움직임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리고 많은 국가에서 모바일과 인터넷 보급률이 올라가 군중을 동원하거나 물자를 분배하는 등 몇몇 전술적인 노력을 펼치기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혁명적인 움직임이 늘어나더라도, 혁명이 완전히 실현되어 기존에 정권을 잡은 세력이 혁신적으로 바뀌는 일은 더 줄어들 것이다. 오래 가는 리더가 많지 않을 것이고, 사안에 따라 정부가 요령있게 대응하면서, 2010년 말 시작된 아랍 혁명에 맞먹는 엄청난 규모의 변화는 여지없이 차단될 것이다. ... 강력한 근대 기술이 혁명의 성공 확률을 크게 높여줄 수는 있어도, 기적을 만들어 줄 수는 없는 법이다. 


어느 곳에서든 잔혹행위에 관한 정보(이야기, 동영상, 사진, 트위터 등)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마치 우리가 아주 이례적으로 폭력적인 시대에 사는 것처럼 보이곤 한다. ... 많은 갈등이 생겨난 게 아니라, 그 갈등이 눈에 더 잘 띄게 되었을 뿐이다. 


화해는 원래 더디고 고통스럽다. 이러한 특성은 인터넷 기술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공개적인 범죄 사실 인정, 판결과 처벌, 용서의 제스처가 갈등에서 벗어나는 사회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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