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달 - 천양희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 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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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을 보라 - 이원규


앞만 보지 말고 옆을 보시라.

버스를 타더라도 맨 앞자리에 앉아서

앞만 보며 추월과 속도의 불안에 떨지 말고

창 밖 풍경을 바라보시라. 


기차가 아름다운 것은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창 밖은 어디나 고향 같고

어둠이 내리면

지워지는 풍경 위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얼굴들. 


언제나 가파른 죽음은 바로 앞에 있고

평화로운 삶은 바로 옆에 있지요.


고통스러울지라도

우리를 밟고 가는 이에게 돌을 던지지는 말아야지요.

누군가 등 뒤에서 꼭같이 뒤통수를 후려칠지도 모르니

앞서는 이에게 미혹되지도 말고

뒤에 오는 이를 무시하지도 말아야겠지요.


일로매진의 길에는 자주 코피가 쏟아지고

휘휘 둘러보며 가는 길엔 들꽃들이 피어납니다.


평화의 걸음걸이는 느리더라도 함께 가는 것.


오로지 앞만 보다가 화를 내고 싸움을 하고

오로지 앞만 보다가 마침내 전쟁이 터집니다.

더불어 손잡고 발밑의 개미 한 마리,

풀꽃 한 송이 살펴보며 가는 생명평화의 길.


한 사람의 천 걸음보다

더불어 손을 잡고 가는 모두의 한 걸음이 더 소중하니

앞만 보지 말고 바로 옆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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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그(네플류도프)는 온갖 선행에 몸을 바치기를 마다하지 않는 순진하고 헌신적인 청년이었는데, 지금의 그는 자기의 쾌락만을 사랑하는 타락하고 세련된 이기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 이러한 일체의 무서운 변화가 그에게 생겨난 것은 그가 자기 자신을 믿지 않고 남을 믿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가 자기를 믿지 않고 남을 믿게 된 것도, 자기를 믿으면서 산다는 것이 너무나도 괴로왔기 때문이었다. 자기를 믿으려면, 모든 문제를 항상 가벼운 쾌락을 구하는 자기의 동물적 자아에 유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그것과 반대 방향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지만 남을 믿으면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들이 이미 해결되어 있었을 뿐더러 항상 정신적 자아에 반하여 동물적 자아에 유리하도록 결정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를 믿으려면 항상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되었지만 남을 믿으면 주위 사람들의 찬동을 받는 것이었다. 


남녀간의 사랑에는, 그 사랑이 절정에 이르러 의식도 분별도 감각도 모두 잊어버리는 순간이 항상 있는 법이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나를 얽매고 있는 이 허위를 끊자. 그리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실행해야만 한다." 하고 그는 결연히 소리내어 말했다. ... "주여, 저를 구하소서. 저를 가르쳐 주소서. 제 가슴속에 깃들이시어 저의 더러움을 씻어주소서!" 그는 기도했다. 신에게 구원을 청했다. 자기 몸에 깃들여 더러움을 씻어 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그때 이미 그가 바란 것은 성취되어 있었다. 그의 내부에 잠들어 있던 신이 그의 의식 속에서 눈을 떴던 것이다. 그는 자기 속에서 신이 눈뜬 것을 느꼈다. 그러므로 자유와 생기와 생활의 기쁨을 느꼈을 뿐 아니라 선의 강함 또한 느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을, 어떤 일이든지 모두, 행할 힘이 있는 자기를 느꼈다. 그러자 그의 눈에서 눈물이 솟아나왔다. 그것은 좋은 눈물과 나쁜 눈물이었다. 좋은 눈물이란 최근 몇 해 동안 그의 내부에 잠들어 있던 정신적 존재가 눈떴기 때문인 기쁨의 눈물이며, 나쁜 눈물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기의 미덕에 대한 감동의 눈물이었다.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어떤 속죄라도 하겠다고 말하려던 어제의 자기 결심이 생각났다. 그러나 오늘 아침이 되고 보니 그것은 어제 생각했던 만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모르고 있는 것을 일부러 알려서 불행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만약 묻는다면 그때는 분명히 말하자. 그런데 일부러 이쪽에서 말하러 갈 필요가 있을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그러나 그 대신 카추샤에 대한 관계에서는 애매한 말이 한마디라도 남아있어서는 안되었다. ... 나는 카추샤가 감옥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 행복할 수도 마음 편할 수도 없다. 나 때문에 파멸당한 여자가 유형지로 보내지게 된다는데, 나는 여기서 축복을 받고 신부와 함께 인사를 하러 다닌단 말인가. 


사실 이 젊은이는 무슨 특별한 악당이 아니라 보통 사람 중의 하나인 것이 분명했다. 이 점은 모두가 잘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다만 환경이 나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젊은이가 없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이런 불행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환경을 없애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녀는 여러 가지 생각이 났지만 네플류도프만은 기억에 떠올리지 않았다. 어릴 때의 일이며, 처녀시절의 일, 특히 네플류도프와의 사랑에 대한 일은 한 번도 생각한 일이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와의 추억은 마음속 어느 한구석에 건드려지지 않은 채 가만히 가라앉아 있었다. 꿈속에서조차 한 번도 네플류도프를 보지 못했다. ...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자기의 쾌락을 위해서만 살고 있었다. 그리고 신이나 선에 대한 모든 말이 기만이었다. 왜 이 세상은 서로 나쁜 짓을 하고 모두가 고민하는 어리석은 조직으로 되어 있느냐 하는 의심이 일어나도, 그런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쓸쓸해지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셨다. 아니 제일 좋은 것은 남자와 즐기는 일이었다. 그러면 그런 것은 다 날아가 버렸다.


"... 나는 지금부터라도 속죄를 할까 하오." 

"속죄할 것까진 없어요. 옛날 일은 옛날 일, 다 지나가 버린 일이에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 처음 면회에서 네플류도프는, 카추샤가 그녀를 위해 힘을 다하려는 자기의 의도를 알고, 자기의 참회를 듣는다면 기쁨에 싸이고 감동하여 다시 본래의 카추샤가 되어주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끔찍하게도 이미 카추샤는 없고, 있었던 것은 마슬로바라는 여자뿐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그를 놀라게 하고 공포를 느끼게 했다. 특히 그를 놀라게 한 것은 마슬로바가 자기 입장을 - 여죄수의 입장이 아니라 (그것은 그녀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매춘부의 입장을 - 부끄러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것에 만족하며 자랑으로 삼고 있는 듯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누구나가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중요하고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 도둑, 살인자, 스파이, 매춘부 따위는 자기의 직업을 나쁜 것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부끄러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실지로는 전혀 그 반대인 것이다. 


"카추샤!" 하고 부르며 그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만지지 말아요. 나는 유형수, 당신은 공작 뭐 이런 데에 찾아올 필요도 없어요." 하고 그녀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그의 손을 뿌리치면서 외쳤다. "당신은 나에 의해 구원받으려는 거예요?" 하고 그녀는 마음속에 솟구쳐오른 것을 죄다 쏟아내려고 성급히 말했다. "이 세상에서 나를 노리개로 만들어 놓고 저 세상에서 나에 의해 구원받으려는 셈이군요! 당신 따윈 꼴로 보기 싫어요. 그 안경, 기름진 얄미운 상판. 돌아가요, 돌아가래두요!" 하고 거칠게 일어서면서 그녀는 외쳤다..... 네플류도프가 한 말이, 그 속에서 그녀가 괴로와하고, 알지 못하는 채 미워하며 피해왔던 그 세계로 그녀를 다시 불러들인 것이었다. 그녀는 이제, 지금까지 그 속에서 살아온 그 망각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과거에 있었던 일의 또렷한 기억을 안고 산다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다. 그 날 밤, 그녀는 또 술을 사서 동료들과 마셨다.


널리 믿어지고 있는 아주 흔한 미신의 하나는, 인간은 제각기 자기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라 선인, 악인, 영리한 자, 어리석은 자, 활동적인 자, 무기력한 자 등등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견해이다. 그러나 인간이란 그런 게 아니다.우리들은 어떤 사람에 대해, 저 사람은 나쁠 때보다 선량할 때가 많다든가, 어리석을 때보다 영리할 때가 많다든가, 무기력할 때보다 활동적일 때가 많다는 식으로, 또는 그 반대로 말할 수도 있다. ... 인간이란 강물과 같은 것이다. 물은 어느 강에서나 마찬가지로 변함이 없지만 그 강 자체는 좁아서 물살이 센 곳도 있고 넓어서 느릿한 곳도 있으며, 맑고 차가운 곳도 있고 탁하고 미지근한 곳도 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개개인은 인간의 모든 성질의 싹을 자기 속에 지니고 있다. 


'일을 하는 사람이나 시키는 사람이나 모두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기 집에서는 애를 밴 여편네가 차양도 없는 모자를 쓰고 힘든 노동을 하고 있는가 하면, 또 굶어 죽게 된 어린것들이 뼈만 남은 앙상한 다리를 흔들며 실성한 늙은이같이 히죽거리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이 일꾼들은 자기들을 약탈하여 벌거숭이로 만들고 있는자들을 위해 자기들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이 궁전 같은 집을 짓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고 네플류도프는 그 건물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좋지 못한 행위는 없었다. 그러나 좋지 못한 행위보다도 더욱 나쁜 것이 있었다. 온갖 좋지 못한 행위를 자아내는 온갖 생각이 있었다. 좋지 못한 행위는 후회를 하고 되풀이하지 않도록 할 수가 있지만 좋지 못한 생각은 모든 좋지 못한 행위를 자아내는 것이다.


마슬로바가 그 어떤 행위를 하든 간에 그녀에 대한 자기의 사랑은 변할 수가 없다는 자각은 네플류도프를 한없이 기쁘게 했고, 일찌기 알지 못했던 높은 곳으로 그를 끌어올렸다. 그녀가 간호장과 어떤 관계를 맺었건 그것은 그녀의 일일 뿐이다. 자기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위함이요 신을 위함인 것이다. ... 마슬로바는 두번째 면회 때 잘라 말했던 것과 같이 어디까지나 그를 용서하지 않고 증ㅇ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또 스스로 그렇게 믿어왔다. 그러나 이미 그를 다시 사랑하고 있어서 네플류도프가 요구하는 것은 모두 다 실행하고 있었다. 그녀는 술도 담배도 끊고 교태도 부리지 않았으며, 병원의 잡역부로 들어갔던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 그래서 네플류도프가 자기 자신을 희생시키려 하면서 결혼하겠다고 말할 때마다 그처럼 거절해 온 것도, 한 번 입 밖에 낸 오만한 말을 뒤집어 놓기가 싫은 자존심 탓도 있었지만, 자기와 같은 존재와 결혼하는 것은 그를 불행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녀는 그 희생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리라고 굳게 결심하고 있었으나, 그가 자신을 경멸하고 자기 마음속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알아주지 않는 것은 몹시 가슴 아픈 일이었다.  지금도 자기가 병원에서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한 태도가 자기의 유형이 확정되었다는 통지를 받는 것보다도 더 서글픈 일이었다. 


"그러나 감옥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죄수들은 영원히 갇혀 있는 것이 아니고 언젠가는 석방이 되니까요. 그러므로 사실은 그 반대로 이런 제도 밑에서는 도리어 죄수들의 죄악과 타락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리는 것이 되므로 결국은 위험을 증가시킬 뿐입니다."


온갖 물건과 서류들을 정리하다가 일기장에 눈이 멈추어 여기저기 훑어보다가 최근에 쓴 몇 장을 읽어보았다. ... '카추샤는 나의 희생을 받으려 하지 않고 그녀 자신이 희생되려고 한다. 그녀도 이겼고 나도 이겼다. 그녀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기뻤다. 믿어도 좋을지 두려운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녀는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 '몹시 괴로운, 그러나 몹시 기쁜 경험을 했다. 그녀가 병원에서 불미스런 짓을 했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와 이야기를 할 때에도 혐오와 증오를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이윽고 자신의 일을 생각하고, 지금 내가 그녀에게 증오를 느끼는 것과 똑같은 일이 있어 내가 얼마나 죄가 많은가 하는 것을 깨닫게 되자 갑자기 내가 미워짐과 동시에 그녀가 불쌍한 생각이 들어 마음이 가라앉았다.'


'인간은 억지로 일을 할 수는 있어도 억지로 사랑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 인간에 대해 사랑을 느끼지 못할 때에는 말없이 가만히 있는 편이 낫다.' 네플류도프는 혼잣말을 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자기에게 몰두하는 것이 좋다. 또는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에 몰두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인간을 상대로 해서는 안된다. 먹고 싶을 때 먹는 것만이 해롭지 않고 유익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넘쳐 흐를 때에야 비로소 정을 가지고 대할 수 있는 것이다.'


네플류도프는 가까스로 힘을 써서 보고두호프스카야가 권고해 준 대로 그녀가 있는 정치범 쪽으로 마슬로바를 옮겨줄 수 가 있었다. ... 정치범들은 식사도 잠자리도 좋았고 난폭한 대우도 덜 받았지만 그보다 마슬로바의 상태를 편하게 해준 것은 남자들의 끈덕지 지분거림이 없어지고, 이제는 이미 잊어버리고 싶었던 어두운 과거를 생각하지 않고 지낼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곳에 옮겨짐으로 해서 얻은 최대의 수확은, 그녀에게 극히 유익한 결정적인 영향을 줄 몇 사람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 사람은 누구나 일부는 자기의 사상에 의해서 일부는 다른 사람들의 사상에 의해서 생활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시몬손은 사람들에 대해 극히 소심하고 겸손했다. 그러나 일단 무엇인가를 결심하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러한 인간이 마슬로바를 사랑했으므로 마슬로바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마슬로바는 여자의 직감으로 곧 그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탁월한 인간의 가슴에 사랑을 싹트게 할 수 있었다는 의식이 자기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높여주었다. 네플류도프는 관대한 마음과 과거의 실수에서 그녀와의 결혼을 신청했지만, 시몬손은 현재 있는 그대로 그녀를 사랑했다. 사랑을 느꼈기 때문에 순순히 사랑했던 것이다. 거기다 마슬로바는 시몬손이 그녀를 독자적 자질을 가진 드물게 보는 훌륭한 여자로서 모든 여자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어떠한 특질을 그녀에게서 인정하고 있는지 마슬로바는 잘 알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한의 가장 좋은 특질을 자기 속에서 불러일으키려고 그녀는 한껏 노력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녀에게 될 수 있는 한 훌륭한 여인이 되려는 노력을 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는 무엇을 생각하건, 어떤 행동을 하건 그의 기분에 기초를 이루는 것은 그녀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감동의 감정이었다. 이 감정은 마치 네플류도프의 마음속에서 지금까지 출구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이제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쏟아질 수 있는 사랑의 흐름을 열어놓은 것 같았다.


나바토프와 란체바는 매우 복잡한 사랑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 ... 란체바는 완전히 정숙한 유부녀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항상 마음속으로 남편과 같이 있었으며, 전에 그러했듯이 지금도 남편 이외엔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나바토프의 헌신적인 순수한 사랑은 그녀를 감동시키고 흥분시켰다. 그는 남편의 친구이며 도덕심이 두텁고 절조가 굳은 사람이었으므로 누이로서 그녀를 대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그녀에 대한 그의 태도에는 그 이상의 무엇이 엿보여 두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내 이야기란 것은,"하고 시몬손이 말했다. "카테리나 미하일로(카추샤,마슬로바)에 대한 당신의 관계를 알고 있으므로 나는 그에 대한 내 심정을 당신한테 말씀드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 나는 카테리나 미하일로바와 결혼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 그 사람은 당신한테 의논하지 않고서 이 문제를 결정하지야 않겠지요. ... 왜냐하면 당신과 그 사람의 관계가 깨끗이 결말을 보지 않는 동안은 그녀는 아무것도 정할 수가 없을 겁니다."

"내 쪽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어 있읍니다. 나는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녀를 편하게 해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그 사람을 속박하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난 그녀에게 단순히 반한 것은 아닙니다. ... 나는 드물게 보는, 마음이 아름답고 많은 고생을 겪어온 인간으로서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읍니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원치 않습니다만 어떻게 해서라도 그녀의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그녀의 입장을..." 시몬손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것을 느끼고 네플류도프는 깜짝 놀랐다. "...입장을 편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하고 시몬손은 말을 계속했다. "만일 그녀가 당신의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면 나의 도움을 받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나는 그녀 곁에서 살고 싶습니다...." 


시몬손이 한 말이, 자기 몸에 지워졌던 의무에서 그를 해방시켜 주었다. 이 의무는 마음 약해질 때마다 그에게 무겁고 두려운 것으로 느껴지던 것이었다. 그러나 해방감은 있었지만 동시에 그는 불쾌한 생각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괴롭기도 했다. 이 심정 속에는 시몬손의 제안이 그의 행위의 뛰어난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자기 눈에도, 남의 눈에도, 자기가 바친 희생의 가치를 낮추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사나이가, 그것도 그와 같이 훌륭한 인간이 그녀에게 약간의 책임도 없는데 그녀와 운명을 같이하려고 원한다면 그의 희생은 그다지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또 단순한 질투 같은 심정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익숙해 버렸기 때문에 그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는 그녀가 형기를 마칠 때까지 그녀 가까이에서 지내겠다는, 모처럼 세웠던 계획이 파괴되었다는 실망감도 있었다. 그녀가 시몬손과 결혼하게 된다면 그가 있을 필요는 없어져 버리며 새로운 인생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게 된다.


"여러 가지 종교가 있는 것은 남을 믿고 자기를 믿지 않기 때문이오. 나도 남을 믿다가 그 때문에 숲속을 헤매듯이 길을 잃었던 것이오...."


'두 가지 중 하나다. 어쩌면 그녀가 시몬손을 사랑하게 되어 내가 그녀에게 바치려고 생각한 희생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는지, 혹은 역시 나를 사랑하고 있어 나의 행복을 위해 나에게서 물러나 자기 운명을 시몬손과 맺음으로 해서 영원히 나와의 인연을 끊어버리려고 생각하는지.' 

....

"아무것도 필요없어요. 당신은 이미 너무나 많은 일을 저를 위해 해 주셨어요. 만일 당신이 안 계셨더라면..." 그녀는 무엇인지 말을 하려다가 목소리가 떨려서 말이 끊어졌다. 

"나는 인사 같은 것을 받을 처지가 못되오." 하고 네플류도프는 말했다.

"어떻게 청산을 하면 좋을까요? 우리들의 계산은 하느님이 다 해주실 거예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자 그 까만 눈에 눈물이 어렸다. 

"당신은 훌륭한 여인이오!"하고 그는 말했다.

"제가 훌륭하다고요?" 그녀는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가슴에 스며드는 듯한 슬픈 미소가 그녀의 얼굴을 밝게 빛내주었다.

...

"용서하세요." 그녀는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가 '안녕히 가세요.'가 아니라 '용서하세요.'라고 했을 때 야릇하게 빛나던 사팔눈과 가슴에 스며드는 듯한 슬픈 미소에 네플류도프는 그녀의 결심의 이유에 대한 두 가지 예상 중에 후자가 옳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네플류도프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플류도프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그 무서운 악에서 구원될 단 한 가지의 확실한 방법은, 사람들이 항상 자기를 신에 대해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남을 처벌하거나 교정할 만한 힘이 자기에게는 없는 것이라고 깨닫게 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았던 것이다. ... 이제야말로 그가 보아온 이 모든 공포가 무엇에서 생겨나는지, 그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가 찾아내지 못하고 있던 대답은 다름아닌 그리스도가 베드로에게 준 대답 그것이었던 것이다. 즉 자기에게 죄가 없고, 따라서 벌을 주거나 교정을 하거나 할 수 있는 그러한 사람들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누구나 용서할 서, 몇 번이건 한없이 용서한다는 것이었다. ... 악인들을 어떻게 애햐 할 것이냐, 이대로 벌을 받도록 하지 않고 내버려 두어도 좋으냐 하는, 언제나 그를 화나게 하던 반발은 이제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반발은 형벌이 범죄를 감소시키고 죄인들을 교정한다는 것이 증명되어야만 의미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반대의 일이 입증되고... 네플류도프는 이제야 사회와 질서가 이대로나마 존속하고 있는 것은 남을 재판하고 처벌하거나 하는, 법률로 보호된 이들 범죄자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타락에도 불구하고 역시 사람들이 서로 동정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네플류도프는 ... 단순하고 명쾌하며 특히 실지로 실행할 수 있는 계율을 발견한 것이었다. 이러한 계율이 실행된다면 인간 생활의 아주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지고 이 조직 아래에서 이토록 네플류도프를 분노케 한 모든 폭력이 저절로 소멸되어 버릴 뿐만 아니라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 지상에 있어서의 신의 왕국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 계율은 다섯 조항이었다. 

첫째 계율은, 사람을 죽여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형제에 대해서 화를 내어도 안되고 누구든지 하잘것 없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둘째 계율은, 인간은 간음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정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것도 피해야만 한다. 또 일단 한 여자를 아내로 맞았으면 절대 배반을 해서는 안된다..

세째 계율은, 인간은 무슨 일에든지 맹세를 하고 약속을 해서는 안된다.

네째 계율은, 인간은 눈을 눈으로 갚아서는 안되며 오른편 빰을 맞으면 왼편 뺨도 내주어야한다. 또 모욕을 용서하고 점잖게 그것을 참고 남에게서 요구되는 일을 절대 거절해서는 안된다..

다섯째 계율은, 인간은 원수를 미워하거나 원수와 싸워서는 안되며 원수를 사랑하고 돕고 그들에게 봉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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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낌 - 김혜순


그럴 때가 있다 갑자기

느닷없이 내 몸속을 물로 된 사람이 스윽 지나갈 때가

들어가선 못 빠져나와 안간힘 쓸 때가

핏줄기에 빗줄기가 섞여들어 졸졸졸 흘러내릴 때가


그러면 또 내가 그걸 못 견뎌서

내 몸속에서 춤추는 사람 천 명이 쏟아져 나온다


여름비가 오열하는 북처럼

춤추는 사람 천 명을 때린다

격정적으로 때린다

숲의 천 그루 나무들이 

전신으로 물방울을 튀기며

쏴아쏴아 군무에 빠져 있다


그럴 때가 있다 갑자기

느닷없이 내가 내 몸속으로 깊이깊이 숨어들 때가


그러면 또 내가 그걸 못 견뎌서

몸속에서 북 치는 사람 천 명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도 아직 내 몸통 속에 갇힌

미친 멜로디가 다 풀리지 않았는지


눈물이 한 방울 간신히 몸 밖으로 떨어지고

세상의 모든 우물이 넘쳐흐른다


광릉수목원 앞길 자동차들이 배처럼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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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권태를 모른다


여행 가방을 쌀 때 사람은 실용성에 지나치게 얽매이고 실용성을 지나치게 염려하게 된다. 그런데 바로 그런 '실용성'을 목적으로 하는 물건들은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런 물건은 어디서나 구입이 가능하며 어디에서 구입하건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용성과 무관한 것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신중하게 선별된 물건이야 말로 여행 가방을 가치 있고 흥미롭게 만든다. 하나의 부적, 박제된 새, 한 뭉치의 오래된 편지...


여행의 서정은 일상의 단조로움,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데 있지 않다. ... 여행의 서정은 경험에 있다. 그것은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새로운 획득물을 내 안에 유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해하고 대지와 인류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해하는 것, 옛 진리와 법칙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 안에서 재발견하는 데 있다. ... 여행하면서 휴식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없다.


세계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나는 혼자지만, 혼자라는 사실을 괴로워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소망하지 않는다. 가만히 누워, 햇빛에 온몸이 빨갛게 익도록 내버려 둘 뿐이다. 익을 대로 익어서 성숙해지기를 열망할 뿐이다. 나는 죽음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날 준비 또한 되어 있다. 세계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이 작별의 순간 나는 더욱 깊은 애정으로 고향의 것들을 다시 한 번 더 사랑한다. ... 사랑의 편지에서 흔히 쓰이는 문구와는 달리, 나는 내 마음을 이곳에 두고 떠나지 않는다. 절대로 아니다, 나는 마음을 갖고 길을 떠난다. 산 너머 저 먼 땅에 가서 살 때도 나는 마음이 필요하다. 


나는 내가 아닌 것이 되려고 했다.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으면서도 시민의 삶 또한 차지하고 싶어했다. 예술가이자 환상의 숭배자가 되기를 원했으면서도 덕망의 삶, 안주의 삶을 누리려고 했다.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사람은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 


훌륭한 책은 멸종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사는 것도 전혀 힘들지 않아.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승마와 요트, 그게 도대체 뭐가 중요한가? 약간의 철학만 갖춘다면 그 모두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임을, 그냥 하찮은 껍데기에 불과함을 쉽게 알 수 있는데 말이야. 

... 

나는 사람의 일생에 단 한 번만 찾아오는, 그런 유일한 감정으로서의 사랑을 얘기하는 거야. 그런 사랑은 고독하지. 설사 그 사랑이 흔히 하는 말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말이야. 그런 사랑에 빠지면 사람은 모든 욕망과 재산을 다 바쳐서 열정적으로 오직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서 활활 타오르게 돼. 모든 희생이 그대로 쾌락 자체가 되어 버리는거야."


분명히 경험했던 일이 어느 순간 생소하게 변하면서 기억에서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아닌가! 그리하여 수많은 경험들로 이루어진 몇 년이란 시간도, 마치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완전히 망각되어 버리기도 한다.


"사랑에 빠진 자는, 그것도 일생에 한 번 뿐인 유일한 사랑이라면, 그러면 누구나 시인이 되는 거잖아요. 사랑하는 여인의 미소를 한 번 얻기 위해, 혹은 윙크를 얻기 위해 영웅이 되는 거잖아요. 설사 그가 쓴 시가 아주 뛰어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매우 뜨겁고 정열적이긴 할 테니까." ...

"당신은 나와 마찬가지로 그리움을 갖고 있습니다. 당신이 갈망하는 것은 어떤 한 명의 애인이 아닙니다. 그건 사랑이에요. 맹목적으로 무조건적으로 빠져드는 그런 사랑 자체"


그녀는 그날 밤 잠들지 못했다. 남편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그것을 일생동안 견딜 수 있기를 그녀는 소망했다.


강은 깊었는데 얼음은 참으로 투명하여, 마치 엷은 유리창을 통해 보는 것처럼 초록색 물속이 완전히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타고난 바람둥이이며, 내가 사랑하는 것은 어느 한 여인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일 뿐. ... 우리 방랑자는 사랑의 욕망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사랑을 피워 올리는 일에 익숙하며, 원래는 여인에게 바쳐야 할 사랑을 마을과 산, 호수와 계곡에, 길가의 아이들에게, 다리 아래의 걸인에게, 풀을 뜯는 소에게, 새에게 그리고 나비에게 놀이하듯 나누어 주는 것에 익숙하다. 우리는 사랑을 대상으로부터 분리해 낸다. 우리는 사랑 자체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런데 실상은 이렇다. 내가 시민적인 원칙을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나 자신이 정한 원칙은 더더욱 강해진다.


신문을 읽지 않는다. ... 나는 정치나 스포츠, 경제 분야에 흥미가 없고, 더구나 몇 년 전부터는 세계가 또다시 전쟁을 향해 치닫고 있는 모습을 매일매일 무력하게 들여다보는 일이 도저히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몸을 던졌다! 물속으로, 죽음 속으로 그는 몸을 던졌지만,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어서 불가피하게 선택한 건 아니었다. 죽음 속으로 몸을 던진 것처럼 삶을 향해서 몸을 던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 자체는 별 의미가 없고, 심지어 중요하지도 않다. 그는 살게 될 것이고,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자살이 필요없게 된다. ... 그는 두려움을 극복한 상태일 테니까.


실제로 인간이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스스로 몸을 던지는 일, 불확실함을 향해서 허공에 발을 내딛는 일, 단단한 토대 위에 자리 잡은 모든 확실성의 경계 너머로 걸어 나가는 일이다. 그런 일을 한 번이라도, 정말이지 오직 단 한 번이라도 감행해 본 사람, 운명에게 결정권을 넘겨주고 모든 것을 하늘에 홀연히 맡긴 채 미지의 길로 나아갔던 사람은 자유를 얻었다. 


함께 살지 못하면 정말로 삶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그런 여자는 세상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함께 사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그런 여자 또한 없었다.


외부에는 안식이 없었다. ... 그러나 인간은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다른 종류의 안식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방법은 곧,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다. 자신을 내던져라! 방어하려고 하지 마라! 기꺼이 죽어라! 그리고 기꺼이 살아라!


시간에 관한한 그들은 모두 백만장자이다. 마치 바닥이 없는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듯 시간을 길어 올린다. 그러므로 한 시간, 하루, 한 주일 정도를 허비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 우리 불쌍한 서구인들은 시간을 잘게, 더욱 잘게 쪼개 버린 후 그 작은 조각 하나하나에 동전 한 닢의 값어치를 매겼다. 


나는 만사를 체념한 방관자의 마음이 되었다. ... 몇 시간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가능해졌다. 주변의 극히 사소해 보이는 사물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말이다.


학교에서 완전히 쫓겨난 열다섯 살에, 나는 단단히 마음먹고 열성적인 독학을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물려준 엄청난 분량의 장서를 아버지가 그대로 갖고 있었다는 것은 내게는 큰 행운이자 기쁨이었다. 


누구든 성숙하고 충만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을 최대한 완성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너 자신이 되라'는 이 법칙은 적어도 젊은이들에게는 모범이자 이상인 셈이죠. 진리와 발전을 이루는 다른 길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삶을 인정하면 인정할수록, 외부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과 내면의 우리 자신이 일치하면 할수록, 우리는 그만큼 더 강해집니다.


사람은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하고, 가만히 들을 줄 알아야 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며, 꿈꿀 줄 알아야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 때문에 불안에 빠지는 저녁마다, 그렇게 나무는 술렁인다.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랜 삶을 살아가는 나무는, 생각이 길고 호흡은 느리며 고요하다. 우리가 나무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 한, 나무는 우리보다 지혜롭다. 하지만 우리가 나무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게 되면, 그때 어린아이처럼 부족하고 조급하고 경솔했던 우리의 생각은 무엇과도 비할 바 없는 큰 기쁨을 얻는다. 나무의 소리를 듣게 된 자들은 이제 더 이상 나무가 되기를 열망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 이외의 그 어떤 것도 되기를 열망하지 않는다.


'경탄하기 위해서 나는 존재한다!' 괴테의 시 구절이다.


고대 중국의 시:

한 사람이 늙고, 그의 일을 모두 행하였다면

고요 속에서 죽음과 벗할 순간이 다가왔음이라

그는 더 이상 인간이 그립지 않도다, 그는 인간을 알고,

이미 충분히 보아 왔으니

이제 그리운 것은 오직 고요일 뿐,

그런 사람을 찾아가고, 그런 사람에게 말을 걸며, 그런 사람을 말로 괴롭히는 일은

점잖음이 아니니

그의 집 앞에서는 그냥 조용히 지나가리라

그 누구의 집도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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