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의 <도덕에 관한 편지>에는 '사람은 가르치며 배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라틴어는 문법이 굉장히 복잡합니다. 명령법, 부정법, 분사, 동명사, 목적분사를 뺀 대략의 능동태만 해도 60여 가지가 넘습니다. 동사의 다양한 어미변화는 물론이고 수동태의 어미변화는 더 복잡해요. ... 하지만 이 고비들을 잘 넘기고 복잡한 문법체계를 익히고 나면 확실히 공부하는 훈련이 됩니다. 어렵고 미묘한 문제와 마주해도 별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 오래 해보면 깨닫게 되겠지만 라틴어 공부는 평범한 두뇌를 공부에 최적화된 두뇌로 활성화시키고 사고 체계를 넓혀줍니다.
삶의 긴 여정 중의 한 부분인 학문의 지난한 과정은 어쩌면 칭찬 받고 싶은, 젠체하고 싶은 그 유치함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 그 마음이 그저그런 유치함이 아니라 '위대한 유치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사실 언어 공부를 비롯해서 대학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틀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학문을 하는 틀이자 인간과 세상을 보는 틀을 세우는 것이죠.
라틴어가 가지고 있는 특성 중에는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종종 존댓말의 범주 안에서 사용하는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은 법률적 표현이고, 더 들어가보면 라틴어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하지 마라' '주의해라'와 같은 명령형이 아니라 행동의 주체인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죠. ... 언어는 사고의 틀입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수평성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가 로마인들의 사고와 태도의 근간이 되었을 겁니다.
라틴어를 읽은 방식은 ..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스콜라 발음' 또는 '로마 발음'이라고 하여 .. 4,5세기부터 시작하여 중세 시대를 지나 로마 카톨릭 교회가 사용한 방식... '고전 발음' 또는 '복원 발음'이라고 해서 고전 문헌을 토대로 르네상스 시대에 복원한 발음입니다. 국제학술대회에서 라틴어 발음을 들어보면 영 미 독일계 학자들은 고전 발음을 고수하고, 이탈리아나 스페인 학자들은 스콜라 발음을 쓰지만, 서로 다 알아듣습니다. ... 영국과 독일인들은 근대부터 유럽 문화의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에, 로마 제국 및 중세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그리스와 로마의 원 문명이 자신들의 근원이라 여기고 고전 발음을 고수하죠. ... 반면에 라틴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는 그리스-로마-중세-근대로 유럽 문화가 이어져왔으며 자신들의 문화가 그 맥을 이어왔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로마 발음, 즉 스콜라 발음을 중시합니다.... 우리 나라 지식인들은 '원조'를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철학, 법학, 신학 등을 공부했어요. 그러다보니 그런 학문에 등장하는 라틴어를 접할 때 당연히 독일에서 쓰는 고전 라틴어 발음으로 익히게 되었죠.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 초창기 지식인들이 외국의 지식을 들여올 때 라틴어를 고전 발음으로 표기하여 들여오게 되었고, 이것을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사용해온 겁니다.
세네카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라고 말했습니다.
Postquam nave flumen transit, navis relinquenda est in flumine.
(포스트쾀 나베 플루멘 트란시이트, 나비스 렐린쿠엔다 에스트 인 블루미네)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강에 두고 가야 한다.
모두가 스스로에 대한 객관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최고의 천사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저는 햇수로 따져보면 30여 년간 공부를 해온 셈입니다. 하지만 단 한순간도 편안했던 적이 없어요. 물리적인 어려움이든 심리적인 어려움이든 육체적인 고통이든 간에 늘 괴로움이 제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 공부는 중도에 그만두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수도자들이 입는 옷 '하비투스'에서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것을 한다는 의미에서 '습관'이라는 뜻이 파생하게 된 겁니다.
사실 인생은 자신의 뜻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그중 많은 문제가 우리를 괴롭히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마도 계속 그럴 겁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그것은 그것이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한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 중요한 건 내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 "지금 사정이 여러모로 안 좋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이 일을 혹은 공부를 할 수 없어. 나중에 좀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기면 그때 본격적으로 할 거야."라고 하지만 그런 시간은 잘 오지 않아요. 아니, 끝내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가엾게 여길 줄 모르는 가엾은 인간보다 더 가엾은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 아우구스티누스
"황제의 것은 황제의 것으로, 신의 것은 신의 것으로"라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캐사르와 신을 구분하는 복음서의 권고는 인간의 역사에서 아주 오래된 정교 일치를 파괴하는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 이것은 그 시대의 사람들이 시민으로서 국가 권력의 명령에 따라야 함과 동시에 신자로서 자기 양심상의 계율을 지켜야 하는 '이중 충성'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시간이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개인적, 사회적인 자아가 실현되지 않으면, 인간은 고독하고 외롭고 소외된 실존과 마주해야 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고대하던 순간이 격렬하게 지나가고 나면 인간은 허무함을 느낍니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
(시 발레스 베네 에스트, 에고 발레오)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Si vis vitam, para mortem.
(시 비스 비탐, 파라 모르템)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불행하게 사는 것도, 과거에 매여 오늘은 보지 못하는 것도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닐까요? 10대 청소년에게도, 20대 청년에게도, 40대 중년에게도, 70대 노인에게도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때이고 가장 행복해야 할 시간이에요. ... 그러니 카르페 디엠, 오늘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가는 데 70년이 걸렸다." - 김수환 추기경
Tempus fugit, amor manet.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
시간이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내가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더 나은 곳은 없더라. - 토마스 아 켐피스
우리가 아는 만큼, 그만큼 본다
사람마다 자기 삶을 흔드는 모멘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힘은 다양한 데서 오는데 그게 한 권의 책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한 장의 그림일 수도 있고, 한 곡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또 이렇게 잊지 못할 장소일 수도 있고요. 그 책을 보았기 때문에, 그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그 장소를 만났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눈뜨게 되고 한 시기를 지나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게 되는 것이죠.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불네란트 옴네스, 울티마 네카트)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는다.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마태오복음 6장 34절
Hoc quoque transibit!
(혹 쿠오퀘 트란시비트)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사람들마다 꽃피는 시기가 다르고, 저마다의 걸음걸이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당장 노력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절망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내가 언제 꽃피울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미리 알지 못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저 그때가 찾아올 때까지, 돌에 정으로 글씨를 새기듯 매일의 일을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