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별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아

별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일생을 살자.

인간의 집이 있었던 산 위에 올라

새벽별을 바라보며

삶이라는 직업에 대하며 생각하자.

고향으로 돌아가는 밤기차를 놓치고

새벽 거리의 가랑잎으로 흩어질지라도 

어머니 무덤가에 사라졌다 빛나는

새벽별을 바라보며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노래하며 살아가자.

오늘밤 사람들이 숨어 떨던 어둠속에는

고향으로 가는 별이 스치운다.

별 속에는 가없이 꿈이 흐른다.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아

꿈을 받으라.

고향으로 흐르는 별을 찾아서

별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일생을 살자.



새벽 눈길

...

그대 눈 속에 한 인간의 일생을 머물게 하라.

...



...

사랑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슬픔을 만든 산에 가보아라.

서로 사랑한다는 말만 쌓이어

흰 산새 등 위에 슬픔은 엎드린다.

...



첫눈

...

사랑한 죄는 무죄가 아니더냐

기다린 죄도 무죄가 아니더냐



... 서정주의 화형식을 거행했다. ... 한창 참여시의 선봉으로 젊은 시인들을 열광시켰던 김수영시대에, 서정주의 시를 충분히 헤아리지도 못하고 그의 시가 무엇을 노래하는지조차 모른 채 마구잡이로 그를 시의 이단자로 몰아붙인 단순성에 기인한 어리석음이 아니고 또 무엇이었겠는가. ... 서정주를 올바르게 꿰뚫어보고 속속들이 자신의 시의 비밀을 털어놓는 호승이가 마침내 어느 술자리에서 이런 고백을 했다. "내가 시의 운율을 배운 것은 서정주한테서였다"라고.  - 박해석,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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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청년의 애인-정호승


눈 내리는 새벽을 향하여 기도하라.

착하게 살기 위하여

너무 일찍 태어났던 청년은 오늘

슬픔을 향하여 칼을 던지고

새벽 눈길 위에 홀로 쓰러져 우나니

애인이여

마음이 가난한 어느 청년의 애인이여

눈을 여전히 슬픔 위에 쌓이는데

슬픔에 대하여 혹은 운명에 대하여

그대는 더이상 말하지 말고

눈 내리는 새벽을 향하여

다만 홀로 기도하라.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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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닦는 소년-정호승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 아래 짓밟혀 나뒹구는

지난밤 별똥별도 주워서 담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담는다.

이 세상 별빛 한 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목숨 위에 내려앉은 먼지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메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별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 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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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들어서면서 우리가 알던 세계상에 혁명을 불러일으킨 두 가지 물리학 이론이 등장했다. 바로 양자 역학과 상대성 이론이다. 이 이론들이 혁명적인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당시 지배적이던 물리학 법칙들을 깨뜨렸다는 점, 또 하나는 자연을 서술하는 이 이론들의 방식이 인간의 상식과 일상 경험에 완전히 모순된다는 점이다. 


양자역학이 제법 많은 물리학자들의 공동 노력에 의해서 탄생되었던 반면, 상대성 이론에는 단 한 사람의 창조자가 있었으니 바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특수 상대성 이론의 중요한 의미를 깨달았던 최초의 인물은 막스 플랑크였다. "그 대담성을 따져 볼 때 사변적 자연 탐구뿐만 아니라, 철학적 인식론 분야에서 지금껏 인간이 달성한 모든 업적"을 확실하게 뛰어넘은 것이라고 판단한 플랑크는 상대성 이론을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 부를 정도였다. 


베른에 도착한 뒤 아인슈타인은 곧바로 '올림피아 아카데미'라는 일종의 토론 클럽을 만들어, 매일 저녁 당시 루마니아 출신의 철학과 대학생이었던 모리스 소로빈과 베른에서 수학을 전공했던 콘라트 하비히트와 모임을 가졌다. 


아인슈타인의 삶을 살펴보면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하루에 8시간, 일주일에 6일을 심사대에 서서 특허 출원을 감정하던 3급 기술 심사관이 나머지 시간을 활용해 물리학의 심오한 문제들을 숙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 놀라운 해는 1905년이었다. 무려 6편의 논문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중 한 논문은 훗날 노벨 물리학상 수상의 계기가 되었고, 또 다른 하나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다룬 논문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물리학자들은 불변의 속도로 운동하는 계를 관성계라고 부르며, 이 관성계에서 모든 물리 법칙은 동일한 형식을 가진다.


3급 기술 심사관 아인슈타인이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 역학에 대하여>라는 30쪽자리 논문을 <물리학 연감>에 제출하기까지는 5시간이 더 걸렸다. 몇 년 뒤 특수 상대성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그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기존의 사상과 완전히 작별을 했다. 새로운 이론은 본질적으로 2개의 전제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첫 번째 전제는 역학과 전기 역학의 법칙들은 등속 운동계에서 그대로 통용된다는 것이고, 빛의 속도는 이 빛의 관측자가 처한 운동의 상태와는 관계없이 늘 일정하다는 것이 두 번째 전제이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등속으로 운동하는 계에서만 통용되는 것이었는데, 가속되는 계에도 상대성 원칙이 확대 적용될 수 있는지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다. 


아인슈타인은 공간의 개념 또한 뒤바꿔 놓게 되었다. 뉴턴에 의하면 공간은 절대적이고 외적인 대상과 관련을 맺지 않은 채 언제나 동질적이고 '고정적인' 데 비해, 아인슈타인 이론에 따르면 공간은 역동적 '형상'이었다. ... 1919년 개기 일식을 통해 일반 상대성 이론의 예측 중 하나가('중력장에 의한 빛의 휘어짐') 증명됨으로써 한때 스위스 베른의 특허국 관리였던 아인슈타인은 드디어 세계사의 위대한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들은 지구가 엄청난 속도로 태양 둘레를 돌고 있다는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을 괴상망측하다고 여겼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 하지만 갈릴레이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지구가 아무리 엄청난 속도로 운동한다 하더라도, 일정한 등속 운동이므로 우리는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지구에 있는 우리가 우주선에 탄 비행사를 관측하면 그 행동 하나하나가 느린 화면처럼 보일 것이다. 반면 우주 비행사가 고성능 망원경으로 지구를 관찰한다면 반대로 우리의 움직임이 그에게 느리게 비칠 것이다. 상대성 이론은 정지계와 운동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비추어 본다면 아주 당연한 일이다. 닐은 빠르게 움직이는 좌표계에 있었기 때문에, 그가 머물던 기내의 시계는 지구에 있던 쌍둥이 동생의 시계보다 시간이 느리게 갔던 것이다. 광속의 98퍼센트일 때 시간 지연 계수는 5를 나타낸다. 즉 우주선에서는 지구보다 시간이 다섯 배나 더 느리게 갔다는 얘기다. 


시간 지연과 길이 수축은 광속도의 불변이라는 가정에서 도출된 현상이다. 광속도의 불변성은 갈릴레이가 말한 속도의 덧셈 법칙이 틀렸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 오랜 이론이야말로 고전 물리학의 취약점 가운데 하나였는데, 전기 역학의 법칙은 상대적으로 정지한 계에서 관찰할 때와 그에 대해 운동하는 계에서 관찰할 때 각각 달라지기 때문이다. ... 아인슈타인의 변환 공식을 통해 맥스웰의 법칙을 계에서 계로 옮길 경우에도 그 법칙을 불변한다. 이로써 역학과 전기 역학이 사이좋게 공존할 길이 생긴 셈이다. 


카우프만의 실험은 전하가 자기장 속으로 발사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전자가 이탈하는 정도가 작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숱한 과학자들이 이 결과를 설명하려고 시도했는데, 결국에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자 질량이 늘어난다는 이론이 지지를 받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곧 물체의 '에너지 함량'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석 달 뒤 그는 <물리학 연감>에 3쪽밖에 되지 않는 논문 하나를 제출했다. 제목은 '물체의 관성은 그 물체의 에너지 함량에 따라 달라지는가?'였다. 그 논문의 결론은 세계 역사상 가장 유명해진 공식이었다. 바로 E=mc^2 였다. 


원자 폭탄의 무시무시한 폭발력은 물질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에 기초하고 있다. 폭발과 함께 원자핵이 분열되고 이때 핵물질의 1000분의 1이 에너지로 바뀐다. 그 물질에 얼마나 큰 에너지가 포함되어 있는지 1945년 투하된 원자 폭탄이 생생히 증언해 주고 있다.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각각 1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원자 폭탄에서는 약 1그램의 우라늄 및 플루토늄이 폭발 에너지로 변환되었다. 


한 물리학자가 완전히 폐쇄된 상자 속에 들어가 손에 돌 하나를 들고 있다고 가정하자. 돌은 손에서 놓으면 바닥으로 떨어질 텐데,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그 상자가 지표에 있다면 돌은 중력 때문에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물리학자가 우주선에 있을 수도 있는데, 이때는 돌의 낙하 방향과 반대로 일정한 가속이 이루어진다. 밖을 내다보지 않는 한 물리학자는 그 두 경우를 구분할 도리가 없다. 


결국 아인슈타인은 등가 원리 하나만을 갖고 세 가지 놀라운 현상을 유도해 낸 셈이었다. 즉 중력이 셀수록 시간은 느리게 가고, 중력의 영향 아래 빛은 더 붉어지고 직선 경로에서 벗어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휘어진 광선이라는 개념은 한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광선이 특정한 너비를 갖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휘어진 광선의 안쪽은 바깥쪽보다 더 짧은 거리를 지나게 된다. ... 결국 빛이 관측자에게 동시에 도착하는 경우 빛은 바깥 궤도보다 안쪽 궤도에서 더 느리게 퍼져 가야 한다. 그렇다면 이는 특수 상대성 이론의 가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닐까? 그에 따르면 빛의 속도는 어느 계나 같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순은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시킨 4년 뒤에야 해결될 수 있었다. 


공식 E=mc^2이 우리 삶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면, 상대성 이론의 나머지 효과들은 너무 미미하여 일상에서 느끼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의 중요성이 커짐에 다라 상대성 이론의 중요성도 점점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위성 항법 장치인 미국의 GPS 그리고 이와 유사한 러시아의 글로나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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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호승


슬픔의 가난한 나그네가 되소서.

하늘의 별로서 슬픔을 노래하며

어디에서나 간절히 슬퍼할 수 있고

어디에서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슬픔의 가난한 나그네가 되소서.

슬픔처럼 가난한 것 없을지라도

가장 먼저 미래의 귀를 세우고

별을 보며 밤새도록 떠돌며 가소서.

떠돌면서 슬픔을 노래하며 가소서.

별 속에서 별을 보는 나그네 되어

꿈속에서 꿈을 보는 나그네 되어

오늘밤 어느 집 담벼락에 홀로 기대보소서.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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