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석에 앉은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할머니 옆에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제법 시끄러웠다. 게다가 어르신은 뉴스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어허" "이런" 등의 추임새를 꽤 격렬하게 넣었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앵커 멘트와 어르신의 목소리가 객차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할아버지 손등에 살포시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여보, 사람들이 많으니까 이어폰 끼고 보세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아, 맞다. 알았어요. 당신 말 들을게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이어폰을 꺼내더니 보일 듯 말 듯 한 엷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귀에 꽂았다. ...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당신 말 들을게요"라는 어르신의 한마디가 내 귀에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오"하는 문장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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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달같이


연륜이 자라듯이 

달이 자라는 고요한 밤에

달같이 외로운 사랑이

가슴 하나 뻐근히

연륜처럼 피어나간다.




쉽게 씌어진 시

...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종점이 시점이 된다. - <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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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 윤동주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므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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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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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전형적인 고대의 상대주의자로 언급되는 인물은 "만물의 척도는 인간"이라고 주장한 프로타고라스이다. ... 인간 공동체나 집단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관습이나 전통을 갖고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도덕과 가치 판단을 한다는 의미에서 상대주의적이고, 또 개인들이 자신의 감각적 경험과 성격 가치관에 따라 같은 것도 서로 다르게 판단한다는 의미에서 주관적이고 상대주의적이다.  


"신들에 대해서 말한다면, 나는 그들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하며, 그들의 형상이 어떠한지도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주제의 모호함과 우리의 짧은 인생은 그러한 지식의 확실성을 탐구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 프로타고라스 


스토아학파의 키케로는 소크라테스를 "철학을 하늘로부터 끌어내려 도시에 안주시켰고, 심지어 집안으로 끌어들여 인간의 삶과 도덕, 선과 악에 대해 묻고 탐구한 첫 번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 소크라테스는 절대적이고 보편적 진리를 부정하는 소피스트들(프로타고라스)과는 반대로 ... 진리와 도덕에 대한 입장은 절대주의적이었다. 


소크라테스는 국가의 큰 윤곽을 그린 다음 국가의 덕에 상응하는 개인의 덕을 그려내려 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생각은 제자인 플라톤에게 이어지는데, 플라톤은 <국가:정의에 관하여>에서 정의로운 국가의 모습을 그린다.


절대주의적이고 보편적인 진리(지식)에 대한 플라톤의 믿음은 그의 '이데아(Idea)'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이데아란 감각과 경험을 초월하는 참된 존재(즉 보편적 본질 또는 개념)를 의미한다.


에피쿠로스는 원자론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앎(지식)이란 원자들의 운동, 즉 감각과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믿었다. ... 우리의 감각과 경험은 고통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반응하지만, 즐거움과 만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이로부터 에피쿠로스의 윤리적 입장인 쾌락주의 윤리가 나온다. ... 쾌락주의자라고 해도 그가 맹목적이고 향락적인 쾌락주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는 향락적이고 감각적인 쾌락만을 추구할 경우 '쾌락의 역설'에 부딪치기 때문에 건전한 사고와 판단에서 비롯된 지속적이며 정신적인 쾌락을 강조했다.


"죽음은 아무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분해되면 감각이 없기 때문이다."-에피쿠로스


스토아학파는 인간을 비롯해 우주와 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본성을 로고스(이성)라고 믿었다. 로고스란 이성 법칙 질서의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주에는 우연이란 있을 수 없고 보편적 이성인 로고스의 원리가 깃들어 있는 질서와 법칙 만이 있을 뿐이다.


스토아학파에서 이상적인 경지로 제시하는 아파테이아(apatheia), 즉 그리스어로 '정념에 사로잡히지 않음'은 영어 단어 '무감각(apathy)'의 기원이기도 한데, 이것은 의지의 강건함을 통해 정념(감정)으로부터의 초연한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근대 실험의 선구자인 베이컨은 경험론자이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연역 삼단 논증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연역적 방법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해 동의를 이끌어낼 때는 도움이 되지만, 자연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려고 할 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그는 자연을 해석하고 탐구하는 참된 방법으로 귀납적 방법을 제시했다. 


홉스는 모든 것을 물체와 물체의 운동으로 환원하는 유물론자였기 때문에 철학(학문)을 오직 물체의 운동만을 연구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 때문에 비물질적 실체인 신은 철학의 연구 대상이 아니라는 것(무신론자)이 그의 입장이다.


로크는 철학적으로 전형적인 경험론자... 우리의 마음을 마치 '백지'와 같은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우리의 지식, 신념, 세계에 대한 관점과 같은 모든 관념들이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경험론자인 흄은 로크의 인식론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 마음(또는 지식)의 내용이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과 법칙(인과율)'이란 단지 우리의 경험이 지속적으로 쌓여 하나의 습관을 만들고, 이 습관적인 경험에 따라 마치 정말로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는 것처럼 믿게 된 것이지 실제로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회의적 입장을 제시한다. 이렇게 되면 과학적, 귀납적 방법과 지식은 보편타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나는 이전에 내 정신 안으로 들어왔던 모든 것들을 꿈속의 환영처럼 더 이상 참이 아니라고 가정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거짓으로 간주하는 동안에도 의심(생각)하는 나 자신만큼은 여전히 그 무엇이어야 했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 데카르트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학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성에 의한 연역적 수학적 원리를 학문 방법으로 중시했다. 그는 이 세계가 마치 수학적인 법칙적 질서에 따라 운영되는 거대한 하나의 기계라고 생각했다.


라이프치니는 참된 유일한 실체를 '단자(단일성)'라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하나의 사물(복합 실체)는 여러 개의 단순한 실체들의 총합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은 인류를 두 명의 군주의 지배 아래 두었다. 하나는 쾌락이며, 다른 하나는 고통이다.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는 모두 이 두 군주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다."-벤담


밀은 벤담의 공리(효용, 유용성)와 최대 행복의 원리에는 동의하지만, 벤담의 양적 쾌락주의는 거부하는 대신 질적 쾌락주의를 주장한다. 


칸트에 의하면, 모든 사물들이 필연적이고 기계적인 법칙에 따라 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인간은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 ... 행위의 도덕적 의미는 이성적인 존재인 인간이 오직 이성의 명령(실천 이성)에 따라 순수하게 선을 실천하고 따르려는 의무(자율성)에 근거해서 이루어지는 행동에 적용할 수 있다. 칸트는 자연계를 지배하는 필연적인 법칙이 있는 것처럼 이성적인 존재인 인간에게 적용되는 필연적인 도덕 법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헤겔의 관념론은 자연과 이성을 통일하려는 정신의 자기실현 과정이라는 입장에 충실하고 있다. 


스콜라 철학이란 그리스도교 교리를 이성을 통해 철학적으로 논증하고 합리적으로 이해하려 했던 철학을 말한다. 


플라톤과 플라톤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은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의 이교도 경험을 통해 이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신에 대한 사랑, 즉 신앙이 우선이라고 확신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콜라 철학을 계승해 현대에 다시 일으키고자 하는 사상을 신토마스주의라 부르는데, 이를 대표하는 인물은 세계인권선언의 초안자이기도 한 자크 마리탱이다. 


실존의 의미에 기초해 사르트르는 실존을 자기를 선택하면서 지향하는 존재, 자기의 삶에 주체적으로 관여(즉, 참여)하는 존재의 의미로 사용한다. 이 점에서 실존주의는 인간을 단순히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를 선택하고 만들어(창조해)가는 존재로 파악한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에 영향을 미친 하이데거의 실존주의에서 인간이란 '세계-내-존재'로 단순한 사물과 달리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줄 아는 유일한 존재이다.


"여성은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남성에 의해) 정의된다." - 시몬느 드 보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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