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오지 않을 것 같은데 매번 오고야 마는 것이 미래다 - 어찌할 수 없는 소문


해변의 권태에는 뭔가 음악적인 것이 있다 - 최후의 후식


군대가서 절망한 친구는 자살했지만 절망해서 군대간 친구는 잘 살았다 -금빛 소매의 노래


언젠가 당신의 낡은 책갈피 사이에서 발견한 괴테의 시구. "모든 봉우리에는 휴식이 있다."-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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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생활 - 박준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이

나에게는 여행 같은 것으로 남고

당신에게는 생활 같은 것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함께하지 못할 앞으로의 먼 시간은

당신에게 여행 같은 것으로 남고

나에게는 생활 같은 것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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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죽음이라는 말을 잘 쓴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말해 그만큼 생명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어리석은 자는 항상 삶 다음에 죽음이 오지만 현명한 사람은 죽음 다음에 삶이 온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생사 결단'한다고 하지 않고 '사생 결단'한다고 말한다. ... 그러니까 셰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대사 "To be or not to be. That is question."도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직역을 해서는 안 된다. 자연스런 한국말이 되자면 그 순서를 바꿔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해야 한다.


사람을 욕할 때 우리는 '덜됐다', '못됐다'라고 한다. 그리고 반대로 칭찬할 때에는 '사람 됐다' 혹은 '된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은 타고난 존재가 아니라 끝없이 완성을 향해서 '되어가는 것', '변화해 가는 것'이라는 한국인의 철학이 담겨져 있는 말이다. ... 인간은 가장 불완전한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완전한 것처럼 보이는 다른 짐승들보다 발전할 수가 있었다는 헬더 같은 사상가의 생각이다. ... 이런 결핍과 불완전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끝없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고 보완하는 기술과 문명을 만들어 내는 존재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말의 가르치다가 밭을 가는 것에 그 어원을 두고 있는데 비해서 교육(education)이라는 영어는 젖을 먹인다는 라틴어의 에듀카레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교육은 젖먹이는 것, 그래서 성장시켜 간다는 뜻이다. 


송강은 <속미인곡>에서 이 낯빛이라는 말을 절묘하게 구사하여 한국인의 섬세한 표정관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 있게 보여 준다. "반기시는 낯빛이 예와 어찌 다르신고."라는 시구가 그것이다.


봄은 꽃을 본다고 해서 봄이고 여름은 그 꽃이 열매를 맺으니 여름이다.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을 때 우리는 흔히 '... 셈치고'라는 말을 잘 쓴다. 그래서 도둑맞은 셈치고, 술 마신 셈치고 객쩍은 돈을 쓰는 경우도 있다. 께름칙한 일이 있어도 그보다 더 큰 손해를 보거나 화를 입은 셈치고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불행중 다행이라는 말도 근본적으로는 모든 것을 죽은 셈치고 생각하는 삶의 계산법인 것이다. 죽은 셈치면 어떤 불행한 일도 다행으로 보인다. 


흔히 하는 소리지만 일이라는 한국 말 속에는 부정적인 뜻이 숨어 있다. '일 없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안심을 한다. 편지글 중에도 최상의 소식은 아무 일 없이 지낸다는 것이다. 


모델 샘플 등의 본보기들은 일종의 정보이다. 정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가 자전거를 탈 때 계속 넘어져도 끝까지 연습해서 성공을 하는 것은 자기 눈앞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본래 공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만인을 위해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무원의 자리는 국민 전체의 것이지 몇몇 일부의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다. ... 공평하게, 무사하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형식에 흐르기 쉽고 원칙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18세기 때 미국의 개척자 존 채프먼은 평생을 길가에 사과 씨와 사과나무를 심고 다닌 사람으로 유명하다. 다음 세대의 개척자들과 나그네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자니의 사과 씨(Johnny Appleseed)'라는 숙어가 생겨난 것이다. 


일본의 근대 문학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문학의 전통적 특성은 그 유명한 주신 구라처럼 원수 갚은 이야기라고 한 적이 있다. 현실 속이든 이야기 속이든 세계 어는 나라에도 일본처럼 복수극이 많은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갚는 문화이다. 원수도 갚고 은혜도 갚는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미안하다고 할 때 '스미마셍'이라고 한다. '스미마셍'은 아직 갚아야 할 것이 덜 끝났다는 뜻이다. 17세기 때 통신사로 일본에 갔더 남욕익은 이러한 일본인들의 기질을 보고 "실낱 같은 은혜도 골수에 새기고 털끝만한 원망도 갚고야 마네."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는 푸는 문화이다. 한만 푸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는 심심한 것까지 풀어 심심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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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협재 - 박준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오래 침묵했고

과거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조금 안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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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자신이 살던 영국에서 자본주의가 탄생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며, 그 현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사회주의의, 공산주의 얘기에 관심이 없어서 <자본론>에 관심이 없다는 반응은, 마치 불교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성경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상품이 두 가지의 '가치'를 가진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사용가치', 다른 하나는 '교환가치'입니다. ... '상품'의 가치는 '노동'에서 나온다. 


시장에서 정해지는 교환비율은 평균적인 숙련도를 가진 노동자가 평균적인 노동 강도로 일했을 때 걸리는 시간, 즉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을 나타냅니다. ... 정리하자면, 상품이 교환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교환가치'는 그 상품을 만드는 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됩니다. 


수많은 상품들 중에 하필 금이 화폐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은 금의 특수한 성질 때문인데요. 우선 소량으로도 큰 가치를 대변할 수 있습니다. ... 금은 다양한 크기로 가공을 해도 그 가치를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화폐가 '자본'으로 기능한다는 의미의 핵심은 화폐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단순히 상품교환에서 매개의 역할만을 하던 화폐가 돈벌이의 수단이 될 때 '자본'으로서 기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두 잘 아시다시피 자본주의의 사회의 경제활동의 궁극적 목적은 이윤추구, 즉 돈벌이입니다.


자본가가 '이윤'이라는 명목으로 자기 몫으로 챙겨가는 부분이 사실은 노동자가 하루 일당으로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면서 생긴 것입니다. ... 노동자가 일당을 받지 못하고 온전히 '자본가'의 행복을 위해 일한 5시간을,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잉여노동'이라고 했습니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경제가 망한다고 재벌들이 떠드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충분히 노동시간을 단축할 여력이 있습니다. 우리의 도동시간을 단축해도 줄어드는 건 자본가가 가져가는 '잉여노동'뿐이죠. 자본가가 노동시간 단축에 이를 악물고 반대하는 것은 자신의 이윤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저항이 뿐입니다.


자본가가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고 노동자를 끝없이 착취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부를 더욱 늘리고 호위호식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고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결국 악마처럼 되지 않고서는 패배자가 되어버리는 '생존의 법칙'때문입니다. 그런 법칙 속에서 자본가의 인간성은 점점 '자본'의 무한한 탐욕을 닮아가게 됩니다. 


하루의 노동시간은 8시간 그대로지만 기술의 발달에 따른 생산력의 증가가 필요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불러오고 이것은 자본가가 노동자로부터 착취해가는 몫인 '잉여가치'를 증가시키죠.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말한 '상대적 잉여가치의 창출'입니다.


화폐의 가치도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 때문... 인플레이션을 통한 화폐 가치의 하락이 '상대적 잉여가치의 창출'현상을 은폐. 


성과급제를 도입하면 .. 돈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따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도 자연히 노동강도가 강화됩니다. ... 도입 전과 후에는... (생산량의) 양적인 증가는 결국 이윤율은 같다고 하더라도 이윤의 양 자체가 늘어나게 합니다. 


인간 자체가 이기적이기 때문에 이런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임인 '사회'도 당연히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러한 사고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부조리와 모순들에 대해서 체념하고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이 그 안에서 '생존'해 나가기 위해 철저하게 '이기적'이도록 하는 게임의 법칙이 짜여 있습니다. 자본주의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내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노동 덕분입니다. 물론 저 자신이 하는 노동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요. ... 사실 '돈'이라는 것은 각자의 노동의 성과물들이 교환되는 데 매개의 역할을 해주는 것일 뿐이죠. '돈'이 무슨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나요? 모든 가치는 '노동'이 창출하는 것입니다. ... 자본주의에서 모든 것을 '화폐'에 대한 환상으로 바꿔버리는 현상을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물신주의'라고 불렀습니다.


경제에 정치논리가 자꾸 끼어드니까 경제가 어려워진다, 경제는 그냥 시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이지요. 사실 이 말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발언입니다. 자본가들의 입장에서 '외부세력'이 경제에 자꾸 개입하지 않아야 자신들의 '권력'이 도전받지 않고 유지 강화될 수 있죠. 그들은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쓸 수 있고 환경오염도 할 수 있고 노동자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겁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언제든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새로운 기계가 등장하면 이전의 기계와 설비들은 철 지난 구닥다리가 되어버립니다. 경쟁업체에서 새로운 기계와 설비를 도입하면 한물 간 기계와 설비로는 경쟁에서 뒤처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기계와 설비가 등장하기 전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기존의 기계와 설비들을 사용하는 것이 자본가에게는 이득이 되는 겁니다. 기계를 하루 24시간, 1년 365일 풀가동해서 기계에 들인 불변자본을 빨리 회수할수록 새로운 기계와 설비의 등장에 잘 대처할 수 있겠지요.


마르크스는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 마르크스의 주장은 일종의 유물론적 사고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람의 의식, 즉 관념이란 것이 결국에는 외부의 물질세계에 의해 규정된다는 의미라고 생각되거든요. 


교육을 틀어쥐고 있는 세력들이 대부분 지배계급과 한통속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현재 국가기구의 관료라는 사람들도 보면 대부분 재벌들에게 용돈 받는 장학생들이잖아요. 국가와 자본 간의 유착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공교육에서도 굉장히 편향된 내용을 주입하게 되는 거죠. 


저는 책을 볼 때 우선 목차를 봅니다. 사실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목차에 다 나와 있거든요. 그리고 책을 쓰는 사람의 경우에도 우선적으로 하는 작업이 목차를 쓰는 것입니다. 책의 전체 구조를 잡기 위한 것이죠.


신자유주의와 함께 전 세계에 유행하고 있는 '작고 강한 정부'는 사실은 자본에게 한없이 '작고' 노동자 민중에게는 한없이 '강한'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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