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나무 - 류시화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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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에게1>


너는 

나만의 것은 아니면서

모든 이의 것

모든 이의 것이면서

나만의 것


만지면

물소리가 날 것 같은


세상엔 이렇듯

흠도 티도 없는 아름다움이 있음을

비로소 너를 보고 안다

달이여


내가 살아서

너를 보는 날들이

얼마만큼이나 될까?




<보름달에게2>

...

내가 죽으면

너처럼 부드러운 침묵의 달로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에

한 번씩 떠오르고 싶다



<낡은 구두>


내가 걸어다닌 수많은 장소를

그는 알고 있겠지

내가 만나 본 수많은 이들의 모습도

아마 기억하고 있겠지


나의 말과 행동을 지켜 보던 그는

내가 쓴 시간의 증인

비스듬히 닳아 버린 뒤축처럼

고르지 못해 부끄럽던 나의 날들도

그는 알고 있겠지


언제나 편안하고 참을성 많던

한 켤레의 낡은 구두

이제는 더 신을 수 없게 되었어도

선뜻 내다 버릴 수가 없다


몇 년 동안 나와 함께 다니며

슬픔에도 기쁨에도 정들었던 친구

묵묵히 나의 삶을 받쳐 준

고마운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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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의 생각-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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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화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 우리는 농부들이 가축을 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기르는 데 도움을 주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는 또 유기적으로 길러진 채소를 사 먹어야 한다. 값이 더 비싸지만, 적게 먹으면 된다. 우리는 적게 먹는 법을 배워야 한다.


먹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깊은 수련이다. 나는 음식을 한 입 한 입 아주 천천히 즐기면서 먹는다. 그 음식을 자각하고, 내가 지금 음식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우리는 이런 행동을 수련을 통해서 익힐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음식을 즐기면서 아주 신중하게 씹어서 먹어야 한다. 그리고 이따금 쉬어가면서 같이 앉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아무 근심걱정도 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앉아서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면 그 시간이 참으로 놀랍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과식을 하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눈이다. 우리는 눈이 원하는 만큼 먹을 필요가 없다. ... 우리의 눈은 위보다 더 크다. 


어떤 사람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화가 치밀었을 때는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자신의 화를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화가 치밀어오른 상태에서 섣불리 말하거나 행동하게 되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뿐이다. 


화내는 것도 습관이다. 그 연결고리를 끊어라.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할 때 우리는 그를 응징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오히려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화회담을 시작하라. "여보, 이제까지는 우리가 서로에게 고통을 주었어. 당신도 나도 우리는 화의 희생자였어. 우리는 서로를 지옥으로 만들었던 거야. 이제 나는 달라지고 싶어. 난 우리가 서로 동지가 되기를 원해. 동지가 되어서 서로를 보호해주고, 함께 수련을 하고, 서로 힘을 합쳐서 우리 마음속의 화를 깨끗이 풀어냈으면 좋겠어. 이제부터는 당신도 나도 자각을 실천해서 제대로 한번 살아봤으면 좋겠어. 여보, 당신 도움이 필요해. 당신의 협력이 필요해. 당신이 없으면 난 성공할 수 없어." 비단 아내뿐만이 아니라 아들이나 딸에게도 이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깨달음이다. 이것이 사랑이다. 


나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맞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감추거나 피해서는 안 된다. 내가 지금 화가 나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 그러나 말을 아주 차분하고 침착하게 해야 한다. ..."여보, 나 지금 마음이 아파. 당신이 그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여보, 난 최선을 다하고 있어. 나는 당신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탓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 우리는 아주 가까운 사이이고, 서로 돕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나는 지금 당신에게 꼭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이 아픔에서 벗어나려면 당신이 꼭 나를 도와줘야 해."


상대방의 화가 당장 풀어지기를 기대하지 마라. 화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화가 일어나면, 다시 가라앉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 타인을 사랑하고자 한다면 먼저 인내를 배워야 한다. 


부부는 둘이서 하나로 살기로 다짐을 한 사이다. 부부는 행복도 고통도 나눌 것이라고 진심으로 맹세를 했다. 그러므로 어느 쪽이 다른 쪽에게 서로의 관계를 새롭게 하기 위한 도움을 청하는 것은 그 맹세의 연속일 뿐이다. 


사랑의 말이 우리를 구해줄 것이다. 연민의 정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를 구해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실현할 수 있는 기적이다. 우리에겐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다.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저희가 하는 일을 모르나이다."라고 예수는 기도했다. 어떤 사람이 범행을 저질러서 타인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흡은 우리 몸의 일부다. 우리가 무언가를 두려워하거나 화가 났을 때 호흡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숨이 짧아지고, 소리가 나고, 호흡이 평화롭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쉼으로써 호흡을 안정시키면, 불과 몇 분 만에 호흡의 질이 한결 나아진다. 호흡이 가벼워지고, 소리가 나지 않고, 훨씬 더 조화롭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마음도 진정되기 시작한다. 명상과 마찬가지로 호흡도 하나의 기술이다.


인생에서 '관계'보다 중요한 건 없다. 


관계를 시작할 때는 서로가 천국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로 깊이 사랑했고, 더없이 행복했다. 이제는 서로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 것 같고, 서로를 버린 것 같다. 서로가 또 다른 사람을 찾고 있는 것도 같다. 천국이 지옥으로 변했고,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지옥은 도대체 어디서 왔는가? 우리의 등을 떠밀어서 지옥으로 몰아넣고 가둔 사람이 있었던가? 아니다. 그 지옥은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의 관념과 그릇된 판단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므로 그 지옥을 깨뜨려서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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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디서나-이해인


18

사랑은 파도 타기. 일어섰다 가라앉고 의심했다 확신하고 죽었다가 살아나는 파도 파도 파도.




<시간의 얼굴>-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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