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앞으로 저에게 관심을 갖는 분이 있다고 생각하니 가족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제 제가 누군가에게 속한 것 같고 기분이 아주 편안하답니다.


그 애들은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 농담을 하는데, 저만 빼고 모두들 아는 이야기거든요. 전 이 세상의 이방인이고, 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요. 비참해요. ... 제가 이상하다고 다르다는 걸 다들 알았죠. 이마에 '존 그리어 고아원'이라고 쓰고 다니는 기분이었다니까요. 그런데 선심 쓰는 애들이 다가와서 예절 바른 말을 건네곤 했어요. 그 애들이 미웠어요. 그중에서도 선심 쓰는 애들이 제일 미웠죠.


새로운 규칙 하나 세웠어요. 깰 수 없는. 다음 날 아침에 제출할 과제물이 아무리 많더라도 밤에는 공부하지 말자. 대신 책을 읽으려고요.


생각할 새도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지금 경험하는 일을 말하기 시작하거든요. 하마터면 사실을 털어놓을 뻔하다가 겨우 수습한다니까요. 제가 아는 모든 걸 말하지 않기가 무진장 힘들어요.


사랑을 보내는 게 적당치 않은가요? 그렇다면 용서하세요. 하지만 저는 누군가 사랑해야 하는데, 아저씨와 리펫 원장님 중에서너 골라야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아저씨가 참아 주실 수밖에요. 아저씨, 전 원장님은 사랑할 수가 없거든요.


"심판 받고 싶지 않거든 남을 심판하지 말라.".. 다른 사람의 실수는 너그럽게 봐주고, 지나친 비판으로 남의 용기를 꺾어선 안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봄이 되어 두꺼비가 다시 나오면 사고를 치고 싶은 본능이 머리를 내밀긴 하지만, 지금 두꺼비를 잡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두꺼비를 잡으면 안 된다는 규칙이 없다는 것 때문이지요.


인생에서 큰 난관들만이 인격을 요구하는 건 아니죠. 누구든 큰 재앙에 맞서고 비극에 당당할 수 있지만, 사소하고 짜증스러운 일상사를 웃음으로 넘기려면 정말 밝은 '기운'이 요구된다니까요. 제가 키우고 싶은 것이 바로 그런 종류의 인격이에요. 인생을 최대한 능수능란하게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싸워야 하는 게임으로 생각할래요. 만일 패배한다 해도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지요. 또 이긴다 해도 그렇게 하고요.


부모님이 제가 어릴 때 저를 고아원대신 프랑스의 수녀원 학교에 넣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 아니에요. 그랬다면 제가 아저씨를 못 만났을 테니까요. 불어보다는 아저씨를 아는 쪽을 택할래요.


입에 음식을 넣을 때마다 누구에게 감사하지 않아도 되니 안심되네요. (신성모독이긴 하지만, 아저씨도 저처럼 고아원에서 늘 억지로 감사를 표시해야 했다면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화학 교수님은 "진정한 학자는 세부 내용을 추구하는 데 각고의 정열이 있어야 한다." 하고 말씀하셨어요.


꼭 필요한 액수 이상의 돈은 받을 수가 없어요. 언젠가 빚을 갚고 싶은데, 꿈꾸는 것처럼 훌륭한 작가가 된다고 해도 '엄청난' 빚을 감당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저도 예쁜 모자와 물건을 좋아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장래를 저당 잡히면 안 되거든요. 


누구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조금은 좋아해요. 그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죠. 


전 너무 외로워요. 좋아할 사람은 아저씨 한 분밖에 없는데, 아저씨는 그림자 같아요. 아저씨는 제가 꾸며 낸 상상의 인물이죠.


사람은 누려 보지 않은 것은 아쉬워하지 않지만, 일단 그것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되면 그것 없이는 살기 어렵게 된답니다. 


어떤 장소가 어떤 사람과 연결이 되어서, 그곳에 가면 꼭 그 사람들이 생각나니 참 재미있죠. 


아저씨에게 무슨 일인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마음에 그늘을 드리워요. 예전에 경솔하고 아무 염려도 근심도 없었던 것은 잃을 만한 소중한 게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평생 크나큰 걱정을 안고 살게 됐어요. ... 마음의 평안은 영원히 사라졌지만 상관없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