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을 닦으며-문정희


누군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는다


창에는 하늘 아래

가장 눈부신 유리가 끼워 있어


천 도의 불로 꿈을 태우고

만 도의 뜨거움으로 영혼을 살라 만든

유리가 끼워 있어


솔바람보다도 창창하고

종소리보다도 은은한

노래가 떠오른다


온몸으로 받아들이되

자신은 그림자조차 드러내지 않는

오래도록 못 잊을

사랑 하나 살고 있다. 


누군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아서


맑고 투명한 햇살에

그리움을 말린다.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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