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저녁의 시-문정희
뼈가 시리게
슬픈 때는
세수를 했지.
수돗물을 폭포수처럼 틀어 놓고
두 손으로 찬물 받아
아무도 몰래
슬픔을 씻었지.
깜박이던 별들이
뿌우연 물안개 속으로 떨어질 때
그리움처럼 부드러운 비누를 칠해
머리를 감았지.
슬픔의 차거움과
슬픔의 향기로움이
전류처럼 머릿속으로 흐르면
갑자기 영롱해진 기억의 창가에
세상은 흔들리는
가랑앞 하나
푸푸거리며 세수를 했지.
하얀 수건으로
물안개를 닦았지.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