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평생 동안 자신을 '글줄을 믿지 않는 사람'이자 '경험의 사도'라고 칭했다. ... 학자와 학문의 전통을 비판적으로 보았던 그였지만 소중한 면까지 버리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그는 고전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라틴어를 독학했다." - 마이클 J. 겔브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에 특별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물론 처음에는 고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어렵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이해하지 못해 진도가 일주일 또는 한 달씩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기면 고통은 기쁨으로 변한다.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천재들이 쓴 문장 뒤에 숨은 이치를 깨닫는 순간 두뇌는 지적 쾌감의 정점을 경험하고, 그 맛에 중독된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뻔한 꿈밖에 꿀줄 모르고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인문고전 저자들처럼 혁명적으로 꿈꾸고 천재적으로 사고하는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카를 비테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비록 아들이 지능이 떨어지긴했지만 '다른 교육'을 받으면 얼마든지 천재가 될 수 있다는 확신. ... 카를 비테 주니어의 두뇌는 위대한 천재들이 집필한 인문고전을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기적처럼 변했다. 그는 고작 아홉 살에 라이프치니 대학 입학자격을 취득했고 열세 살에 기센 대학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열여섯 살에 하이델베르크 대학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베를린 대학 법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여든세 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천재로 칭송받았다. 


학교 교육은 프러시아(프로이센)에서 시작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후진국이었던 프러시아는 유럽 열강의 반열에 오르고 싶었다. 그러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전쟁터로 달려가는 군인들과 공장에서 쉴 새 없이 물건을 만들어내는 육체 노동자들이 필요했다. ... 그들은 농민의 자녀들에게 직업 군인과 공장 노동자가 되는 교육을 시키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를 세웠다. ... 일제는 프러시아 즉 독일에서 시작된,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학교제도를 그대로 수입해서 당시 식민통치하에 있던 우리나라에 이식했다. ... 새로운 두뇌를 갖고 싶다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하루 또는 일주일에 몇 시간씩 카를 비테식 '다른 교육'을 실천하기 바란다. 위대한 고전을 집필한 인류의 스승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깊은 정신적 대화를 하기 바란다. 그렇게 그동안 받았던 프러시아식 교육을 두뇌에서 털어내고 지혜와 진리를 추구하는 진정한 배움의 세계로 들어가기 바란다.


아인슈타인이 밝혔듯이 아무리 많은 지식을 축적한다 한들 백과사전은 될 수 있을지언정 천재는 될 수 없다. 천재는 지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 수학 과학 영재교육이 천재를 배출하려면 기존 원리를 터득하는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원리를 창조하거나 발견하는 교육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 미네소타 대학 의대 교수이자 한국과학기술원 외부협력 교수인 김대식의 <공부혁명>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에 따르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석학들 중에는 역사나 철학을 외면하고 자신의 연구 분야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도 논술시험 공부의 정석을 깨뜨린 사람이 있다. 단국대학교 이해명 교수다.

초등학교 5~6학년: <명심보감>, <논어>, <맹자> 를 한문 원전을 모두 필사하면서 외우는 방식으로 읽혔다.

중학교: 장자의 <장자>, 사마천의 <사기열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볼테르의 <영국인에 관한 서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등을 원서로 읽혔다.

고등학교: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루소의 <사회계약론>, 셰익스피어의 <희곡집>, 괴테의 <파우스트>, 마르크스의 <자본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등을 원서로 읽혔다.

결과는 놀랍다. 이해명 교수의 아들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5회 응시한 전국 논술 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3회 수상했고, 2회 입상했다. 심사위원들의 평은 마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아들 정학연의 과문을 접한 선비들의 평을 연상케 한다. "고등학교 2학년생의 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평자가 강평에서 쓰고자 했던 내용이 이미 답안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논의되고 있어서, 평자가 더이상 첨가할 사항이 없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의 목적을 대학 입학에 두지 마라. ... 독서의 목적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두기 바란다. 


통독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내리 읽는 것을 뜻한다. ... 통독을 시킬 때 유의할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더라도 그냥 넘어가라는 것이다. ... 정독은 통독보다 열 배는 어렵다. 당연히 통독의 열 배 이상의 동기부여, 칭찬, 보상이 필요하다. ... 정독을 시킬 때 유의할 점은 아무리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게 하라는 것이다. 두뇌의 변화는 다름 아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원칙적으로는 책 전체를 필사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정독을 하면서 밑줄을 그어둔 부분만 필사해도 괜찮다. ...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 이는 모든 독서의 목적이다. ... 독서토론을 꼭 하고 싶다면 인문고전 연구가와 하라고 권하고 싶다. ... 그래야 차원이 다른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를 비테의 사례는 인문고전 독서교육의 결함이 교육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욕심에 사로잡힌 교육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의 아들 카를 비테 주니어는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존 스튜어트 밀, 노버트 위너, 윌리엄 제임스 사이디스 못지않은 천재가 되었지만 어떤 부작용도 겪지 않았다. ... 카를 비테는 아들을 언제나 사랑과 격려로 대했다. ..."아빠는 네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단다. 그러니 힘을 내렴"


우리는 철학이 경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지 소로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철학 그 자체에만 매진하는 것은 경제와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철학으로 단련된 두뇌가 경제에 뛰어드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철학자의 두뇌를 가진 사람은 순식간에 경제를 지배해버린다. 이유는 경제활동이 곧 두뇌활동이기 때문이다. ... 철학고전은 사람의 두뇌를 차원이 다르게 바꾸어버린다. 사고의 수준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다. 철학고전 독서로 다져진 두뇌는 시장의 본질을 본다. 평범한 책만 읽은 사람은 죽었다 깨나도 볼 수 없는 그 무엇을 본다. 결과는 인간의 수준을 초월한 이익의 실현이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 인문고전 독서 프로그램인 클레멘트 코스를 만든 얼 쇼리스는 <희망의 인문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이제껏 속아왔어요. 부자들은 인문학을 배웁니다. 인문학은 세상과 잘 지내기 위해서, 제대로 생각할 수 있기 위해서, 그리고 외부의 어떤 '무력적인 힘'이 여러분에게 영향을 끼칠때 무조건 반응하기보다는 심사숙고해서 잘 대처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공부입니다."


최초의 철학자는 최고의 경제인이었고, 부를 다루는 학문을 창시한 최초의 근대적 의미의 경제학자는 철학과 교수이자 철학고전 저자였다.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라는 투자순환도로 유명하며, 월 스트리트를 한 손에 쥐고 흔든 유일한 유럽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대학에서 철학과 미술을 전공했다. 그의 마지막 저서로 알려진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는 주식투자서라기보다는 차라리 철학서에 가깝다.


<천재적 투자자들>을 공동 집필한 존 리스와 잭 포핸드는 각 시대별 최고의 투자자 열 명을 뽑은 뒤, 이들이 동일한 시장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를 한다면 과연 누가 최고의 수익률을 올릴 것인가를 두고 5년 동안 실험했다. 결과는 총 수익률 146.3퍼센트를 기록한 벤자민 그레이엄이었다. 그는 워런 버핏의 약 열다섯 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 벤자민 그레이엄은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최고의 투자자로도 유명했지만 인문고전 독서가로도 유명했다. ... 그는 문학, 철학, 역사 고전을 마치 애인처럼 곁에 두어 정독했고, 그 대부분을 원어로 읽었다. 그리고 입만 열면 인문고전을 이야기했다. 그는 월 스트리트의 투자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인문고전 연구가에 가까웠다.


"회계는 언제라도 독학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반드시 전공해야 한다. 역사를 배우면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특별한 사람들에게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 셀리 데이비스


<한국의 젊은 부자들>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중에 직접 만난 젊은 부자들은 한결같이 독서광이었다. ...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한다는 핑계는 가난한 자들의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들은 강조했다."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 - 왕안석


피터 드러커는 베닝턴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한 뒤 뉴욕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쳤고,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찰스 핸디는 유럽에서 경영학자이기 전에 사회철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보면 이건희는 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 일곱 가지 질문을 던졌다. 1. 이 일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2.이 일의 뿌리는 무엇인가? 3. 이 일의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4. 이 일의 핵심기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5. 이 일의 경쟁력의 핵심은 무엇인가? 6. 이 일의 고객은 누구인가? 7. 고객의 기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본질경영과 전략경영의 완벽한 교과서가 플라톤의 대화편과 <손자병법>이라면 인재경영의 교과서는 <논어>다. 이는 우리나라 최고 경영자들이 인재경영 필독서로 <논어>를 가장 많이 꼽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논어>는 공자 사후 그의 제자들이 공자의 말을 편집해서 엮은 것이다. ... <논어> <대학> <중용> <맹자>를 일러 사서라 한다.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열렬히 연구되고 있는 위대한 유학자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 <자성록> <언행록> <퇴계선집> <전습록논변> ...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동호문답><성학집요> ... 정약용의 <논어고금주><맹자요의><중용자감><대학공의>


작가란 모름지기 남다른 생각을 하는 존재이고 그게 자연스럽게 글로 표현되는 것인데 나는 너무나 평범했다. .. 비록 지금은 돌덩어리 같은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나도 천재들의 저작을 죽기살기로 읽으면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 아니 죽기살기로 읽어서 두뇌를 손톱만큼이라도 달라지게 해야 한다는 각오가 생겼다고나 할까, 나는 인문 고전 독서에 인생을 걸어보기로 했다.


나는 인문고전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두뇌를 조금이라도 변화시켜주는 책은 인문고전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그러나 이런 생각은 독파하는 인문고전이 늘어나면서 저절로 사라졌다.


인문고전을 읽다가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하고, 에베레스트 산이나 태평양 한가운데 고립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도 당황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이 지극히 정상이라는 신호니까.


해설서에는 인문고전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 때문에 나는 해설서는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기는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하고 최소 3년, 최고 10년이 흐른 뒤가 적당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좀더 본질적으로 말하면 당신의 내면에 인문고전 독서능력이 제대로 자리 잡은 뒤에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인문고전 독서능력은 인문고전을 날것 그대로 치열하게 읽다보면 저절로 생긴다.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다보니 체계가 저절로 잡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읽다보면 플라톤을 읽지 않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나온다. 결국 아리스토텔레스 읽기를 중지하고 플라톤을 읽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플라톤을 읽다보면 프로타고라스라든지 파르메니데스 같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글을 모르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나온다. 결국 플라톤 읽기를 중지하고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글을 읽을 수밖에 없다. ... 무턱대고 아무 책이나 골라서 읽다가 불현듯 얻게 된, 앞선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깨달음, 그것이 나에게는 굉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인문고전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일단 저지르는 것이다. 인문고전을 한 권 구입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베껴 써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철학고전을 세 권에서 다섯 권만 독파하면 일종의 '감'이 생긴다.


책장에 인문고전을 고이 모셔두는 것보다는 찢어 없애버리더라도 읽는 게 낫다.


성호 이익은 이렇게 말했다. "아픈 자식의 치료법을 묻는 사람처럼 질문하고 토론하라."


공자는 <주역>의 이치를 깨치기 위한 방법으로 반복독서를 택했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반복해서 읽었던지 죽간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떨어졌다(위편삼절)고 한다. 


천재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 역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40년 동안 반복해서 읽었다.


어떤 책이든 손에 잡으면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대목만 가려서 뽑고 나머지는 눈길도 주지 말거라. 그러면 비록 백 권의 책이라도 열흘 공부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 정약용,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천재들이 가장 선호한 필사 방식은 원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자도 남김없이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이었다. ... 주의할 점은 번역서가 아닌 원전을 베껴 썼다는 것이다. 천재들 중에서 인문고전을 번역서로 읽은 사람은 거의 없다. ... 만일 원전의 언어를 모르면 천재들은 어떻게 했을까? 그들은 원전에 사용된 언어를 새로 배웠다.


암송은 천재들이 즐겨 사용한 독서법이다.


김만중의 어머니 윤씨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린다. 윤씨는 참으로 가난한 싱글맘이었다. 그는 책을 살 돈이 떨어지면 책방 주인에게 사정해서 책을 빌린 뒤 그것을 밤새도록 일일이 베껴 써 아이에게 읽혔다. 아이에게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마음 깊이 담아두고 늘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다섯 수레의 책을 술술 암송하면서도 그 의미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사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서애 류성룡 <서애선생문집>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공자 <논어>


퇴계 이황은 "낮에 읽은 것음 반드시 밤에 깊이 사색해야 한다"라고 했다.


조선의 천재 성리학자 백호 윤휴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므면 사색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얻는 게 있다. 그러나 만일 사색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사색한 것은 글로 기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색하고 기록한 뒤 다시 사색하고 해석하다보면 깨닫고 알게 되어 언행이 두루 통하게 된다. 만일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설령 깨닫고 알게 됨을 얻었더라도 도로 잃게 된다."


사색 독서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글자 하나를 놓고 깊이 사색하는 정약용의 격물 독서법을 소개한다. 다산은 어느 날 사색 없이 책만 읽는 것은 설령 하루에 백 번 천 번 반복해서 읽더라도 전혀 읽지 않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단 한 권의 인문고전을 읽고도 그 책의 의리를 환하게 꿰뚫게 되어 마치 수백 권의 인문고전을 읽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독서법을 깨달았다. 책을 읽는 도중에 뜻을 알기 어려운 글자를 만나면, 그 글자의 근본을 터득하고 그 글자가 속한 글의 전체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그 글자를 널리 고찰하고 자세하게 연구하는 것이었다. 즉 자신이 잘 모르는 글자의 어원을 공부하고, 여러 책에서 그 글자가 사용된 문장들을 뽑아서 따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독서법이었다. 


스승은 퇴계가 각 구절의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할 때라야 비로소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첫째 권을 마치면 반드시 전부 외운 뒤에 둘째 권으로 넘어가게 했다. 둘째 권을 마치면 첫째 권부터 다시 전부 외우게 했다. 스승이 그런 독서를 시킨 이유는 오로지 퇴계의 '깨달음'을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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