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야기를 읽을 때 마치 영화처럼 본다. 모든 것에 움직임과 색이 있다. 책은 내게 대단히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특히 에밀리 디킨슨이 좋다. 그는 '책같이 우리를 머나먼 곳으로 데려가는 프리깃함(소형 구축함)은 없다' 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난 항상 삽화의 가장자리에 나뭇가지나 리본, 꽃을 그린다. ... 사람들은 가장자리 그림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을 찾아내기를 즐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위선자가 되도록 훈련을 받는다. '하얀 거짓말'을 해서 의견이 다른 상대의 감정을 다치게 하지 말라고 배운다. 느낌을 죄다 입밖에 내며 살지 못하는 법인 것을. J.P.모건이 한 청년의 무분별함을 살짝 돌려서 질책한 유명한 일화가 기억난다. 청년이 '적어도 저는 공개적으로 그렇게 했지. 닫힌 문 뒤에서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라고 대꾸를 하자, 모건은 그에게 고개를 돌리며 '젊은이, 닫힌 문은 그러라고 있는 거라네!'라고 말했다.


살다 보면 맘에 없는 말을 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마뜩찮은 것을 하는데도 고맙다고 하거나, 지구 반대편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해야 된다. 호자 있으면 완전히 내 모습으로 지낼 수가 있다. ... 난 고독을 만끽한다. ... 자녀가 넓은 세상을 찾아 집을 떠나고 싶어할 때 낙담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딱하다. 상실감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어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둘러보기를.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그러니 홀로 지내는 것마저도  얼마나 큰 특권인가. 오염에 물들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터지긴 하지만,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누구나 달랑 자기 마음만 있는 외톨이인 것을.


과거는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았다. 특히 여자들이 힘들었다. 대가족인 데다 임신 중이거나 수유를 했고 뜨개질, 바느질, 음식 준비에 땔감 줍는 일까지 도맡았다. ... 막내가 다섯살이 될 때까지 전기도 안 들어오고, 물통을 메고 물을 길어왔다. 인두를 데워 다림질했고. 하지만 달리 사는 법을 몰랐기에, 그리 힘든 일로 보이지는 않았다.


촛불을 켜면 늙은 얼굴이 예뻐 보인다. 난 항상 초와 등잔을 쓴다. ... 다들 내 집이 어둡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옛날 집들이 얼마나 어두웠는지를 모른다. 난 집이 어두운 게 마음에 든다. 예쁜 다람쥐의 둥지 같거든.


사람들은 날 장밋빛으로 본다. 보통 사람으로 봐주지 않는다. 내 본모습을 못 보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우리는 달과 같아서, 누구나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은 어두운 면을 지니는 것을.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다. 철학이 있다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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