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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그림 산책 -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만나는 명화 에세이
이영춘 지음 / MiraeBook / 2022년 5월
평점 :

일상에서 별거 아닌 사물에 갑자기 감정이 이입되거나 감정 과잉 상태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가 파뿌리를 보면서 아내에게 화를 내다가, 다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살라는 결혼식 단골 멘트가 떠올라서인지 아내에게 고마운 감정이 생기는 것처럼 하나의 사물에도 반대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기에 어떤 사물, 특히 그림에게 가지는 첫 감정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특히 그림을 잘 모르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 그림의 대표적인 해석보다도 그 그림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내가 느끼던 감정이나 분위기 등과 직관적인 감상이 앞으로의 그 그림에 대한 사적인 평으로 이어지지 않나 싶다.

저자는 여러 가지 일상에서 겪는 상황이나 사물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와 어울릴 수 있는 그림들에 대해서 설명하는 형태로 글을 이어간다. 현실과의 단절이지만 스스로에게는 너무나 흥미로운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준 에어팟에 얽힌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던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그림 이야기를 풀어간다. 또 다른 고흐의 그림 이야기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과 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등장한다. 고흐는 별을 바라보며 '고통'을 생각했다고 한다. 상처를 입어 단단해진 별이 밝게 빛난다고 표현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해당 작품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떠올렸다. 밝게 빛나는 별이 비치는 강을 그린 모습에서 어린 시절 낭만적인 추억의 장소로 남은 바닷가 외가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렇게 같은 작품이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의 사람이 가지는 감정은 아주 사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나 싶다. 누군가에게는 아픔을 이겨내는 인내의 감정을, 다른 이에게는 그리움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연인과의 낭만을 떠올릴 수도 있지 않나 싶다.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에 전시회 관람을 할 때도 받아들이기에 자극적인 요소가 없다면 쉽게 흥미를 잃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내가 느끼는 사적인 감정을 통한 감상으로 나만의 사적인 작품들을 알아갈 수 있지 않나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