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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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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들뜬 마음에 맑은 계곡물을 두 손 가득 퍼담았지만 금새 사라져버려 '내 물 어디갔냐'고 떼쓰고 싶은 심정이랄까... 어른이 되어 동시를 읽는다는 것은 마냥 동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미 발은 현실에 단단히 묶여 있고, 목만 빼꼼히 내밀어 동심을 한 번 뒤집어 써 보는 정도. 더군다나 이 책에는 어린 영혼의 외로움과 그 언저리를 맴도는 그림자가 가슴 아프게 다가와서 콕콕 찌르는 것 같은 시들도 있다.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 어머님께 드린다 /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 내일밤엔 / 상추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 (-'여름밤')

눈이 내린다 / 배가 고프다 / 할머니 집은 아직 멀었다 / 동생한테 붕어빵 한 봉지를 사주었다 / 동생이 빵은 먹고 / 붕어는 어항에 키우자고 해서 / 그러자고 했다 (-'붕어빵')

별이 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와 동생을 사랑하는 가난한 형제의 모습이 애련하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을 거두어 갈 사랑스러운 시들이 더 많은 시집이다.

고양이가 집을 나갔다 / 도둑고양이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 나는 도둑질을 가르친 적이 없다 ('도둑고양이')

매일 (우리가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과도)이별하며 살고 있는 우리들이 만나야 할 마음을 이 시들 속에서 찾아봄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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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이야기 - 전 세계를 울린 감동 실화소설
신도 가네토 지음, 박순분 옮김, 이관수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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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나은 개 이야기'라니, '한 마리 개의 거짓 없는 일생'이라니 같은 문구들이 왠지 씁쓸하게 다가왔다. 생명 가지고 있는 것이야 개나 사람이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개에 쏟는 관심의 언저리에도 머물지 못하는 사람들의 처절한 삶이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14살 지원이가 참 감동받은 책이라며 내게 권해준 것이어서 읽어는 보았으나 마음 속 울림은 없었다.

아이들은 으레 개를 좋아하고 키우고 싶어하는데, 그 사랑이란게 주면 꼭 받는 것이라는 절대적인 생각을 가지기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개에게는 사랑을 주면 주인을 위해 충성하는데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말이다. 어른들이 더 새겨 두었으면 한다. 아키다견 하치가 보여준 모습은 아름답긴 하지만 사람과 같이 대고 잴 것은 아닌 것 같다.

정호승님이 쓴 동시 한 편을 소개할까 한다.

어머니는 밥을 잡수실 때마다 / 개 먹을 밥을 위해 / 조금씩 밥을 남기십니다 / 나도 오늘 아침부터 한 숟가락씩 / 밥을 덜어놓고 먹습니다 / 배가 더 부릅니다

동물에 대한 사랑이, 관심이 내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으로 키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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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 뭔가 다른 선생님들의 가슴 찡한 실화들
에스더 라이트 엮음, 유시주 옮김 / 푸른나무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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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뭔가 다른 선생님들의 가슴 찡한 실화들'이라 되어 있는데, 멀리 미국땅 선생님들의 이야기들이 꼭 이 땅 선생님들과 같아 참 진솔하게 다가왔지요.

'그는 기대하지 않고 가르치며, 명성을 얻지 않고 성공하며, 자신이 남보다 하나도 나을 게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Pamela K.Metz,'The Tao of learning')'

'끝없는 배움'이라는 글의 일부입니다. 뭔가 다른 선생님이란 '없으면서 있는'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맴돌았답니다. 한 번 볼까요? 어떤 아이들 때문에 선생님들이 마음 아파하시는 지를요. 자리에 앉아 있을 때보다 없을 때가 더 많은 서니, 하루에도 몇 번씩 교실을 뛰쳐나가곤 하는 매튜, 열 받을 때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제프, '왕말썽꾸러기'라는 말로도 부족한 린제이, 폭력 조직 왕초 제이슨, 화장에 온 정신을 다 내주고 학교 수업에는 손톱만큼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 카를라... 이름만 낯설 뿐이지 우리 아이들 이름을 갖다 붙인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골칫덩이'들 족보가 되겠지요.

그렇지만 선생님들의 가슴속에 남아 가끔 소식이 궁금하고, 그리운 친구들 또한 요녀석들입니다. 우리 속담으로 보자면 '병 주고 약 주고'쯤 될까요? 사실 공부 잘 하고, 선생님들 말 어김없이 듣는 착한 친구들이 오래 남아야할텐데 참 이상합니다. 위에서 말한 '골칫덩이' 녀석들은 정말은 나쁜 아이들이 아닙니다. '뭔가 다른 선생님들'은 그걸 아시는 분들이겠고, 이 책에는 그런 선생님들의 사랑이 가득 차 있습니다. 힘들어하던 한 아이의 영혼까지 감싸 안아 주었던 그 선생님에게 대학생이 된 학생이 이렇게 편지를 써 보냈더랬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한 사람, 그리고 한 학생으로서 존중하며 기울여 주신 관심은 곧 희망과 열정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사랑으로 닫혔던 마음을 열 듯이,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의 사랑으로 큰 에너지를 얻습니다. 봐도 봐도 이쁜 아이들 이야기 하나 끝으로 소개해 드릴게요. 첫 아이를 임신하고 유산하게 된 5년차 교사이야깁니다. 너무나 상심하여 학교를 이틀 쉬고 갔는데, 이미 다른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1학년)에게 이 소식을 전해 주며 그 일을 묻지 말라고 당부하셨대요. 화장실에서 어린 1학년 아이가 자기에게 귀를 빌려 달라 하고 속삭이듯이 '나도 잃어버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요. 나도 길을 잃은 적이 있거든요. 혹시 잡화점에서 나오기 전에 잘 찾아보았나요?' 이 얘기를 들은 선생님은 그 후론 슬픔을 마음 속에서 씻어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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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그리는 무지개 창비아동문고 181
손춘익 지음, 김세현 그림 / 창비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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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때는 하루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벗겨 주면서 마음의 때는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어머니가 물에도 (찌꺼기와는 또 다른)때가 있다며 싱크대 구멍에 물때 제거하는 것을 끼우시는 것을 보았다. 모양도 색도 없이 흘러가는 물도 오래 한 자리에 흐르면 미세한 때가 끼이는데 하물며 마음이야...

생활의 힘겨움,스트레스 같은 것과 비교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때 쯤이야 잊어버리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때, 그 때를 조금이나마 벗겨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어린 시절 떠올리기'가 아닐까. 자기의 어린 시절을 억지로 떠올려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그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보는 것 말이다.

나는 그 매개를 책에서 많이 얻었다. <어린왕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모모> 같은 책들에서... 그리고 1년여 동안 초등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접하게 된 동화책들에서... 어떤 책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읽기도 했지만 어떤 책을 읽을 때는 나를 잊어버릴 정도로 몰두한 적도 있었다.

내가 읽은 이 책 <땅에 그리는 무지개>도 후자의 경우였다. 성장동화라고 이름 붙여져 있었지만 사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비교해서 감동의 폭은 그만큼 넓지는 않았다.

이 책은 동화작가로서 좋은 글을 많이 쓰시는 손춘익 선생님의 작품이다. 머리말에 '고달픈 삶에 쫓기는 어린이들에게'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 이야기 같지 않다는 느낌부터 들게 한다. 요즘 많은 어린이나 청소년, 젋은이들은 심각하고 힘겹고 고달픈 것들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부모님이 겪으셨을 그런 고달픈 삶을 이해시키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그런 경험들이 앞으로의 삶에 더 큰 힘이 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 속에 있다네.
그러나 우리 중 몇 사람은 별들을 바라보고 있지.'
(-오스카 와일드)

이 책의 주인공, 14살 영호도 그런 소년이었다. 영호는 오색 찬란한 무지개 꿈을 만져보고 싶어하고 별처럼 빛나는 꿈을 이루는 것이 소망이다. 아주 가난한 시골 마을 서산에서 일찌감치 일자리를 찾아 대구로 온 영호. 문방구 도매점에서 힘들게 일하는 가운데에서 공부를 하고 책을 사서 읽기도 한다. 영호는 그렇게 꾸준히 생활하면서 진짜 작가가 된다. 그 영호는 바로 손춘익 선생님의 어린 시절 모습이라는 것을 금새 눈치챘을 것이다.

이 책은 창비아동문고로 나왔다. 초등학생들과 접하는 기회가 없다면 찾아 읽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아니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책을 건성으로 읽어 볼 지도 모른다. 어떤 때는 아이들의 책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코 끝이 찡해오고 눈 아래가 후끈후끈 달아오르면 그건 벌써 마음의 때가 반쯤은 쓸려나갔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잊고 살았던 것을 돌이켜 보자.

책 속에 이런 시구절이 나온다.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별을 바라보자.'
그래서 힘들고 어렵지만 별처럼 빛나는 것을 마음 속에 간직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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