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유교수의 생활 1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이런'사람 없기 때문에 유택 교수는 '천재'적이다.

자는 딸의 방에 아버지라 할지라도 함부로 불쑥 들어가지 않으며, 지름길이라도 개인땅이기 때문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고, 1원이라도 싼 곳을 찾아 장보기를 서슴치 않는, 그러면서도 길거리 고양이를 위해서 전갱이 세트를 살때는 4마리 셋트로 된 걸로 사야겠다고 다짐한다.

유교수는 부인, 막내딸 세쯔꼬와 함께 산다. 4권에서 길거리 고양이 타마가 새식구가 된다. 경제 발전의 틈바구니에서 뒤처져 길거리에서 꽃만 보고 사는 옛 친구와 만나 그의 마음을 잠시나마 행복하게 어루어주는 이 사람.

읽고 나면 너무나 시시?하고 평범해빠진 이런 일들을 아주 소중한 것처럼 진지하게 지켜 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작은 것이 정말 아름답다'

뭐 이 정도로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겠냐고 한다면, 다음 책을 보면 볼 수록 빠져들게 되는 유교수의 향기나는 삶이, 감동이란 걸 잃어버린 내 가슴에서도 퍼져 나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유교수 어록(1)

"왜 모두들 시간이 있는데 그렇게 달리는 걸까? 왜 토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또 술을 마시는 걸까? 왜 모두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농땡이를 치는 걸까? 나는 그 이유를 모른다."

"팽이는 안변했어. 꽃도 마찬가지고, 내 보물이지. 다른 건 모두 변했어도 이것만은 안변했어..."  "저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입니다." 뒷부분이 유교수의 대답.          

 

난 이 따뜻하고, 진지한 사람을 오래도록 만나고 싶어  이렇게 1권부터 하나하나 적어 나가려 한다... 오래 되새길만한 유교수의  '어록'들과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다른 친구 1
서훤 지음, 나종대 그림 / 파라다이스복지재단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장애인의 날에 아이들과 함께 단 배지

어머나, '품절'이네요. 이렇게 좋은 책이 벌써 들어가버렸다니 너무 아쉽네요... 요즘 장애를 가진 친구를 다룬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좀 특별하답니다. 우선 만화로 되어 있고요, 다른 책들에서 다루지 않는 자폐증을 가진 아이에 대한 이야기지요. 저도 자폐증을 그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아이' 정도로만 생각했지요. 그렇지만 막상 제가 그 아이들과 생활 속에서 직접 부딪히게 되면서 아주 혼란스러워졌답니다. 자폐증을 가진 친구의 예상 밖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주위의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를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나의 힘이 닿을 수 있는 것인지... 의욕을 가졌다가 실망도 하고, 무관심해지기도 하고……. 이런 고민에 아주 쉽고, 친절하게 일러준 선생님이 바로 이 책이랍니다.

얼핏 보기에는 초등학생용 만화책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 책의 주인공 테츠유키가 때어날 때부터 초등학교 때 생활을 다루고 있거든요.뭔가 어른들은 아이들과 다른 차원의 '수준'을 가져야하는 것처럼 단정짓고 '애들'의 세계를 '무시'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생각이 사라질 거예요. 자폐라는 장애에 대해 깊은 지식까지는 아닐지라도 친절하고, 섬세하고, 따뜻하게 읽는 사람의 마음을 울린답니다.

'1권 말 없이 온 아이, 2권 내 손을 잡아요, 3권 세상 속으로'라는 제목 그대로 역시 어른들보다 아이들의 마음이 더 빨리 열리고, 더 따뜻하게 공감합니다. 그리고 테츠유키와 친구, 이웃들은 세상 속에 함께 어울려 살아간답니다.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게 그냥 숨쉬고, 밥먹고, 잠자는 일처럼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중학생 34명 지음, 한국글쓰기연구회 엮음, 장현실 그림 / 보리 / 200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에 실린 최휘진 친구의‘아침에 학교 가는 길’을 읽노라니 나의 출근길도 한 번 써 보고 싶어졌지요. 버스 타지 않고 걸어서 가는 먼 길을 기꺼이 행복해하며 걷는 휘진이의 모습이 참으로 예쁩니다. 논길로 가면서 보는 백로, 물총새, 물고기, 수선화도 만나고, 소똥 냄새, 물 썩는 냄새도 만난다지요. 억울한 일이 있으면 중얼중얼 욕도 하고요. 그 모습 떠올려 보니까 또 웃음이 나네요. 나뭇잎 스치는 소리도 놓치지 않는 마음이 열린 아이 휘진이를 이렇게 글에서 처음 만났지만 직접 만나도 낯설지 않게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이들이 쓴 한 편, 한 편의 글을 읽어가면서 내 눈이 보지 못한, 내 생각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열다섯 친구들의 삶을 온 몸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대하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슬며시 고개 듭니다. 교무실에 불러다 놓고 '고민 있으면 말해봐~' 하는 선생님들이 제가 학교 다닐 때에도 있었는데, 아직도 '선생님이 나의 든든한 빽이 되어 준다'는 믿음을 아이들에게 줄 수 없는가 하고요.

눈덩이 같은 빚에 전세금도 못 받고 쫓겨나가게 된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좀더 강해진 것 같다'는 명섭이, 돈 벌어 고생하시는 엄마와 동생을 먹여 살리고 공부 시키기 위해 학교 다닌다는 소영이, 아픈 나를 대신해 정성껏 필기 해 준 친구에게 고마워하고, 그 친구가 팔을 데어 필기 못할 때 정성껏 필기를 해 준 민규, 자기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들이 자기가 먹고 난 컵을 학생들에게 씻어 놓으라고 말하는 것이 잘 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정호. 때론 코 끝이 찡해지면서, 때론 킥킥대기도 하면서, 때론 속이 뜨끔도 하면서 이 책을 정말 온전히 끌어 안고 읽어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삶의 인정하고, 이해해야 된다고 하면서 그것이 내 마음에서 우러나와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진 한세상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갑생 아저씨, 태옥 언니, 부칠씨, 정옥,경희, 정희 언니, 그리고 이네들과 한 판 우꾼하게‘멋진 한세상’풀어낸 우리 공 선생님~ 이렇게 한 번 불러 보고 싶었습니다. 공 선생님 뽑아 놓으신 제목들이 유행가 제목 뺨치는 것 같아요. '그것은 인생', '정처 없는 이 발길', '나비', '홀로 어멈', '고적', '이 한 장의 흑백사진'……. 싸구려 유행가에 선생님 훌륭한 작품을 빗대어 맘 상하신 건 아니지요? 말해 놓고 보니, 싸구려라니! 그 속에 인생의 짠물과 쓴물, 로맨스와 사랑의 상처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걸요. 선생님 작품도 그래서 좋답니다.

선생님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멋진 한세상'에서 읽은 부분이 생각나네요. 스무 살 처녀가 '선데이서울'에서 본 가정부 일자리 구하러 서울행 완행열차를 탄 여름밤. 일곱 시간 입석, 통로에 신문지 깔고 앉을 공간조차 없이‘공간이란, 내가 섰는 딱 그 자리, 그만큼 뿐이다. 한마디로 옴도뛰도 못하겠다.’했던 부분이요. 그것이 열차 안에서만의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우리 사는 세상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네요. 누구나가 자기 선 자리만큼만 욕심 내지 않고 공평하게 가지고 살면 더없이 좋을 텐데요.

시골 폐교에서 아이 셋 홀로 키우는 정옥 언니,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거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는 남편 대신 두 아이를 키우는 경희 언니, 과외를 생계로 어머니,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나'. 저야 아직 결혼도 안 했으니 우리 사회에서 애를 키운다는거, 더군다나 안정된 직장 없이, 남편 없이 애를 키운다는 게 얼마만큼의 무게로 어깨를 짓누르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경제적 부담을 온몸으로 받아낼 결심을 굳게 먹지 않고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언니들 사시는 모습이 쨘한 것으로만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이 시대에 여성으로, 어미로 살아가는 것의 고달픔 속에서 뭔가 단단함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도시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을 물리고 자연속에서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정희 언니의 모습에서도 새로운 길을 보았습니다. 자, 우리도 '한 몫' 챙기는데만 빠지지 말고 '한 세상'을 챙겨야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신문을 읽으면서 하고 많은 기사들 가운데 한 칼럼으로 눈길이 쏠렸다.‘홍세화씨 열기의 뒤안길’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글이었는데, 홍세화씨에게 20년만에 일시 귀국해 조국을 돌아 본 소감을 물었을 때 그가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마음이 살쪘더구먼, 필요 이상으로…” 그 부분을 읽는 순간, 나도 피둥피둥 마음살이 쪄올라 기름이 끼어있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다.

내가 대학 새내기였을 때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를 읽으면서 기억에 뿌리를 깊히 내린 것이 바로‘똘레랑스’였다. 그 때도 한 쪽 발은 프랑스라는 나라에 걸치고, 또 한 쪽 발은 우리나라에 걸쳐 놓고 책을 읽으면서 그 놈의‘똘레랑스’라는 것을 왜 부러워만 하나, 우리라고 못할 게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모든 가치관에 대한 평가를 보류당하고 입시에만 매달리다가 대학이란 곳에 들어온 때이긴 했지만 나에겐 내가 만들어 가고 바꾸어 나갈 자유와 문화에 대한 기대가 가슴 가득 했었다.

4년이 지난 지금,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병이 되어 있다. 그리고 문화비평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파리에서 전해 온 이 책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를 읽었다.‘두번째 젊은이’로서 기쁘게 말이다. 이 책에 대한 비판을 원한다는‘첫번째 젊은이’의 당부를 염두에 두고 읽으면서도 결국 끝에 남는 것은 책에 대한 것보다 이 사회에 대한 처절한 비판이었다. 물론 결코 나 혼자로서는 꿈꿀 수 없는 전망에 대한 바램과 함께 한 비판이었다.

이 책에서 똘레랑스 말고 눈여겨 본 부분은 사회정의에 관해 써 놓은 부분이었다. 솔직히 이 말은 내게 낯선 것이기도 했다. 어떤 사건에도 질서(안보)라는 잣대로 들이대는 것에 강한 거부감은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다.“한국에서‘사회정의’나‘연대’라는 말은 듣기 어려운 대신에,‘고통분담’이라는 말은 대 유행”하면서‘아이엠이프 이후 어려운 시기였는데도 1년 동안 고위관료와 국회의원의 재산이 늘어났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없다. 그러한 이해 불가능의 사건들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또 드러나고 있지만 그때 그때에 맞는 맨홀 뚜껑 속으로 묻혀 버리는 것 같다.

우리도 사회구성원들의 안간다운 생활, 인권과 권리를 인정해 주고 이를 삶의 곳곳에 반영하고 실천해 나가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도 질서와 안보 논리를 찍어낼 기득권층으로의 편입을 꿈꾸며 공부하고 있을 고시촌의 수많은 젊은이들. 물론 그런 이들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겠지.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근본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을 위한 사회의 정의는 어떻게 실천해 나갈 수 있는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이들이 하나하나 모여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