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 왼쪽 길로 5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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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부터 궁금하게 했던 '딸기'의 정체가 밝혀지고 상복은 호두나무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 불타 사라진 호두나무 자리에 상복은 '네 아버지는 찾지 못했지만... 너는 꼭 찾으려 하는... 지름길에서는 더욱 찾기 힘든...   네 마음 안에 있는... 숫눈길 같은' 나무를 세운다. ('딸기'가 누군지 직접 확인해 보세요~^^) 4권에서 짐작은 했지만, 끔찍했던 역사적 사건이 한 개인 개인에게 입힌 상처는 깊고도 깊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정선역, 나전역, 여량역(아우라지역), 구절리역... 꼬마 열차가 다닌다는 그 역들은 이제 인적이 드물어 80년대식 다방만이 나그네를 반겨 주고, 아리랑 중에서도 그 한 깊음과 절절함이 가장 깊게 베인 정선 아리랑에 대한 여행자의 해석이 흥미롭다. "높은 고개가 가로 막고 있으면 넘어버려야 적성이 풀리는 게 한국인인가 봅니다. 현재 불려지는 모든 아리랑 후렴구를 보면 다 고개를 넘는다는 내용들이거든요. 부디 험한 일이 있어도 아리랑을 부르며 넘어가세요."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구절리 마지막 동네 종량동. 상복은 그 막다른 곳에서 '딸기'와의 만남을 기다린다. 상복의 길떠남에 담긴 의미에 매듭이 지워지고, 그 속에서 아픈 만큼, 길을 따라 여행했으되 마음 속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한 만큼, 단단히 여문 호두알 처럼 차오르게 되는 상복. 그 젊은 날의 기다림과 애닮음을 쫒아 떠난 여행이 참으로 인간적이고 따뜻했다.

 

그리고 박흥용님의 그림과 글에 흠뻑 빠졌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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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왼쪽 길로 4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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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식당에서 밥 먹다 펼쳐 본 신문, 오늘의 운세편.

'구름이 흩어지며 햇살이 비치는 운세. 그대만 힘든 짐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가슴을 친 말은 '햇살' 보다는 '힘든 짐' 쪽이었다. 자기 밖에 해결하지 못할 자기만의 짐. 나는 호두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된 상복이의 여행을 따라가며, 이 말을 계속 반복했다. '그대만 힘든 짐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

 

부여에서 만난 50대 퇴직자는 빚만 남긴 채 낙화암에서 몸을 던지고 ("엘피LP판이 다 돌아 노래가 끝나면 바늘이 그 끄트머리에서 지직거리며 판이 계속 돌잖아. 지직 지직 지직. 퇴직한 이후부터 내 꼴이 꼭 그런 느낌이라니께."),

칠갑산에서 만난 딸기의 친구는 털복숭이 산 사람으로 살아가고 ('그렇군. 나는 지금 밥이 아니라 정말을 먹고 있는 거야. 밥 씹는 소리가 절망, 절망, 절망 하고 들리는 것 같네'),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고 봉고차 신혼여행을 즐기는 부부를 천안에서 만나고 (외롭게 자란 부부에게 초대된 외로운 사람 김음성 씨... 삼형제 저수지에서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술잔만 홀짝였는데요... 아... 술판 벌이고 있는 내내 세 명이 말 없이 울기만 한 거 아십니까... 삼형제 저수지에서 말이죠...),

천안 오토바이 상회 아저씨 ("오토바이 타고 세상을 한바퀴 휘 돌아 다시 집에 왔지만 집 떠날 때 그대로 여전히 답답한 거야. 누가 인생과 여행은 닮았다구 했나..."),

증평서 보조금으로 사는 할머니와 손자 ("학교에서 냄새난다고 새끼들이 따를 놔요. 옷이 없어서 빨면 갈아입을 것이 없거든요. 그게 제일 엿 같다니까. 아씨"- 거친 말투는 자기를 우습게 아는 학교 친구들을 견제하기 위해 입에 붙이고 다니는거 난 알지...),

단양에서 뇌졸증으로 쓰러진 아버지와 중증 장애인 몇 명과 함께 사는 이혜옥 씨 (중선암에 와서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은 ...쉴 때가 된 거야. 난... 소리가 들려요. 어떻게? ...끝내주게... 잘도 끝내주겠다... 사귀던 남자친구가 결혼했다는데 물소리 따위가 들릴 리 없지. ),

카드 빚으로 자살한 부모로 고아가 된 아이 ("카드빚 때문에 부모랑 생이별하는 애들이 있어요. '카드 고아'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니까.")...

 

이 책 속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소박하고 아름답지만 가슴 먹먹함을 하나씩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네들과 고단한 짐을 나누다 보면 내 마음도 치료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딸기'에 대한 암시가 나오면서 이제 상복의 여정도 맺음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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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 4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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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노인... 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세상 사람들의 편견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것도 되지 않을까...?  그 바깥의 말, 말들이 내 안의 소리까지 먹어 버린다는 걸 깨닫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아줌마는 무섭다'...대바견 세일에 몰려 온 사람들 틈에서 장을 보던 유교수는 '내가 최고이고, 내가 곧 정의다'라고 하는 아줌마를 만납니다. 유교수가 잡은 전갱이며 무를 채가버린 그 아줌마에게 유교수는 '당신은 물건이 필요한게 아니라 남을 밀치고 샀다는 것과 자기가 제일이라는 만족감이 필요한 겁니다.'라는 말을 해줍니다. 물론 아줌마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더 화가 나고 도전적인 태도로 그 자리를 피해 버립니다. 유교수의 더 깊은 탐색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아줌마, 그이의 삶이 불필요한 물건들처럼 내팽겨쳐지지 않기를, 아름답게 다시 살아나기를 바래봅니다.

 

2.'노망이 들면 끝이다'...친구가 머무르고 있는 양로원 가는 버스에서 만난 일흔 노인. 버스 타는 사람들에게는 노망이 들었다 하여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막차도 끊어진 시간,  그 노인을 따라 탄 버스. 내년이면 정년 퇴직할 운전사가 노인을 위해 밤마다 한 번씩 운행하는 버스였습니다. 기사는 "노인들은 세상을 바라보면서 자기가 늙었다는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지. 세상이 나이든 사람을 뼈속까지 늙게 만드는거야... 세상의 동정과 연민을 받으며 살아가는 일만 남았다구."라고 합니다. 유교수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그냥 사셔선 안됩니다." 는 말을 하지만 역시 그들에겐 공허한 울림으로 흩어지고 맙니다. 한 때 잘나가던, 그리고 이제는 사그라들 시간만 먹으며 자신마저 잃어버리질 않기를 바래봅니다. 꺼질듯 꺼질듯 은근히 타오르는 숯불도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유교수 어록(4)

감사드립니다. 교수님 덕분에 저희들, 앞으로 잘 해나갈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게 왜 내 덕분인 줄은 모르겠지만, 내 한가지만 말해 두지. 뭐든지 성실히만 하면 잘될거라고 믿지 말게.

하지만 교수님께서도 아주 성실하시잖습니까!

그건 내 성격이야. 나한텐 그게 아주 자연스런 일이지. 자네들은 자네들의 방식대로 살아가면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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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 3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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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제 길을 잘 가고 있나요? 그 길이 오롯이 자기 것이 되지 못하고 지나간 것은 '한 때'로 덮어 버리고, 현재의 것은 뵈지도 않고, 이루지 못한 것은 누구누구 탓으로 미루어지거나 자신을 질책하는 그런 길 가운데 '내'가 있지는 않나요?

 

유교수는 오늘도 분명히 사람이 다녀야 할 길, 인도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들은, 차를 모는 사람들은 유교수에게 주의를 줍니다. 운전을 배워보기로 한 유교수, '사람이 운전을 하면 저렇게까지 무대포가 될 수 있는 것이로구나.'

 

유교수는 오늘도 역 개찰구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취객의 오물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술을 직접 마셔보지는 않았지만 유교수, '술은 실망과 허무함을 잊게해줌과 동시에 증폭시키는 존재군요. 즐겁고도 슬픈 것이군요. 전 제 시간을 사랑합니다. 당신도 즐겁게 술을 마시십시오.' 

 

유교수는 오늘도 산더미처럼 쌓인 책을 치워버리려는 아내의 잔소리를 듣습니다. 아내의 말대로 한 적도, 안 한 적도 없는? 유교수는 열이 있는 아내를 위해 밥과 빨래, 청소를 하지요. 반도 못했지만... 그리고 책더미 속에 묻혀 있던 아내의 피아노를 살려 냅니다. 아내를 사랑하는 유교수만의 사랑법이 있습니다.

 

법이 없어도 살 것 같은 사람, 그러나  '그만의 법'으로 살아가는 사람, 자신의 길을 법대로 살아가는 사람. 오늘도 이 사람을 만나며 참 행복했습니다.       

 

유교수 어록(3)

퍼머머리에 수염을 길렀던 아나자와군 말인가?      

선생님, 그만하십시요. 옛날 얘긴 쑥스럽습니다. 지금은 정신차렸다구요.

왜 그만두었나? 그때는 그렇게 자기 모습을 정당화 시키려했던 사람이.

나이가 있잖습니까. 그땐 젊었었죠.

자네의 주장은 나이에 따라서 그렇게 쉽게 변하는건가?

자넨 그 시절의 자신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나?

그... 그건...

그렇다면 난 그 시절의 자넬 부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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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 2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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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메마른 땅, 외로운 사람들끼리 얼마나 진실한 가슴으로 '만나'는지요... 2권에서 이 따뜻한 탐구자, 유 교수는 자기를 만나듯, 주변 사람들을 만납니다. 

딸 세스코의 남자 친구 히로미쯔 '그는 ...말하자면 날라리 입니다'를 있는 그대로 만나고,  매일 함께 있어도 '만나지' 못하는 가족 '아내와 네 딸들'을 새롭게 만나고, 대학 럭비 선수에서 이제는 미상 판매원이 된 제자를 만나고, 자기의 몸이면 그 어떤 남자로 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사는 여자를 만나고, 이젠 학생들에게 천대받는 노땅 교수가 돼 버린 유교수의 은사님을 늘 그때의 첫마음으로 만나고, 학교를 졸업 못하고 죽어 유령이 돼버린 제자를 너무도 진지하게 만나고요. 

유교수야 그렇다치고 만남을 당한? 사람들은 어떨까요?

히로미쯔는 더없이 순수한 청년이었고, 일상에 찌들린 아내는 그 옛날 너무도 어여뻤던 여인이었고, 한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제자는 이젠 미싱을 럭비공처럼 다루는 청년이었고, 비상근에 연금생활자가 된 유교수의 은사는  꿈을 가진 열정적인 연구자였고... ... 

왠지 초라하게 느껴지는 지금의 나도 한 때는 아름다웠던 시간들이 있었음을, 그 시간만큼 지금의 나도 소중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유교수 어록(2)

요즘 귀가 잘 안들려. 먼 옛날 가슴 설레이는 소리만 자꾸 들리고. 날 사랑해준 학생들의 소리... 학생 운동으로 정부에 정면으로 도전한 학생들 소리... 그리고 컴퓨터가 아직 전자계산기로 불리던 시대... 연구하며 같이 고생했던 동료들 소리... 그러나... 어제 일처럼... 모든게 주마등처럼 흘러서 환청처럼 들려.

제게도 어제 일 같습니다. 결코 환청은 아닙니다. 교수님은 앞으로도 제 은사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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