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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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을 끝없이 의심하자.'

대학교 첫 입학 시절, 많은 친구들과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 결과, 내 첫인상은 대부분 '차갑다, 도도하다, 힙합할 것 같다(?), 쎄다' 등등으로, 거의 나의 실제 성격과 많이 달랐다. 그러고 난 후,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서야, 내 옆 지인들이 '은비는 첫인상과 굉장히 다른 친구다.'라고 얘기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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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일화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 일화가 바로 「타인과 해석」과 많이 연관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낯선 사람을 이해할 때 자신이 처음에 보았던대로 생각하고, 인식하며, 그 인식을 기점으로 낯선 사람을 판단한다. 그리고 그 자신의 생각이 곧 그 낯선 사람의 본연체인 것으로 즉,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의 인상과 생각이 곧 그 사람이라는 '투명성'에 입각하여 생각한다. 그래서 흔히 사람들은 '첫인상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줄곧 유행어처럼 말하면서 자신의 외모를 꾸미고, 말투를 바꾸며, 진실된 자신의 페르소나를 숨기곤 한다.


다시 말해 말콤 글래드웰은 사람은 타인을 인식할 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값'으로만 그 타인을 판단하며, 타인은 그가 말하거나 행동한대로 그 마음도 동일할 것이라는 '투명성'으로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대화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대화 본연의 뜻을 알려하지 않으니, 타인을 오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판사가 피고인의 형량을 정할 때, 기밀국의 스파이를 색출할 때, 경찰이 범인을 잡을 때 등등으로 이러한 상황이 닥칠 때 우리는 엉뚱한 사람을 지목하여, 간간히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러한 변수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래서 무척 사소한 것 같지만 어렵기도 한 이 '타인을 아는 방법'이 왜 연구 대상인지도 어렴풋히 이해가 될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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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와 멀지 않게 존재한다. 처음 만나는 공동체가 모였을 때 분위기를 풀 목적으로 첫인상 말하기 게임을 하기도 하고, 사소하게 친구들과 서로의 첫인상을 이야기하며 덕담도 쌓으니 말이다. 인간의 본성 중 어쩔 수 없이 자기 보호 본능을 위해, 자신 앞에 있는 저 타인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저절로 판단하려고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상황이 밤 중 어둑한 골목이라면 더더욱 신경은 예민해지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타인의 해석에 있어서, 좋은 만남이나 낯선 분위기, 가령 첫 입학 학교나 첫 입사 회사 상황에서는 섣부른 타인의 해석은 지양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짧은 타인의 해석이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고, 그 사람의 능력과 인성을 깊게 알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가며, 더 좋은 만남과 관계를 통해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황도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순간 순간에 남을 쉽게 판단하면서 산다. '오, 저 사람 스타일 좋다.', '저 사람은 되게 똑똑할 것 같아.', '뭐야, 말투가 왜 저렇지?' 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내가 말하는 바는 아예 무조건 타인의 해석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그 생각이,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되지 말라는 소리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어떨지 모르니 말이다. 만약 지금처럼 남을 판단하고, 누군가의 판단을 의식하면서 산다면, 그 어찌 피곤한 삶이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난 나 자신부터 떳떳디 내 생각에 따라 남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다 보니, 타인에 대한 이해도, 해석도 한층 널널해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이런 행동을 했었지만, 난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저 사람도 나와 그런 행동을 하네? 그럼 저 사람도 나처럼 이런 마음이겠지?'라며 그냥 이해하며 산다. (즉, 자기 객관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의 세상은 남에게 달려 있지 않다. 내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일 수 있다. 자신에게는 후하고 남에게는 각박한 세상은 어쩌면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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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의심하고 의심하는 것. 하지만 그 의심은 타인이라는 값을 부정의 값으로 극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것과 그 사람은 다를 것이라는, 즉 차이 존중에 근거로 한 '의심'을 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 타인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 그 타인은 죽음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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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께 책 추천해드립니다."

① 심리학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② 타인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
③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으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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