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그 빛과 그림자 - 개정증보판 예림신서 2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유왕무 옮김 / 예림기획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월드컵도 다 지난 지금에도 축구에 관한 책을 이야기하는 것이 적당한지는 모르지만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면 축구에 관한 책을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비교적 잘 알려진 국내 선수들 이야기보다는 외국 선수들..특히나 오래 전에 활동했던 전설같은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는 묘한 흥분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리고 축구라는 운동에 얽힌 이야기...숫자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책을 읽는 것을 권해본다.

우루구아이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이자 언론인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쓴 축구 이야기 ' 축구, 그 빛과 그림자 (Al Futball A sol y sombra) 는 바로 그런 흥미를 가지고 본다면 가장 적당한 책이 아닐런지.

갈리마르 출판사의 데꾸베르트(Decouvertes) 시리즈에서도 '축구' 에 관한 책을 낸 바있다.다양한 화보와 확실한 고증으로 유명한 데꾸베르뜨 시리즈 답게 '축구' 역시 내용이 깊이 있고 많은 화보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지만....그리 가깝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이 역시나 눈에 띄는 사실과 기록의 전달에만 의존하는 형식의 딱딱함에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 책 ' 축구, 그 빛과 그림자'는 흔한 사진 한 장 없는 책이지만 읽다 보면 저절로 상상이 가게 하는 작가의 필치에 감탄하게 하는 책.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모르고 있는 많은 축구선수들의 명멸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적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예를 든다면...1950년대 이전의 선수들...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지나가는 화면으로도 본 적이 없는 스탠리 매튜스, 레오니다스 다 실바, 스키아비오 등등의 활약상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디 스테파노가 정작 월드컵에는 한번도 못 나오고 선수생활을 마친 이야기나 드리블의 귀재 가린차가 소아마비였으며 명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외롭게 인생을 마무리한 것에서는 씁쓸함도 느낄 수 있다.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가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을 앞두고 독재정권의 정치선전장에서 뛸 수는 없다면서 출전을 포기한 사건은 한참 전성기의 선수,게다가 전대회에서는 준우승을 해 아쉬움을 남긴 크루이프가 고심 끝에 그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리고 바로 그해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의 승리는 '애국심이 강한'골포스트 덕분이었다는 표현 등등 재미있고 짤막짤막한 글들이 많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다면 책의 내용은 색다르고 읽는 재미가 남다르지만....번역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이다. 스페인어로 된 원서를 학생들에게 던져주고서 돌아가며 번역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읽다보니 마치 불문과 소설강독시간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 제대로 뜻을 파악하지 않고 뭉뚱그려 넘어간 듯한 표현과 어설픈 번역체 문장은 보는 이를 짜증나게 했다.

결정적으로 스웨덴이 등장해야 할 장면에 계속해서 스위스가 나타난다. 스위스의 구스타프 국왕..이런 식의 표현 말이다. 제대로 감수를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영국의 이사벨 여왕이란 대목에선 웃음이 날 정도. 좋은 책을 가지고 어설프게 번역해 책으로 내놨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은 좀 나빴음.

본인의 항의 메일에 출판사 측에서는 2판을 찍을 때 제대로 내겠다고 사과했는데...과연 월드컵 열기에 편승해서 서둘러 출판한 것이 뻔한데 과연 2판을 인쇄할 것이며 그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번역을 해낼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이 책은 처음의 호기심과 읽는 즐거움이 나중에는 곤혹스러움과 짜증으로 바뀌게 했다. 아쉽다..재미있는 내용...쉽게 접하기 힘든 좋은 책인데 말이다. 출판사에 대해 화가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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